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제주권

애기 2010. 1. 5. 19:20

[한라산 산행기]

 

0 산행일자

  2009.2.1  일요일  날씨:맑고 봄같이 포근

0 산행지

   한라산(높이 1,950m)  제주도소재

0 산행코스

  성판악휴게소(06:35)-사라대피소(07:50)-사라약수(08:09)-진달래밭대피소(09:03)-한라산 백록담 정상(10:41)-헬기장(11:24)-용진각대피소(12:27)-탐라계곡대피소(13:25)-관음사 야영장(14:25)   총 18.3km

0 산행 소요시간

  7시간50분(06:35-14:25)

0 산행 함께 한 사람

  아내와 함께

 

0 산행기

 

<제주여행 첫째날-시내관광> 2009.1.31

 

코레일에서 주관하는 1박2일 한라산 등반 여행상품을 이용하여(1인당 125,000원) 익산역에서  목포행 KTX 열차에 몸을 싣고 들뜬 마음으로 제주도로 향한다.

08:40분 목포역에 도착하니 가자투어 여행사에 인계된 70명의 일행은 2대의 관광버스에 승차 목포항에 내리자마자 서둘러 5층 빌딩 같은 제주행 퀸 메리호에 승선 정각 09:00시 뱃고동을  울리며 연안 부두를 미끄러지듯 빠져 나간다.

 

정원 1,650명,차량 300대 선적의 17,000톤급의 대형 여객선

휴일이면 제주여행을 즐기려는 관광객 특히 한라산 등산객들로 붐빈다는데 이날도 정원을 모두 채웠다 한다. 

50명 수용인원의  3등실 방 2개에 일행들을 몰아넣고 양주보다는 막걸리를 즐겨 마실 것 같은 걸걸한 40대 중반의 여행가이드가 각자 자유시간을 가지라 안내한 뒤 휑하니 나간다.

 

모두가 설렘으로 가득 차 재래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혼잡하고 내실이든, 갑판 위든, 빈 공간이 있으면 모두 둘러 앉아 무료한 4시간의 뱃길 여행을 달래기라도 하려는 듯 술판을 벌이고, 고스톱을 치고, 잡담을 하고, 드러누워 잠을 청하는 등  진풍경이 전개된다.

 이렇게 배에 갇혀 4시간을 보내고 제주가 가까워질 무렵 파도가 높아 그 잔잔함은 사라지고 좌우로 배가 흔들거리더니 이윽고 13:20분 도착 예정 시간을 초과 40분이 지연되어 제주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구름으로 덮여 있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삿갓 모양의 제주 시가지가 보이고 난 후 곧 국제여객터미널에 닻을 내리지만 많은 하선객들로 인하여 차례를 기다리다 20분 후에야 무리지어 버스 2대에 나누어  첫 번째 관광지인 용연과 용두암을 둘러본다.

 

제주 시가지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도원봉으로 이동한다.

굉음을 내며 뜨고 내리는 제주공항 인근 자그마한 산봉우리에 올라 드넓은 제주 바다와 시가지의 풍경을 바라보며 비로소 제주의 요람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도원봉은 조선시대 나라의 위급함을 알리는 통신수단의 봉수대 터로 밤에는 횃불로, 낮에는 연기로 적선이 출현했을 때 인근 봉수대와 교신을 하였다 한다.

신비의 도로 일명 도깨비 도로로 이동한다.

신비의 도로는 착시 현상으로 인해 오르막길이 내리막길로 보이고, 내리막길이 오르막길로 보이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광광 명소 중 하나인데 기어를  풀어 자동차를 세워두면 오르막길임에도 저절로 자동차가 올라가는 요상스럽고 신비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신비의 도로 옆에 있는 러브랜드를 관람한다.

러브랜드는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춘 제주도에 현대문화의 화두인 성(性)을 주제로 한 테마 조각공원으로 19세 미만자는 출입을 할 수 없는 곳이며 성을 상징한 다양의 현대 조각 작품을 전시해 놓은 독특한 문화 명소로 관광객들을 상대로 성인용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러브랜드를 끝으로 신제주에 있는 '뉴 맨하탄 호텔'로 들어와 첫째 날 여정을 풀고 시내로 진출하여 싱싱한 제주산 바닷고기에 술 몇 잔 들이킨  후 들뜬 마음으로 다음날 한라산 등산의 부푼 꿈을 꾸기 위해 잠자리에 든다.

