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제주권

애기 2010. 6. 22. 16:58

[한라산 산행기]

 

0 산행일자

  2010.6.14 월요일    날씨:구름 조금

0 산행지

  한라산(높이 1,950m)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서귀포시 소재

0 산행코스

  영실통제소(08:44)-병풍바위(10:15)-노루샘(11:07)-윗세오름 대피소(11:25) 중식-서북벽통제소(12:18)-방아오름샘(13:34)-남벽통제소(13:51)-평궤대피소(14:39)-둔비바위(14:51)-살채기도(15:08)-적송지대(15:41)-썩은물통(15:59)-밀림입구(16:15)-돈내코지구 안내소(16:32)-돈내코 주차장(16:41)

0 산행 소요시간

  7시간57분(08:44-16:41)   

 * 순수 산행시간은 5시간이면 가능하나 철쭉 감상과 사진촬영으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며 산행

0 산행 함께 한 사람

  아내와 함께

 

0 산행기 

제주여행 3일째 되는 날 한라산 고원 선작지왓의 드넓은 대 평원에 철쭉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에 영실-윗세오름 대피소-돈내코 코스로 산행을 준비한다.

영실통제소에 도착하여 올려다보는 숲 뒤편으로 오백나한의 암벽이 눈에 보이면서부터 마음은 벌써 한라산 꼭대기에 올라가 있다.

 

한라산은 1966년 천연보호구역으로,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또한 2002년에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을 등재된 민족의 영산이다.

 

산행기점인 영실통제소는 해발 1,280미터로 소나무와 참나무 그리고 산죽으로 우거진 숲길을 산책하듯 걷다 오백나한이 우측으로 보일 무렵 가파르게 고도를 높인다.

비가 오자마자 얼마 안가 땅속으로 스며드는 건천인 제주도 지질의 특성임에도 이틀 전 많은 비가 내려 개여울 곳곳은 아직 물소리를 만들어내고 새소리와 함께 화음을 이루어 더없는 싱그러움이 뒤따른다.

 

신선이 사는 골짜기라는 뜻을 가진 영실(靈室)로부터 24분 뒤 한여름의 녹음과 바위가 어우러져 기암절벽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절경 영실 기암 오백나한(五百羅韓)의 안내문이 있는 전망대에 발을 올려놓고 바라보는 비경에 탄성을 지른다.

 

영주십경의 하나로 오랜 세월 비바람에 풍화된 바위들이 높은 꼭대기에서부터 깊은 골짜기까지 장엄하게 들어선 오백나한이라는 오백여 개의 돌기둥이 하늘로 우뚝 우뚝 솟아 있다.

빼어난 경치만큼이나 슬픈 전설을 담고 있는 오백나한

 

먼 옛날 이곳에 오백 명의 아들을 둔 어미가 있었는데 어느 날 아들들이 사냥을 나가고 홀로 아들들이 돌아오면 먹이려고 커다란 가마솥에 죽을 쑤다 그만 실수로 펄펄 끓는 솥에 빠지고 말았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들이 어미가 쑤어놓은 죽을 맛있게 먹다 솥바닥에서 발견된 뼈마디를 보고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어 대성통곡하다 바위로 굳었고, 막내아들은 섬을 떠돌아 섬의 끝자락에서 제주 섬을 지키는 바위가 되었다는 가슴 애련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비가 오는 날이면 장쾌하게 늘어선 기암괴석 사이로 시원한 폭포수가 흘러내린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어미를 잃은 통탄의 슬픔이 만들어낸 오백 명 아들들의 한 맺힌 눈물이 아닐까.

깎아지른 절벽 바위는 수백 폭의 병풍을 이어 붙여 세운 듯 영실 계곡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영실 기암의 풍성한 비경에 젖어있을 무렵 맑은 하늘은 어느새 구름을 불러 모아 치마를 두른 듯 오백나한과 한라산 전체를 은막으로 휘감는다.

마치 제1막의 연극이 끝나고 깊숙이 공연에 빠져들 제2막을 위해 잠시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예로부터 이곳을 지나면서 함성을 지르거나 고함을 치면 오백 개의 바위들이 짙은 안개를 피어오르고 하여 사방을 분간하기 어렵게 만들어버린다는 전설이 있다.

구름 속을 꿰뚫고 지나가는 곳곳에는 만개한 철쭉과 붉은 병꽃들이  영실의 특유한 기암에 빨간 물감을 뿌리며 그윽한 풍경화를 연거푸 그려낸다.

