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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지역속에 숨어있는 감산학교를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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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2017. 9. 19.

 

9월 2일에 있었던 제7회 경주 학생 영어말하기 대회의 예선과 본선에 관여하여 일을 하면서 감산학교라는 이름을 가진 대안학교 아이들의 맹활약에 깊은 감동을 받은 기억이 생생했습니다. 

 

 

그 학교가 경주시내 산내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었기에 시간을 만들어 기어이 한번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영어 말하기대회 시상식장에서 어찌어찌하다가 학교경영과 가르침을 맡고 있는 젊은 여선생님의 연락처를 알게되었기에 한번 찾아보겠다고 이야기를 던져두었습니다. 

 

 

9월 7일, 자전거를 타고 경주시내에서 출발하여 한시간 가량을 달렸더니 목월 선생 생가가 있는 모량리 모량교회 앞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모량교회 마당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방문하고 싶다고 문자를 드렸더니 방문을 기꺼이 환영한다길래 가던 길을 계속 갈 수 있었습니다. 

 

 

건천을 지난 뒤에는 산내쪽으로 방향을 틀어 오르막길을 올랐습니다. 그날따라 하늘에 구름이 적당하게 끼어서 그나마 뜨거운 햇살에 마구 노출되는 비극은 간신히 면할 수 있었습니다.

 

 

건천읍과 산내면의 경계를 이루는 당고개를 넘기까지는 오르막길을 부지런히 올라야했습니다.

 

 

당고개를 넘어가면 곧 이어 감산리라는 동네가 나옵니다. 산내로 이어지는 도로가에 지금은 폐교가 된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감산초등학교라는 이름을 가진 참한 학교가 수줍은듯이 숨어있었습니다만 이젠 문을 닫은지가 제법 되었습니다.

 

 

나는 대안학교 이름이 감산학교라고 불리워진다는 사실을 알고는 폐교가 된 감산초등학교 부근에 그 학교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지도 검색을 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바로 위 지도는 DAUM지도를 가공한 것입니다. 위 지도에서 노란색 점으로 표시한 곳이 폐교가 된 감산초등학교 위치를 나타냅니다. 나는 경주시내 한가운데에서 출발하여 감산학교가 있는 다봉마을까지 가려고 합니다. 다봉마을은 야생화로 유명한 마을이기도 합니다. 위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확대되어 나타날 것입니다. 모바일폰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감산에는 두개의 골짜기가 존재합니다. 감산마을 복지회관까지 갔다가 길을 잘못들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다시 큰도로까지 나가서 새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건천에서 산내방형으로 진행할 경우 옛 감산초등학교와 버스정류장을 지나자말자 오른쪽으로 나타나는 길을 따라 골짜기로 들어가야합니다.

 

 

도로 부근의 마을을 지나고나면 오르막길이 계속됩니다. 자연부락이 골짜기안에 띠엄띠엄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르막길이 이어집니다만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마음에 힘든 줄을 모르고 올라갔습니다. 큰 도로에서 4.5 킬로미터 정도만 가면 되니까 그리 먼길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승용차를 사용할 경우 힘들지 않고 쉽게 갈 수 있습니다만 도로폭이 좁으므로 속력을 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외길이므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마침내 다봉마을까지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땀을 제법 흘렸습니다만 씻을 수가 없어서 얼굴에 흐르는 땀만 닦고는 학교가 있는 위치를 찾아보았습니다.

 

 

위성지도로 검색했을때 디귿자 모양의 건물을 본 기억이 있었던터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끌고 언덕길을 조금 내려갔습니다.

 

 

공사중인 교문을 들어서자 산골짜기 안에서는 제법 넓다는 느낌이 드는 터가 나타나며 기와집 건물이 나를 맞아주었습니다. 교문과 마당 부근에서 영어말하기 대회에 나왔던 선생님과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초가을 햇살 아래 아이들 빨래가 마당 한켠에서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대문을 겸한 교문에서 본관 건물로 이어지는 길에는 구들장같은 납닥한 돌들이 단정하게 깔려있었고 교사 앞쪽으로 푸른 잔디가 자라고있었습니다. 

 

 

건물은 ㄷ자 모양이었는데 한옥이어서 정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공사중인 부분이 제법 있었습니다.

