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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무계 2 - 병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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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고향) 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2020. 10. 3.

철도에서 기관사로 일하는 미남 친구가 경주에 놀러 오겠다는 거야. 그게 벌써 수십 년 전의 일이지만 훗날을 위해 공개해 두는 것이 맞다 싶어서 꺼내 보는 거야. 요즘처럼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였기에 유선 전화로 간신히 한두 번 연락을 해서 약속 시간을 맞추고는 기차역에 마중을 하러 갔었어.

 

나는 대합실에서 그가 집찰구를 통해 빠져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옛날에는 부정 승차하는 사람이 많았기에 차표 검사를 철저히 했으므로 친구가 아무리 기관사라는 직업을 가졌다고 해도 기차를 운전하지 않을 때는 그도 승객 가운데 한 명이었으니 집찰구를 통해야만 밖으로 나올 수 있었거든.

 

 

 

 

친구나 나나 모두 미혼이었던 시절의 이야기야. 한창 피가 끓는 나이였던 데다가 조심성 없이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시기였으니 오랜만에 고향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그가 제법 서둘렀던가봐. 나도 꽤나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었거든.

 

기차가 멈추기도 전에 승강구에 나가서 하차 순서를 기다렸던 친구는 플랫폼에 내려서는 제법 바쁜듯한 티를 내면서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왔던가 봐. 내 친구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어. 어리숙하고 완전 자유민주주의 형으로 생긴 나하고는 차원이 달랐지. 잘 생긴 총각이 긴 머리를 흩날리며 바삐 걸어오는 그 모습은 상상만 해도 정말 멋지지 않겠어?

 

 

 

 

하지만 말이지, 사고는 항상 그런 데서 발생하는 법이잖아. 친구는 바삐 서둘러도 되지 않아야 할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계단을 내려온 거야. 지금 와서 그때 일을 돌이켜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쩌면 화장실 볼일이 급했을 수도 있어. 당시만 해도 기차 안 화장실 수준도 별로였거든.

 

 

 

 

장거리든 근거리든 기차가 이동수단의 대세였던 그때는 기차 시간표를 맞추려면 제법 서둘러야 했어. 어디에나 꾸물대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고 기차 시간에 형편상 늦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는 법이지. 울산이나 부산 쪽으로 가고자 했던 어떤 아가씨 한 사람이 사람이 바글거리는 대합실 매표소에서 간신히 기차표를 구해서 개찰구를 나왔을 때는 그녀가 타고 가야 할 기차가 이미 플랫폼에 도착해 있었어. 그 여자 승객은 기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지하도를 통해 집찰구로 밀려 나오고 있는 것을 보고는 정신없이 앞만 보고 냅다 뛰었던 거야. 

 

 

 

 

 

기차를 타기 위해 뛰어가던 아가씨와 정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려고 급하게 계단을 내려오던 그 두사람이 계단 끝자락 지하도 바닥에서 맞닥뜨린 거지. 혈기가 넘치는 건장한 청년은 종종걸음으로 달려 내려오고 아가씨는 기차를 놓칠세라 허겁지겁 뛰어오르려는 순간 모퉁이에서 부딪혔으니 예사로 넘어갈 일은 아니지 않겠어? 모퉁이에서 서로 충돌하는 순간, 아무래도 탄력을 받은 남자 힘이 더 세었을 터이니 거기에서 그만 큰 사건이 벌어지고 만 거야.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건장한 청년 한사람은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오고 하이힐 신은 아가씨는 기차를 타려고 급하게 지하도 모퉁이를 돌았는데 순간적으로 박치기를 했으니 누가 넘어가겠어? 일이 꼬이려고 하니 아가씨가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살짝 바닥에 부딪힌 거지. 그러니 그 충격으로 아가씨가 기절해버린 거야.

 

천만다행으로 그땐 아가씨들이 청바지를 많이 입고 다니던 시대였으니 민망한 꼴과 험한 꼴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가씨가 기절하는 식으로 일이 그렇게 진행되어버렸으니 내 친구는 내 친구대로 얼마나 황당하고 당황해했겠어?

 

 

 

 

사람이 기절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모른 체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잖아. 사람들은 모여들지 황당한 상황은 벌어졌지, 그럴 땐 어떡하겠어? 두뇌회전이 빠른 내  미남 친구는 아가씨를 업고 지하도를 냅다 달리기 시작한 거야. 병원부터 데리고 가야 할 처지잖아. 승객들 틈 사이에 잘 생긴 총각이 아가씨를 둘러업고 뛰다시피 해가며 빠져나오니 나도 얼마나 황당하겠어? 뭇사람의 시선을 끄는 일이 벌어진 거야. 그러니 악수할 틈이나 있었겠어? 그 와중에도 미남 친구의 설명은 정확하더라고.

