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맨발나그네 2009. 8. 3. 17:47

다시한번 가고 싶다 ~~ 그곳 아침가리골

 

● 산행일시 : 2009년 7월 26일                

● 누 구 랑 : 산 7000 산악회원들이랑

● 산행코스 : 방동약수-임도-조경동교-아침가리골 계곡-진동리주차장(약 5시간30분)

● 사진은 ? : 산7000의 여러분들

 

일상에서의 탈출, 더군다나 장마에 이어 푹푹찌는 대도시의 번잡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누구는 외국으로 피서를 떠나고, 누구는 국내의 유명피서지로 여름휴가를 떠나는 그런 계절이지만 그럴 형편과 여유가 되지 않는 내겐 이번 데이트가 남다르다. 오늘은 오랜동안 베일에 쌓여 최근에야 그 모습을 보인 여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 말이다. 그녀가 오란건 아니어도 그녀의 품에 안기기 위해 떠난 길이다. 가는 길은 새로 개통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대체적으로 수월하게 오지중의 오지라는 방태산 아침가리골에 도착이다. 아침가리골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에 있다. 한자로는 조경동(아침 朝, 밭갈 耕, 마을 洞)이라 한다지만 순우리말인 아침가리골이 정답다. 얼마나 첩첩산중이면 아침에 잠시 밭을 갈 정도의 해만 비치고 금새 져버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예언서인 정감록에 난리를 피할수 있는 최고의 피난처로 '3둔4가리'를 꼽았는데 '3둔'은  산속에 숨은 세곳의 평평한 언덕이고, '4가리'는 밭을 갈아 일굴 수 있는 땅덩어리가 있는 네곳을 가르킨다고 한다. 그 3둔은 홍천군 내면의 살둔, 달둔, 월둔을 일컽고, 4가리는 인제군 기린면의 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 명지가리를 말한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뭐 지금이야 세상 변하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정감록에 심취되어 있다간 굶어죽기 십상이니 사람이 있을 리 있겠는가. 그래서 세상의 오염으로 부터 잠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만 가끔씩 찿는 그런 곳이 되어 있단다. 그러나 오늘은여름을 맞아 그 명성을 익히 들어온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찿았다. 어림잡아 족히 몇백명은 되리라.

 

 

 

산행의 출발지는 방동약수이다. 지금부터 약 300여년전 어느 심마니가 산삼을 찿으러 부근을 돌아다니다가 지금의 약수터가 있는 자리에서 '육구만달'(60년생의 씨가 달린 산삼으로 신비의 명약이라 함)을 캐냈고, 그 캐낸 자리에서 약수가 용출되기 시작했는데  이 약수가 바로 방동약수이다. 방동약수는 톡 쏘는 맛이 있는 탄산성분 외에 철, 망간, 불소등이 함유되 있어 위장병에 특효가 있고 소화기능 강화에도 효과가 있단다. 이 약수로 밥을 지으면 파랗게 되고 밥맛도 좋다고  한다. 또한 엄나무 아래 깊이 패인 암석사이에서 나오는 방동약수는 물맛, 주변풍광이 수려하다고 인제군청 홈페이지에 자랑이 대단하다.

 

            

 

약수터에서 약수를 한잔씩 마시고 출발이다. 물론 나는 오늘도 아침가리골과의 데이트에 맨발로 나선다. 30여분간 임도를 따라 힘들게 오른다. 가는길 SV차량을 이용하는 분들 때문에 가끔 길을 비켜주며 오르는 길이다. 하지만 조금뒤 있을 계곡 트래킹을 떠올리며 오르다 보니 임도는 끝나고 비포장도로를 따라 조경동교까지 나아간다. 이름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침가리골다리라고 하면 더 좋았을 것을..... 하여튼 그 다리밑에 자리를 깔고 점심을 먹는다.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아름다운님표  가오리무침에 산토끼님표 홍어무침에 반야탕 한잔까지 곁들인 부페수준의 점심이다. 얼수님과 키킥님은 무겁게 양푼까지 짊어지고 와 양푼이 새싹 비빔밥을 만들어 여기 저거 돌리고있다. 정말 혼자만의 산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그런 맛이고 정경이다.