 

 

<제주여행 둘째 날-한라산 등산> 2009.2.1

 

제주도 한 복판에 장엄하게 자리 잡아 남한의 최고봉 영산답게 우리 민족의 한과 설움 그리고 의지를 담아 그 기풍을 뽐내고 있는 한라산 설풍을 찾아 나선다.

 

아직 여명이 어둠을 거두어가기 이를 시각 꾸역꾸역 아침밥을 채우고 산행 들머리인 750고지 성판악휴게소에 도착하니 어둠 속에 발 디딜 틈 없이 등산객들로 북적거리고 끝없이 꼬리를 물어가는 등산행렬은 산문을 통해 자동적으로 이끌려 간다.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하며 시작되는 심설의 발길은 누가 말 할 것도 없이 앞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반복되는 연속의 행군이다.

단체 인식표를 달았지만 인산인해의 야간산행으로 혼잡함에 묻히고 말아 결국  일행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30여 분을 오르다 어둠이 사라지고 하얀 백설의 심오함으로 덮어 놓은 한라산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앞을 훌쩍 내다보아도 등산객의 선두는 보이지 않고 뒤를 돌아보아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일렬로 따라 오르는 줄 산행이다.

 

눈이 많이 쌓여 등산로가 비좁아 앞질러 가려 하지도 않고 바삐 서두를 필요도 없다.

그저 너그럽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산을 접하는 모든 이들의 넓은 마음에서 일게다.

서서히 경사도를 이루고 있는 산행길은 부드러울 정도로 완만하다.

 

성판악휴게소를 출발한지 1시간25분이 경과되어 사라악대피소에 이르니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3.1km를 쉼 없이 올라온 것이다.

아직 진달래밭대피소까지는 4.2km, 백록담 정상까지는 2.3km가 더 남아 있다.

20분을 더 오르니 눈 속에 파묻혀 있는 사라약수터에 시원한 약수가 풍성하게 흘러내리며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깊게 덮인 눈길을 밟아 오른 지 2시간25분 만에 넓은 평원인 해발 1,500m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하니 그동안 울창한 활엽수림과 달리 듬성듬성 키 작은 구상나무 군락지로 바꿔 입고 시야가 막힘없이 전개되며 한라산 봉우리가 하얀 눈으로 짙게 치장한 채 얼굴을 내밀고 있어 이국적인 풍경으로 다가온다.

 

대피소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2.3km 거리인 정상을 향해 바쁜 걸음으로 오른다.

12시 이후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안전을 위하여 출입을 통제하고 있단다.

70명의 일행을 안내하고 있는 가이드는 전날부터 시간 날 때마다 우리들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진달래밭대피소에 09:30분 이전에 도착하지 못하면 되돌아 출발지인 성판악으로 하산해야 하고,최소한 11:40분에는 정상에서 내려와 늦어도 14:30분까지 관음사 야영장에 도착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행여 늦으면 16:30분에 출발하는 목포행 여객선에 승선해야 해야 되므로 택시를 타고 터미널에 오라는 것이다.

 

고도를 점점 높일수록 눈에 들어오는 진풍경은 결국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하얀 목화솜으로 깔아 놓은 듯 한라산 1,000고지 이상을 제외하고 빙 둘러 제주 전 지역을 우람한 구름모자로 만들어 놓고 있다.

여명을 뚫고 피어 오른 새벽안개는 결국 환상의 대형 솜이불 한 채를  만들어 놓았다.

 

발을 헛디뎌 산에서 굴러 떨어지면 푹신푹신한 뭉게구름 위로 안락하게  받쳐주려는듯 하다.

자연의 신비로움으로 인하여 심금을 울리고 탄성을 자아낸다.

