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맨발나그네 2010. 7. 28. 20:29

암능과 노송이 어우러진 감악산과의 운우지정

 

● 산 행 지 : 원주 감악산(945m)

● 산행일시 : 2010년 7월 25일 (일)               

● 누 구 랑 : 산7000 산악회

● 산행코스 : 황둔교-감악고개-감악산-월출봉-693봉-황둔교(약 8km, 3시간)

● 사진은 ? : 산7000 산악회 회원 여러분

 

 

 

 

강원 원주시 신림면과 충북 제천시 봉양읍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지만, 보통은 원주 신림면 쪽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통은 원주 감악산이라 불린다.

산이름 앞에 지명을 넣는 이유는 감악산이 이곳 말고도 두 곳이 더 있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파주의 감악산(677m, 본인은 2008년 10월 다녀온 곳임.http://blog.daum.net/yooyh54/2)이고, 다른 하나는 경남 거창의 감악산(951m)이다.

 

 

감악산(紺岳山) !

경기도에 있는 안양 관악산(632m), 개성 송악산, 파주 감악산, 포천 운악산, 가평 화악산을 ‘경기5악(嶽또는岳)’ 이라 하며, 전국에는 10대 ‘악(嶽)’자가 들어가는 산이 있는데 이는 설악산(1708m), 화악산(1468m), 치악산(1288m), 황악산(1111m), 월악산(1097m), 운악산(936m), 모악산(794m), 감악산(675m), 삼악산(654m), 관악산(629m)을 꼽는다.

그런데 높이가 945m(여기 저기 기록이 틀리게 기록되어 있다)이면서도 '전국 10대 악(嶽)산'에 그 이름을 올리지 못 한 것을 보면, 아마도 치악산을 모산으로 하기 때문에 그 그늘에 가려 빛을 못 보는 경우가 아닌가 한다.

 어째거나 감악산(紺岳山)이란 이름은 파주 감악산의 경우, 신령스러운 산이란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일거라 추정된단다. 즉 우리말에서 신령스런 큰산에는 신(神)을 의미하는 고유어 감악이나 감앙과 같은 단어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단다.

아마도 다른 두곳의 감악산이란 산이름도 위와 같은 이유로 지어졌을 것이다.

원주 감악산의 서쪽에 있는 원주시 신림(神林)은 말그대로 신들의 숲이니 말이다.

그곳 신림에는 서낭신이 강림한다는 성황림(천연기념물 제93호)도 있다고 한다.

그뿐아니라 감악산 정상의 남쪽 밑에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조사가 창건한 백련사가 있으며, 산의 남쪽 기슭인 봉양 쪽에는 배론성지가 있으니 그야말로 신성한 기운을 품은 영험한 땅이기에 붙여진 이름이 분명하다.

오늘은 출발도 하기전 서론이 너무 길어졌다.

그러나 그런 신령스러운 산, 감악산의 품에 안겨 하루를 보내게 되었으니 이보다 큰 복이 어디 있으랴.

 

 

오늘의 들머리는 황둔교이다.

그곳으로 들어서는데 자연석에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가라하네 '

라고 하는 고려 말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화상이 지은 <토굴가>가 새겨져 세워져있다.

사실 이 선시는 광교산 종루봉 팔각정의 편액에 쓰여져 있어 그녀의 품에 안길 때마다 되뇌보곤 하였는데 그 제목이 <토굴가> 임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물론 이곳 저곳의 <토굴가>가 한문을 번역하는데 있어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현대인들이 산을 찾으며 한 번씩 되새겨 볼 싯귀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도착한 들머리 황둔교는 벌써 장사진이다.

많은 산악회들이 계곡이 좋은 이곳을 여름 산행지로 선택해서 인가보다.

그렇게 80여명에 이르는 대부대 틈에 끼어 그녀 감악산의 품에 안겨본다.

조금 오르다 약한 소나기를 만나니 우비를 입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하다 그예나 입긴 입었는데 거추장 스러워 얼마 못가 다시 벗어 버린다.

그리고 조금 걱정이 앞선다.

