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맨발나그네 2009. 10. 5. 07:16

조강지처 광교의 품에 안겨 보낸 행복했던 3일간

(첯째날)

● 산행일시 : 2009년 10월 2일 (金)               

● 누 구 랑 : 나홀로

● 산행코스 : 반딧불이 화장실 - 형제봉 - 시루봉 - 통신대 - 청련암(약 17km, 10:20~15:40)

 

(둘째날)

● 산행일시 : 2009년 10월 3일 (土)               

● 누 구 랑 : 산이좋은친구들의 산우님들과

● 산행코스 : 반딧불이화장실-형제봉-문암골-반딧불이화장실-광교공원(약 8km, 19:10~21:20)

 

(셋째날)

● 산행일시 : 2009년 10월 4일 (日)               

● 누 구 랑 : 나홀로

● 산행코스 : 경기대-형제봉-종루봉-토끼재-상광교종점(약 7km, 13:30~15:50)

 

첯째날

3일간의 추석연휴이다. 다른 때에 비해 짧은 연휴로 인해 고향을 다녀오기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고향을 코앞 화성시에 둔 나는 느긋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동안 두달여 동안 이런 저런 일로 별로 산행을 못 한 것을 이번에 벌충이라도 하려는 듯, 아님 혹시 더 늙기 전에 설악산 공룡능선에 시간이 되어 따라 붙는다면 낙오는 하지 않아야겠기에 나의 조강지처 광교에 품에 안겨 연휴 3일을 보낼 계획을 세우고 연휴 첯째날인 금요일 아침 집을 나선다.

 

  오늘, 나의 조강지처 광교의 품에 안김에 있어, 나는 그동안의 보통의 코스보다는 좀 특별한 코스를 걸어 보기로 했다. 경기대를 출발하여 형제봉-시루봉-통신대를 거쳐 청련암으로 내려오는 길인데, 이곳은 그동안 가끔 가보고는 싶었지만, 영동고속도로가 놓이면서 산허리를 절개하여 지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속도로 밑으로 우회하여 다시 올랐다가 내려가야 하기에 마음은 있었지만, 그 절개지에 도착할 즈음이면, 힘들고 지쳐 몇번인가 망설이다 그만 둔 경험이 있기에 이번엔 작심을 하고 나선 길이다. 한국도로공사와 수원시가 절개지를 복원하는 것을 협의하여 곧 복원이 되리라는 소문이 있던데,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져 광교를 찿는 이들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째거나 출발지인 반딧불이 화장실에서 슬리퍼와 양말을 벗어부치고 맨발이 된다. 혼자 만의 산행도 정말 오래간만이다. 오늘도 4~5시간에 걸쳐 맨발나그네되어 묵언수행을 결심하고 나선 길이다. 추석연휴임에도 불구하고 등산로의 밀도가 제법 높다. 연휴가 짧아서 고향을 안가서인지, 아니면 이제는 수원도 인구가 백만명이 넘다보니 수원을 고향 삼은 사람이 많아서인지...   이런 저런 망상과 오랜만에 느끼는 맨발과 대지와의 만남에서 오는 살콤함을 느끼며 형제봉에 오른 시간은 출발후 50여분만이다. 누군가가 선물해준 매실주를 가지고 왔기에 고시레도 하고 몇잔을 즐기고, 딴 때보다 오랜 쉼을 갖고, 시루봉을 향해 출발이다.

         

   시루봉 정상이다. 안개인지 스모그에 쌓여 주변 조망이 좋지는 않지만 저 멀리 백운산, 청계산, 관악산, 수리산등이 어슴푸레 그 모습을 선보인다. 모두들 내게 다녀간지 오래되었건만 다시 안 올 것이냐고 투정들을 부리는 듯하다. 나야 조강지처 광교의 품안에 있으면서도 그들이 반갑고, 가보고 싶고는 하지만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발버둥이다. 그곳에서 아이스케익 하나를 사서 입에 문다. 해서는 안된다는 이성적인 생각과 시원함과 달콤함을 어서 나에게 달라는 감성적인 생각에서 감성적인 생각이 이겼기에 일어난 일이리라.