 

사방을 살펴보기 어려울 정도로 영실 기암에 드리워진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리며 더딘 발걸음을 옮길 즈음 서귀포 앞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으로 순식간에 오백나한과 병풍바위 일대의 은막을 거두어가며 제2막이 시작되고 있다.

해발 1,600미터 병풍바위에 이를 때 천 길 벼랑에 외롭게 서 있는 바위는 마치 오백 명의 아들을 거느리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아들들의 보위를 소원하며 굽어 살피는 영락없는 오백나한의 어미상을 하고 있어 숙연해진다.

 

수직의 바위들이 둘러쳐 있는 병풍바위는 신들의 거처로 불리고 있어 한여름에도 구름이 몰려와 몸을 씻고 간다는 명소다.

구상나무와 고사목 사이를 걷다 구름을 비집고 피어난 철쭉은 더욱 화사하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피는 산철쭉 지대이기도 하다.

 

구상나무 군락지부터 완만한 길이 이어지다 작은 너널을 지나 영실로부터 2.7km 지점에 윗세오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름 전체는 활짝 피어오른 철쭉으로 꽃방석을 이루고 있어 다시 한번 탄성을 자아낸다.

한라산 백록담 분화구인 화구벽은 아직 화산활동이 끝나지 않은 듯 구름을 끌어안고 부글부글 끓고 있다.

 

자연의 위대함과 자연의 신비로움이 한꺼번에 공존하는 신이 빚어낸 산상의 걸작품은 뭐니뭐니해도 선작지왓에 피어난 철쭉꽃이다.

수십 만 평에 달하는 평원으로 '선'은 서다 또는 살아있다는 생에서 변화된 것이고, '작지'는 조금 작은 돌, '왓'은 벌판이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으로 돌들이 널려있는 벌판을 뜻한다.

 

노루 한마리가 한라산을 찾은 이방인에 눈길을 주고 윗세오름 대피소로 가는 길은 나무 데크시설로 걸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며 사방팔방으로 화려하게 수놓은 국내 최고의 고산초원인 선작지왓의 철쭉평원은 시야를 방해하는 나무들이 없어 더욱 신명난다.

붉게 피어난 철쭉꽃 향연에 매혹되어 저절로 몸은 후끈 달아오른다.

 

노루샘에 머물러 잠시 타 오로는 가슴을 차가운 샘물로 식히고 윗세오름 대피소로 가는 길 우측으로 백록담 화구벽이 손에 잡힐 듯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며 빛을 발산하고 있는 철쭉은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다음에 오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선물의 몫을 남겨두고 이곳은 아직 꽃이 만발하지 않아 주말 즈음에야 미모의 자태를 뽐낼 것 같다.

 

자연은 이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그 혜택을 나눠주려 한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 겨우 달래며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하니 또 다른 장면을 자랑하기 위해 구름은 대피소 주변을 잠시 감싸고 있어 점심 먹기는 이른 시각이지만 넓은 마루판자 공간에 앉아 느긋한 중식시간을 갖기로 한다.

 

윗세오름은 어리목과 돈내코를 갈라지는 분기점으로 해발 1,700미터이며 1,950미터의 백록담보다는 약 200미터가 낮지만 1,780미터의 설악산 대청봉보다는 약간 높다.

주변에 서식하고 있는 까마귀들이 단체로 기웃거리며 먹을 것 좀 나눠먹자며 짖어댄다.

 

이곳 까마귀들은 등산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사람을 경계하는 눈치를 찾아 볼 수 없다.

대피소에서 머무는 시간에도 두세 번 구름이 지나가고 돈내코로 하산하기 위해 백록담을 돌아가던 마지막 구름의 뒤를 좇아 발길은 서북벽통제소로 향한다.

 

산상의 화원에서 마셨던 기분 좋은 술 몇 잔은 몸을 나른하게 만들지만 오후 산행에서 펼쳐질 또 다른 공연을 기대하며 서북벽통제소에 이를 즈음 다시 구름은 시야를 가로막는다.

통제소를 벗어나 남벽통제소로 이동할 때 안개 속에 피어난 철쭉 군락은 더욱 몽환적인 느낌이 들고 어서 빨리 구름이 사라져라 학수고대하며 아예 땅바닥에 주저앉는다.

 

네 명의 사진작가들이 앞지르며 돈내코 방향으로 움직이기에 뒤따라 나무계단을 내려와서는 갑자기 하늘이 열리는 광경에 또 한번 입이 딱 벌어진다.

웅대한 백록담 화구벽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최 절정의 철쭉 군락은 윗세오름에 오르면서 만끽했던 그 이상의 자태가 고스란히 펼쳐지는데 가라앉았던 감동이 다시 북받쳐 오른다.