 

"어이, 오랜만이다. 친구야, 자네를 만나려고 급히 계단을 내려오다가 모퉁이에서 이 아가씨와 부딪혔는데 넘어지면서 의식을 잃어버린 거야. 역 부근에 병원 어딨어?"

 

그제야 나도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어. 남의 눈치나 보고 있을 시간이 없는 거야. 순간적으로 판단을 해야만 했어. 병원이 어딨더라 싶었지.

 

 

 

 

미남 친구는 아가씨를 둘러업고 나는 병원을 찾아 뛰었지. 그때만 해도 병원이 드물었잖아. 머릿속에 퍼뜩 떠오른 생각은 경주 시내 한복판에 있는 종합병원이 떠오른 거야. 종합병원까지는 업고 갈 거리가 아니었기에 경주역 앞에서 택시를 잡아탔어. 그리고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그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갔지. 응급실에 도착할 때까지도 아가씨는 의식이 없었어.

 

미남 친구는 그때까지도 얼굴색이 말이 아니었어. 일이 잘못되면 치료비를 물어주어야 할지도 모르고 보호자에게 연락을 해주어야 하는데 아가씨 신상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난감하지 않겠어? 덩달아 나도 황당하기만 한 거야. 응급실에 데려다 놓고 한숨을 돌리려는데 간호원 아가씨가 하는 말이 응급실 담당 의사 선생님이 친구를 찾는다는 거야. 나도 따라 들어갔지. 

 

 

 

 

응급실 칸막이 안에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아가씨가 누워있고 아직은 젊어 보이는 귀에 청진기를 꽂은 채 안경알 속에서 총명해 보이는 두 눈을 반짝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계셨던 거야. 미남 친구와 내가 들어서자 의사 선생님은 간단히 설명하기 시작했어. 

 

"보호자 되시지요?"

 

미남 친구가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자 의사 선생님은 손을 가로저으며 친구의 말문을 막아두고는 자기 말부터 먼저 하기 시작했어.

 

 

 

 

"의사생활 십오 년에 이런 환자는 처음 봅니다. 청진기 속으로 들려오는 심장 박동 소리가 너무나 수상하고 이상해서 환자를 치료하기에 앞서 보호자를 먼저 부른 겁니다. 내 귀에만 이상하게 들리는 것인지도 알고 싶고, 치료를 하기 위해 환자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기에 말이죠. 보호자 분께서도 한번 들어보시지요?"

 

그러면서 의사 선생님은 졸지에 보호자가 되어버린 친구의 귀에다가 청진기의 오른쪽 부분을 갖다 댄 거야. 친구는 청진기 속으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는 뭐가 이상한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라고.  그러더니 나 보고도 한번 들어보라고 손짓으로 나타내는 거야. 그래서 나도 생판 처음 보는 아가씨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어보게 된 거야.  혹시 청진기로 심장 박동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어?

 

"어떻게 들리십니까?"

 

의사 선생님이 묻더라고. 친구와 내가 동시에 대답을 했는데 했는데 참으로 공교롭게도 표현하는 소리가 똑같았어.

 

 

 

 

 

"공! 공! 공! "

 

그렇게 들리는 게 뭐 그리도 이상한 소리였던가 싶었어.  분명히 그 정도로 들리더라고.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이 정도 소리면 정상 아닐까? 나는 의사 선생님이 도리어 이상하다 싶었어. 그 의사 선생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가셨어.

 

"예! 그 정도는 정상입니다. 문제는 청진기 왼쪽 부분으로 들려오는 소리입니다.  어디 한번 들어보시지요!"

 

미남 친구가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청진기 왼쪽 부분을 받아서 귀에 갖다 대는 거야. 동시에 친구의 눈동자가 확 커지더니 세상에 어디 이런 일이 다 있느냐는 그런 표정을 짓는 게 아니겠어? 기겁을 한 친구는 청진기의 왼쪽 부분을 내 귀에 대는 거야. 나는 청진기를 통째로 받아 들고 양쪽 귀에다가 대어보았어. 그랬더니....................................  정말 놀라운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겠어?

 

오른쪽 부분은 분명히 공! 공! 공! 하고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문제는 왼쪽 귀에 들리는 소리였던 거야. 내 왼쪽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이랬어.

 

 

 

 

"갈! 갈! 갈!"

 

그와 동시에 오른쪽, 왼쪽 소리가 화음을 맞추어서 들리기 시작했어.

.

.

.

.

.

.

.

.

.

.

 

"! 공! 공!"

"갈! 갈! 갈!

...

.

.

.

 

"공갈! 공갈! 공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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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수십 년 전에 몇 가지 버전으로 항간에 떠돌아다녔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면 이런 이야기도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 나름대로 각색하여 남겨보고자 하는 의미에서 정리해본 실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아재 버전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 만큼 널리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병원 이름과 이 이야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밝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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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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