 

 

 

 

억새밭에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점심 장소를 통신대헬기장으로 정하고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한동안 광교를 찿지 못했더니, 이곳에 방부목을 이용한 계단이 있어 산행을 수월하게 도와준다. 나야 항상 인공적인 시설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중의 하나인데 이곳의 인공물들은 왠지 잘했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그래서 도착한 통신대 헬기장은 13시 10분이다. 점심이래야 경기대 입구에서 사넣은 김밥 한줄에 아까 먹다 남은 매실주와 사과 한개 달랑이다. 정말 이런땐 아름다운님표 가재미무침에 산토끼님표 홍어회 등등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광교산헬기장에서 바라본 하늘은 높고 푸르르다. 건너편 광교산 줄기가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하게 보인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조강지처 그녀(광교산)의 품에 안겨 있는 이 시간이 행복하기만 하다.

발걸음을 재촉한다. 영동고속도로 절개지에 이르러 청련암 가는 길을 잃어 약간의 알바를 한다. 그냥 한일타운 쪽을 향해 내려가야 하는데 절개지 쪽으로 길을 잘못 잡은 것이다. 그래도 고속도로 밑을 통과하니 길가에 가을 꽃이 가득 깔려 있어 피로한 몸에 응원을 보내준다. 

 고속도로 밑을 빠져나와 조금 더 내려오다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이런 안내판이 있다. 그러나 초행길이어서 한두번 지나가는 분들께 길을 묻고서야 제대로 청련암으로 향하는 길을 찿을 수 있었다.

 

 드디어 청련암에 도착이다. 경기대를 출발하여 5시간 20여분이 걸려 약 17km에 이르는 길을 마친 것이다.

 

둘째날

원래 야등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산이좋은 친구들 카페에 잠깐 들렸더니, 달맞이 야등 번개가 공지되어 있었다. 잘 됬다 싶어 저녁 7시 반디불이 화장실 앞으로 가니 낮익은 얼굴들이 있었다. 정말 오래간만의 야등이다. 맨발로 걸어보기 위해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부치니 모두 만류한다. 그러나 이왕지사 맘을 먹고 온 길이니 맨발이 되어 본다. 조강지처 광교이다 보니 원래 낫익은 길이어서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기에 실행에 옮겨 본 것이다.

 

 한밤중 달빛아래 보여지는 수원시내 풍경이 장관이다.

 

 같이한 카라님이 잡아준 폼이다.

 

 태양이 아버지라면 보름달은 포근한 어머니의 품이다. 한없이 부드럽고 편안하다. 추석날의 보름달을 보고 있노라니 지나온 세월동안 미움, 질투, 시기와 같은 마음을 갖었다는게 부끄럽게 생각되기만하다. 삶에 찌든 각박한 인심이었던게 후회된다. 아마도 달이 어머니의 마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도심을 떠나 보름달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축복이다. 정말 행복한 추석날의 밤이다.

광교공원에 도착하여 갖은 산이 좋은 친구들의 산우님들과 갖은 뒤풀이도 환상이었다.

 

세째날

 

점심식사후 조강지처 광교와의 세째날을 맞기 위해 집을 나선다. 반딧불이 화장실에서 출발한다. 오늘도 많은 인파가 넘실댄다. 특히나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등반객도 많이 눈에 띈다. 내 조강지처 광교산은 그런 산이다. 산이 완만하고 부드러워 가족과 함께해도 무난한 그런 산이다.

 

형제봉 못미쳐 문암골 갈림길 근처에서 나처럼 맨발 바이러스에 중독된 환자를 만난다. 아마 그분도 맨발의 자유로움과 맨발이 가져다 주는 고통을 동시에 맛보며 이길을 걷고 있으리라...

 

 오늘은 정말 쾌청한 날씨이다. 저멀리 송도 신도시가 어슴프레 보이고, 심지어 서해바다가 손에 잡힐듯 시야에 들어 온다. 정말 조강지처 광교의 품에 그리도 많이 안겨 보았건만, 오늘과 같은 조망을 내게 내 준적이 그리 많지 않다. 아마도 조강지처 광교가 이제서야 내게 마음을 연 것은 아닐까....

 

 어제 그제 올랐던 형제봉이건만 오늘 내려다 보이는 시내풍경은 더 빛나 보인다.

 

 조강지처 그녀가 내준 품안에 오늘도 안길 수 있었음이 정말 큰 행복이다.   

 

 맨발나그네 되어 그녀와 함께한 3일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매년 추석이 올해만 같기를 기원한다. 정말 행복했던 3일간의 그녀(광교산)의 품이었다.

 그리고  3일간이나 맨발로 같이해준 내발에게 고맙고 미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