봄날 같은 날씨에  그 춥던 겨울바람도 기죽어 녹아들었고 하늘은 티끌 하나 없이 청명하여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운무의 너울춤 아롱대며 한라산을 탐하려는 구름떼는 결국 지존의 영산을 범하지 못하고 주변을 서성이며 맴돌고 있다.

한라산 골 안으로 깊게 빠져들고 있는 등산객의 기다란 무리에 파묻혀 오르다 해발 1,800m 지점을 힘들게 통과한다.

이제 고개를 쳐들면 바로  민족의 영산 한라산 백록담이 하얗게 치장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다.

 

소진되어 가는 힘을 끌어 모아 호흡을 가다듬고 한라산의 주빈을 만나기 위해 조심스럽게 그리고 겸허한 자세로 정상으로 향한다.

성판악휴게소를 출발한지 4시간 만에 드디어 백두산,금강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영산이라 일컫는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 힘찬 발을 내 딛는다.

 

가진 자나 없는 자 그리고 강한 자와 약한 자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가슴살을 활짝 열어 젖히고 넉넉한 마음으로 맞아주는 녹담만설의 백록담이 그저 한없이 성스럽고 영험하기만 하다.

수억만 년 전 화산 분출로 지상에 태어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모습 잃지 않고 지탱해 오면서 주변의 360여개의 오름(기생화산)을 거느리고 맏형답게 웅장한 모습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백록담은 옛 신선들이 백록주를 마시고 놀았을법한 전설과 흰 사슴으로 변한 신선과 선녀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전설을 간직한 채 귓전에 들려주려는 듯하다.

 

산정에 오르면 나 자신은 한 줌도 채 안 되는 미미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첩첩 드넓은 산야를 바라보면 나 자신은 한 뼘도 채 안되는 하찮은 헝겊 조각에 불과함을 깨우치게 한다.

산정에 오르면 숨 가쁘게 바드득거리는 속세에 동조되어 허우적거려야 했던 시간들이 떠 오른다.

치고받고 내 팽개치는 얽힘에서 벗어나 바람에 바퀴를 달고 온 누리를 마음껏 누비고 싶다.

 

가식에서 벗어나 순백의 평원에 나래를 펼치며 깊게 들이키는 폐부에 사념 없이 순진무구한 청량한 샘물을 가득 채워 넣고 싶다.

산은 내 어깨 위 무거운 짐을 내려 놓아라 공간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따뜻한 배려가 있어 흐믓하고,지친 육신을 쓰다듬고 안아주는 미덕이 있어 훈훈하다.

 

이제 산정에서의 화려한  만남을 접고 헤어져야 할 시간

만남은 이별을 낳고 이별은 또 만남을 만들어 낸다.

아무런 약속도 없이 기약도 건네지 못하고 뒤돌아서며 버겁던 짐을 받아준 한라산 영산에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로 전부를 보답한 냥 난 인색하게 내뱉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너그럽게 헤아려주는 넉넉함과 후덕함이 있어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볍다.

그래서 난 또 산을 기웃거리며 훔쳐보고 있는가 보다.

금방이라도 붉은 용암을 토해낼 것 같은 백록담의 위용으로 가슴 뭉클했던 감회를 새기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관음사 방향의 눈길을 밟아 하산을 시작한다.

 

높은 고도와 세찬 겨울바람으로 일구어 놓은 빙화(氷花)의 세계가 또 하나의 보너스로 포장하여 선물 하나씩을 건네주고 있다.

나무 가지 가지마다 살아 숨 쉬는 듯 맑은 보석 수정체로 얼어붙은 얼음꽃은 크리스털 조각의 명품으로 탄생하여 햇빛에 영롱하게 투영되어 눈부시며 빼어나다.

 

청초한 시골 색시 마냥 수줍은 얼굴로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그 미모를 보여주고 있다.

명작으로 태어나기까지 얼마나 힘든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고 감당해야 하였을까.

겨울 모진 칼바람과 바람서리가 힘을 합해 나뭇가지에 엉겨붙어 앙상블의 싹을 틔우고 따뜻한 기온의 훼방꾼과 싸워 이기며 버티어 오다가 고객들을 향해 뽐내고 있다.

