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맨발나그네 2009. 7. 25. 18:52

광교산과의 즐거운 데이트

 

● 산행일시 : 2009년 7월 25일 (土)

● 산행코스 : 경기대 - 형제봉 - 양지재 - 종루봉- 토끼재-상광교버스종점  

● 누 구 랑 :  아주대 동문들이랑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은 아주 소중한 날입니다. 대학 동문들과 광교산을 찿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중요한 약속이 아니면 꼭 참석을 할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임중의 하나입니다. 세상살이에는 여러 모임이 있지만 동문모임 만큼 이해 타산 없이 만날 수 있는 모임이 많지 않을 겁니다. 물론 꼭 대학동문 모임 뿐 아니라 초,중.고 동문 모임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런 즐거운 모임에 몇만명을 헤아린다는 동문중에 극히 일부만 참석을 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그러나 개의치 않습니다. 나의 조강지처이자 나의 종교인 광교의 품에 잠시 머물 수 있는 행복이 있다면 몇명이면 어떻고, 누구와 같이하는 것이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아니 광교는 혼자서도 많이 찿습니다. 정말 혼자서 걷는 즐거움도 남다릅니다. 더구나 오늘은 새벽까지 내리던 비 때문인지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하여서 인지 그 참석 인원이 미미합니다. 

 

 

 동문들과의 광교산 산행, 정말로 즐겁고 행복한 일입니다. 광교산은 육산인데다 소나무, 참나무를 비롯하여 그 이름도 다 모를 98과 301속 455종의 식물이 분포되어 있다고 조사되어 있답니다. 한여름 푹푹찌는 더위 속이지만 능선길을 걷더라도 이런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어 더운 줄 모르고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산입니다. 시원한 계곡을 많이 품고 있지는 않지만, 능선을 걷더라도 그늘을 만들어 주므로 여름산행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광교산은 원래 이름이 광악산(光嶽山)이었으나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치고, 후삼국을 통일하고 귀경하던 중 이 산에서 광채가 솟구치는 모습을 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 해 '광교(光敎)라 붙여다지요. 그래서 그런지 신라시대 부터 오랜동안 많은 사찰들이 이 광교산에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 불교가 전래되기 전에는 산신이 살던 그런 곳이었을 테고요. 나는 이 길을 작년 여름부터 항상 맨발로 걷습니다. 지난주 맨발나그네가 되어 맨발로 걷기 시작한 후 천리길을 걸었고, 새로운 천리길을 향해 출발하는 뜻깊은 산행도 나의 조강지처이자 종교인 광교와 함께 했습니다.

 

           

          

 

800km에 이르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세계문화유산1호의 진면목을 과시하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요즈음 걷기와 자전거 타기가 가히 열풍이라 할 정도로 활성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다, 이런 저런 걷기길을 만든다며 야단들입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제주도에는 ‘놀멍 쉬멍 걸으멍 간세다리가 될수 있는’(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 게으른 사람이 될 수 있는) 올레길이 벌써 14개 코스나 열렸습니다. 그뿐아닙니다. 지리산둘레길 등 많은 걷기 코스가 있습니다. 광교산은 일부러 만들어 놓은 걷기 코스는 아니지만, 전국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찿는 그런 산이랍니다. 광교는 빼어난 절경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수원,용인,의왕시에 걸쳐 도시와 가깝게 있고, 부드럽고 완만한 산세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주말이면 하루 5만여명이 찿는다고 합니다. 그 광교산이 나의 조강지처이자 종교입니다. 오늘은 새벽까지 온 비 때문인지 아니면 휴가철의 시작이라 그런지 그래도 다른날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지 않습니다.

 

 

 토끼재에서 반가운 이들을 만납니다. 정대길. 이상회 동문이 파장동에서 시작하여 우리와 역방향으로 오고 있다가 토끼재에서 반갑게 조우합니다. 두사람도 자주 광교산을 찿는다고 합니다. 나만 새로운 애인들을 만나 바람을 피우는게 아닌가 봅니다. 나의 조강지처 광교도 그 누가 자신을 품고자 찿으면 싫다 소리 한번 안하고 모두를 받아줍니다. 그래서 나와 광교는 부창부수인가 봅니다. 부부는 닮아간다고 하더니...

 

그렇습니다. 걷기나 산행이 반듯이 먼 곳, 유명한 곳일 필요가 있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안에서도 걷기의 즐거움을 얼마든지 누릴 수 있습니다. 물론 삭막한 도시의 아스팔트길 보다는 도심 가까이에 있는 산행이 훨씬 좋을 것 입니다. 이런 길을 함께 걸으며 유쾌한 담소를 나눌 수 있다면 즐겁고 행복한 일일겁니다. 아니 혼자라도 좋습니다. 혼자 걷는 동안 엄습해 오는 침묵과 고독은 깨달음과 기쁨을 안겨줍니다. 꽤 오래전 경기대에서 양재 화물터미널까지 26km를 혼자 종주해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혼자서의 9~10시간에 걸친 무언수행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이 지루하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다비드 르 브르통 교수는 ‘걷기 예찬’이라는 책에서 정신적인 시련은 걷기라는 육체적 시련을 통해 치료할수 있다고 예찬했습니다. 그는 “걷는 사람은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모든 것과 다 손을 잡을 수 있는 마음으로 세상의 구불구불한 길을, 그리고 자신의 내면의 길을 더듬어간다”고 했습니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책을 쓴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에세이 작가 피에르 쌍소도 느림의 삶을 받아들이는 9가지 태도 중 첫번째로 ‘한가로이 거닐기’를 꼽았습니다. “느림, 내게는 그것이 부드럽고 우아하고 배려 깊은 삶의 방식”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토끼재에서 사방댐으로 내려옵니다. 그동안 온 비로 사방댐의 많은 부분이 토사로 메꾸어져 모래톱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곳에 살고 있던 비단잉어들이 한참 놀랐을 것 같습니다. 조금더 내려오니 솟대와 바람개비, 허수아비들이 반갑게 우리를 맞습니다. 느림이 없다면 그냥 지나칠 풍경입니다. 이런 풍경이야 말로 걷기에서 얻는 또다른 즐거움일 겁니다.

 

 

 오늘도 7km에 이르는 길을 동문들과 함께 걸었습니다. 걷고 난 후의 허기와 달콤함으로 모든 음식이 미식으로 느껴집니다. 더군다나 오늘은 중복 다음날이므로 메뉴는 닭볶음탕으로 정했습니다. 반야탕(般若湯: 범어에서 반야는 Prajna로 지혜라는 뜻을 가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반야탕, 즉 술은 '지혜의 물'인 셈입니다)이 빠질 수 없습니다. 모두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리고 다음달 만남을 약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