 

산불이 발생해 불이 꺼질 때 피어오르는 마지막 연기처럼 화구벽 골바위 속에 남아있던  구름 조각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빼어난 장관을 그 무엇과 감히 비할 수 있겠는가.

" 한라산아! 나를 어떡하라고 이렇게 뜨거운 가슴에 불을 또 지피고 있단 말이냐 " 

 

한라산을 온통 물들인 산상의 화려함은 이것으로 끝이 결코 아니다.

방아오름 샘에 도착하여 다시 한번 가슴 밑바닥에서 빨갛게 지펴진 뜨거운 열기를 샘물로 겨우 식혀내고 남벽통제소로 향한다.

나무 데크를 따라 내려가는 주변도 역시 붉게 철쭉꽃으로 만발해 있으며 좌측 바위 틈바귀에 피어난 한 송이 꽃은 더욱 희귀의 진가를 발휘한다.

 

윗세오름 대피소를 출발하여 앞에 보이는 남벽통제소(해발 1,600m, 남벽분기점)까지 2.1km 구간으로 20여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건만 무려 40분 넘게 느릿한 걸음으로 이동한다.

남벽통제소에서 돈내코로 내려가는 7km 구간은 완만하지만 돌길과 돌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남벽통제소가 보이지 않을 무렵인 해발 1,500미터 기점까지 철쭉이 만개해 있으며 그 아래로 내려갈수록 서서히 꽃이 시들고 있다.

평궤 무인대피소(해발 1,450m)가 있는 곳부터 점점 철쭉 군락은 사라지고 밀림의 숲으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 대피소를 벗어난다.

해발 1,300미터 기점을 지나 둔비바위를 지나고 첫 번째 개울을 건너는 살채기도 기점을 통과하여 이제 돈내코 종점도 4km밖에 남지 않았다.

 

남벽통제소로부터 3km를 내려온 셈이다.

한라산 자연보호를 위해 통제했던 돈내코 코스를 15년 만인 지난 2009년12월 4일 개방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다고 한다.

해발 1,100미터 기점을 지나 적송지대를 벗어나고 돈내코를 1.72km 남겨 놓은 지점에 '썩은물통'이라는 안내석이 있어 하필 썩은물통이라고 하였을까 궁금하던 순간 바로 앞에 '뱀 주의' 표찰과 함께 자그마한 물웅덩이가 있어 다가가보니 각종 나무와 풀들이 썩어 있는 늪지이다.

 

적송지대를 지날 무렵부터 울창한 숲을 덮고 있던 안개는 여전하고 차량 바퀴 흔적의 길과 개간지 채종원이 보일 때 밀림입구 안내석을 빠져 나오니 나무데크가 나온다.

남벽통제소로부터 여유의 발걸음으로 돈내코지구 안내소(해발 500m)까지 2시간40분이 소요되었다.

 

돈내코 안내소에서 도로를 따라 좌측 공원묘지를 지나고 시온동산 입구 돈내코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택시들이 있다.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삼거리까지(택시요금 5천원) 내려와 제주시로 가는 직행버스에 오르며  13.1km 거리의 영실-윗세오름 대피소-돈내코 구간의 아주 특별한 한라산 철쭉 산행을 기억 저편에 고이 묻어둔다.

 

0 산행 사진모음

 

 

 

 

 

 

 

 

 

 

 

 

 

 

 

 

 

 

 

 

 

 

 

 

 

 

 

 

 

 

 

 

 

 

 

 

 

 

 

 

 

 

 

 

 

 

 

 

 

 

 

 

 

 

 

 

 

 

 

 

 

 

 

 

 

 

 

 

 

 

 

 

 

 

 

 

 

 

 

 

 

 

 

 

 

 

 

 

 

 

 

 

 

 

 

 

 

 

 

 

 

 

 

 

 

 

 

 

 

 

 

 

 

 

 

 

 

 

 

 

 

 

 

1

 
//

 

 

 

 

 

 

 

 

 

 

 

 

 

 

 

 

 

 

 

 

 

 

 

 

 

 

 

 

 

 

 

 

 

 

 

 

 

 

 

 

 

 

 

 

 

 

 

 

 

 

 

 

 

 

 

 

 

 

 

 

 

 

 

 

 

 

 

 

 

 

 

 

 

 

 

 

 

 

 

 

 

 

 

 

 

 

 

 

 

 

 

 

 

 

 

 

 

 

 

 

 

 

 

 

 

 

 

 

 

 

 

 

 

 

 

 

출처 : 내장초등학교 제24회 동창회
글쓴이 : 애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