 

            

            

            

            

 

본격적인 아침가리골 계곡 트래킹이 시작된다. 구룡덕봉(1,388m)에서 발원한 물은  약 20여km의 아침가리골을 만들며 방대천으로 흘러들고 이 방대천은 내린천으로 합류된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걸어야 할 계곡길은 그중 일부인 조경동교부터 진동2교가 있는 진동주차장까지의 약 6~7km에 이르는 길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20여km에 이르는 전 구간을 백패킹하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며칠간 내린 장마비로 수량이 늘어 물살이 제법 거세다. 나도 맨발을 접고 비상용으로 갖고 있던 운동화를 신는다. 보이지 않는 계곡 바닥도 그렇고 계곡에 깔려있는 바위들도 미끄러울 것이 뻔하니 아침가리골 맨발트래킹은 훨씬 더 숙련된 다음에나 다시 시도해 보련다.

 

          

          

          

 

출발과 함께 바로 아침가리골의 진면복과 만나게 된다. 정말 맑고 깨끗한 심산유곡 원시림의 계곡이다. 모두들 처음에는 옷을 적게 버리려 발버둥쳐 보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빠른 물살로 물고기는 보이지 않지만 물살이 조용해지면 청정지역에서만 사는 그런 물고기도 많을 것 같다. 아주 위험한 곳은 피해 계곡 양옆으로 간신히 그어진 길을 따라 걷다가 다시 계곡을 건너 반대편 쪽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물은 많은 곳은 배꼽까지 차 올라 그야말로 인간밧줄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건너야 한다.

 

         

        

         

         

 

  정말 유쾌 상쾌한 계곡 트래킹이다. 모두가 입이 함지박 만큼씩 벌어진채 다물줄 모른다. 그러니 출발 한달전에 버스 2대 좌석이 동났었나보다. 거의 모두들 서너번째 아침가리골과의 만남이란다. 부회장인 따스한마음은 물론 노루귀님등 많은 분들이 서너번씩 이곳과의 만남을 가졌단다. 하긴 착실한 크리스찬인 초 0 0 님은 모두가 이곳에 찬사를 보내 하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늘 동참을 하였단다. 쌩쥐님은 이 비경을 아들과 함께하고 싶어 동행을 하였고, 국화꽃향기님은 따님과 함께 했고...  부러운 일이다.

 

         

         

        

         

        

 

점심을 먹기 전까지의 더위를 한방에 날려 버릴 정도로 한기가 느껴진다. 그뿐인가? 구절양장이라는 말이 어울릴 심한 물굽이를 자랑하기도 하고, 그 굽이마다 자갈밭과 모래톱이 우리를 맞는다. 여러 형태의 작은 바위들도 앙증맞고 화려하게 그 맵시를 초행길인 나에게 뽑낸다. 작은 소와 폭포들도 각양각색의 멋을 가지고 장마로 늘어난 수량을 맘껏 휘뿌리며 그 자태를 내보인다. 정말 비경이다. 가공하지 않은 자연미 그대로의 모습이다. 한폭의 수채화라 할까 아니면 한폭의 동양화를 감상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그 아름다운 비경을 벗삼아 그녀의 품에 안겨 걷는 길이야 말로 행복 그 자체이다. 정말 탁월한 선태의 그녀와의 데이트였다.  그렇게 서너시간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내려오다 보니 진동교이다. 그곳 다리밑에서 준비해준 삼계탕과 반야탕 한잔으로 즐거웠고 행복했지만 피로한 몸의 기운을 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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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가리골! 낙엽 붉게 물든 가을에 다시 한번 들려 그 고즈녁을 가슴에 안고 싶은 그런 곳이다. 굽이굽이 돌아 가는  맑은 계곡에 비친 추색 완연한 단풍의 그림자가 멋있을 그런 곳이다. 아마 무릉도원이 실제 존재한다면, 그곳을 들어가는 입구가 바로 아침가리골 길목처럼 생겼으리라......

 

 

 

 (PS) 못다 실은 사진 몇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