 

 

행사때 얼굴을 익혀두었던 선생님이 환한 얼굴로 맞아주었습니다. 수도에서 나오는 찬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혔습니다. 상당한 미인이신 젊은 여선생님과 재회의 인사를 나눈 뒤에도 나는 시설부터 이리저리 살펴보았습니다. 

 



 

직접 내린 커피와 고구마, 그리고 포도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원래 감산학교는 2007년에 송림평화학당으로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그런 이름은 저도 들어본 적이 있어서 그리 낯설지 않았습니다.

 

 

애시당초에는 부산 해운대에서 서당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규모도 커지면서 경주 산내면의 청정지역으로 이사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사람으로 치면 나이가 제법 든 개 한마리가 발치에 앉아서 우리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부터 고등학교 아이들까지 다 있는데 약 서른명 내외가 된다고 합니다. 경주시에 마지막 남은 청정지역의 산골짜기에 학교가 자리잡았으니 기숙사 시설을 갖추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잠시 아이들이 활동하는 공간을 구경했습니다.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대안학교의 특성상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현대적인 시설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만 그런대로 학교다운 시설을 갖추고 있더군요. 

 

 

대안학교는 시설도 중요하겠지만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키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진 속의 공간은 초등학교 과정을 밟는 아이들이 학습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이 글을 쓰는 저도 평생을 제도권속에서 교육을 하며 살았지만 교육과정내용이나 행정적인 면에서 실망한 게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행정적인 면에서 겪은 좌절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습니다. 대안학교를 만들어 슈타이너 방식의 학교를 운영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습니다만 결국은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중등교육을 진행하는 건물은 본관 건물 뒤에 따로 마련되어 있더군요. 마침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아이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있었기에 활동하는 모습을 세밀하게 살펴볼 기회는 가지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기숙사에 머물면서 생활하고 있다는군요.

 

 

감산학교는 이제 시작단계인가 봅니다. 하지만 그분들이 이루어낸 성과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영어 말하기 대회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제도권 교육의 한계였습니다. 학교에서 영어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실력을 익혀 출전하는 아이들보다는 사교육기관에서 영어를 배워 나오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았고 입상을 많이 했습니다.  


감산학교에서는 영어와 국어, 수학같은 기본 교과와 한자 및 인성교육에 많은 투자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영어말하기 대회를 치루면서 감명을 받은 것은 감산학교 아이들이 발표하는 주제가 정말 다양했으며 하나같이 실력이 뛰어났다는 것입니다. 심사위원님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본선보다는 예선에서 이 학교 아이들이 훨씬 더 나은 실력을 발휘했다고 하시더군요.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검정고시를 쳐서 학력인정을 받은 뒤 대학진학을 위해 다시 제도권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약점아닌 약점을 가져야하지만 개인 인생과 사회 전반에 걸쳐 어떤 결과를 이루어낼지는 오랜 세월을 두고 지켜보며 평가해나가야할 것입니다.

 

 

경주의 또 다른 대안학교인 화랑고등학교 아이들도 이번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모습을 보고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감산학교 아이들은 일년에 한번씩은 반드시 팀을 나누어 여행을 하고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여행발표회를 한다고 합니다. 

 

 

다양한 체험활동과 선후배가 함께하는 자율학습,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길러나가면서 인성교육을 병행하는 교육방식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교육의 효과를 눈에 보이는 수치로 단순화하여 계량화시킬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대강 짐작해낼 수는 있습니다. 그런 긍정적인 변화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이번 입시에서 우리 학교 출신들이 명문대학에 몇명 진학했다고 떠벌리는 그런 발상이 계속되는 한 우리 교육의 앞날은 암담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주고 무엇인가를 꾸준히 성취해나가는 원동력을 길러주는 그런 교육을 하면 안되는 것일까요?

 

 

 나는 이 아이들을 위해 작은 음악회라도 한번 열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경주로 출발했습니다. 

 

 

 초가을 햇살이 골짜기 안을 포근하게 감싸주는듯 했습니다.

 

 

학교방문을 허락해주신 감산학교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왕복 50킬로미터 이상을 달렸지만  그날따라 크게 피곤하지 않았던 것은 가슴 뿌듯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2018년 11월 19일 날짜로 일부 인물사진과 그 분과 관련된 내용을 재편집했음을 밝혀둡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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