 

감탄스러운 비경에 취해 지치는 줄 모르고 1m 이상 깊게 쌓인 가파른 눈밭을 내려오다 정상을 출발한지 35분 만에 헬기장에 다다른다.

제주 시가지가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헬기장 눈밭을 푹신한 방석삼아 12시가 안되었지만 호텔에서 만들어 준 도시락을 꺼내 먹다 일행이 건네준 약주 몇 잔에 산상에서의 쾌감에 흥이 가세한다.

 

헬기장에서 백록담 북능 벽 아래 협곡으로 내려가는 눈길은 알프스 계곡처럼 가팔라 여간 미끄럽다.

계곡으로 내려오니 겨울산을 오르기 위한 원정 산악인들의 강한 훈련 모습이 눈에 띈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왕관바위를 바라보며 내려오다 1,895m 높이의 삼각봉 아래 새롭게 단장을 하고 있는 용진각대피소를 지나 등산객 대열에 무리지어 한없이 내려간다.

 

정상을 출발한지 2시간35분 만에 관음사 야영장에서 3.2km 지점인 탐라계곡 무인대피소를 통과하여 옛날 사람들이 천연동굴을 이용하여 얼음 창고로 이용하였다는 442m 길이의 구린굴을 지나니 깊었던 눈길도 얕아지고 녹아내려 하루 종일 안전을 지켜주었던 아이젠의 역할도 그 임무를 다한다.

 

이제 평길같은 하산길이지만 장시간 걸음이라 모든 것이 힘들어질 무렵 관음사 야영장에 안착하여 장시간 한라산의 품속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딩굴고 비벼댔던 값진 시간들을 정리하며 버스에 오른다.

이날 연합뉴스에 의하면 한라산을 오른 등산객은 무려 5,600여명으로 등산로가 빼곡했지만 모두 성숙한 질서 의식으로 산행의 쾌미를 누렸을것이다.

 

1시간을 기다려도 2명이 아직 내려오지 않아 늦으면 여객터미널로 16:00시까지 개별로 택시를 타고 오라는 가이드 말을 기히 알고 있기에 버스는 냉정하게 관광 특산물 판매 센터로 이동하여 쇼핑을 한 후 여객터미널에 도착 바로 승선을 한다.

 

 16:30분 발 목포행 퀸 메리호 여객선에 몸을 싣고 정원을 가득 채워 북진하는 바닷길 추자도에 이를 무렵 서해에 묻히는 석양을 바라보며 황홀경에 젖어든다.

출항하자마자 제주로 향할때의 광경보다 몇 배 선박 안은 소란스워지기 시작한다.

여행의 마지막 날을 장식하기 위한 만남의 무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선내에 목욕탕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젖었던 땀을 말끔히 씻어내고 밤바다를 힘차게 꿰뚫고 지나는 뱃머리 한쪽에서 아내와 마주앉아 술 한 모금으로 여정의 진한 풍류를 즐긴다.

5시간 만에 목포항에 도착 23:00시 서울행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 익산역에 내려 집에 돌아오니 새벽 2시를 알리고 있다.

 

빡빡한 1박2일의 제주여행은 알사탕같이 달콤했던 신혼여행과 2년간의 제주에서의 생활 그리고 친구들과의 제주여행 등 네 번에 걸친 제주와의 만남이지만 항상 새롭고, 신기하고, 유쾌한 추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0 산행 사진모음

 

 

 

 # 산행 들머리인 성판악휴게소

 

 

 

 

# 사라약수터

 

 

 

# 진달래밭대피소에 이를즈음에 한라산 정상이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 진달래밭 대피소

 

 

 

# 한라산 정상부

 

 

# 한라산에 오르면서 바라본 제주시가지의 상층구름

 

 

 

 

 

# 눈이 얼마나 많이 쌓였는지 잘못하여 발을 디디면 허벅지까지 푹 빠진다

 

 

 

# 한라산 정상을 오르는 등산객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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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내장초등학교 제24회 동창회
글쓴이 : 애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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