지금까지의 경우 비상용으로 배낭에 등산화 또는 운동화가 들어 있었는데, 오늘은 신고 온 슬리퍼 조차 버스 안에다 두고 왔으니 말이다.

어째거나 큰 어려움 없이 감악고개를 넘고, 백련사 갈림길에서는 집행부의 뜻을 따라 백련사를 생략하고 정상으로 향한다.

올라가는 길 '악(岳)'자가 들어가는 산 답지 않아 같이 걷고 있던 소리새와 이래서 '악(岳)'자 들어 있는 대우를 못 받나 보다며 흰소리를 해본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정상이후부터 우리가 하산길로 선택한 감악산의 북쪽면인 정상-월출봉-693봉은 그야말로 갖출 것은 다 갖춘 멋진 산이다.

아찔한 바위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고, 수려한 경관, 화끈한 조망이 어디다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숲길을 조금 걷다 보면 금새 밧줄이 암봉에 걸려 있어 스릴있는 밧줄타기를 하게 한다.

너무 힘들어 괜히 왔다 싶으면 잘 생긴 소나무가 서있는 넓직한 바위가 나타나 주위를 조망하게 발걸음을 붙잡는다.

 

 

 

  

한참을 쉬며 주변을 둘러보고 다시 걷노라면 이내 또다시 절벽이 앞을 가로 막고 그곳엔 어김없이 하늘에서 내려 온 듯한 밧줄 하나 외로히 우리를 맞는다.

바위가 아닌 부분도 거의 직벽에 가까운 된비알이다.

급경사와 암릉의 연속으로 스릴 만점의 운우지정이다.

쌀쌀맞고 자존심강하지만, 숨겨진 색다른 성감대를 가진 여인네와 어렵게 어렵게 성사된 운우지정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니, 수줍고 내성적이어서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어찌하여 성사된 운우지정에 그녀의 또다른 면모를 알게됐을 때의 감정이 이 원주 감악산과의 운우지정과 같지 않을까?

 

누군가가 산은 올라간만큼만 자신을 보여주기에 매력적이라고 한다.

어려움을 헤치며 산길을 걷는 쾌감이야 말로 경험한 사람만이 아는 즐거움이다.

암능과 송림이 잘 어우려져 있는 감악산!

오늘 그녀와의 만남은 또다른 운명이다.

 

 내려오는 길 살포시 웃음지며 수줍게 맞아주는 원추리 꽃 한송이와 꽃들의 운우지정을 돕고 있는  전령사 나비의 모습은  감악산과의 운우지정에 지친 맨발나그네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날머리 계곡 옆에 차일을 치고 산악회 복달임을 대신 하니, 감악산과의 운우지정의 괘락의 뒤끝을 감악산 계곡에 취하고, 좋은 분들과의 반야탕에 취하게 해 더 더욱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

 

(댓글 보기)

 

추루 10.07.29. 01:23
제 고향부근의 산을 다녀오셨네요.
제천이 고향이지만 신림면에는 제 큰 고모님이 사셨습니다.
스릴있고 힘든 밧줄타기를 여자와 비교하심이 재밌습니다. ㅎ

근데요, 궁금한게 있습니다.
밧줄의 안정성을 얼마만큼 자주 검사를 하는지요?
사철동안 등산객이 매일 밧줄을 이용할텐데.....
저는 좀 불안하다는 생각이 앞서네요 치킨이라서....ㅎㅎ
파란옷이 아닌 빨간옷을 입으시고 나눈 운우지정...더 멋져보이십니다 *.*
 
맨발나그네 10.07.29. 20:20
감사 또 감사합니다.........
밧줄의 안정성이라.......... 글쎄요? 그러고 보니 한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네요
 
미소한스푼 10.07.29. 10:54
제목만 보고 울동네 감악산 인줄 알았네요 ^^
잘 보고 갑니다
 
맨발나그네 10.07.29. 20:22
파주 감악산? 아님 거창 감악산 ?
거창 감악산이야 아직 데이트를 못해봤지만...
파주 감악산은 '악'자 들어가는 산 마련하면 그렇게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산이더군요.......
 
미소한스푼 10.07.29. 20:56
파주 감악산이요 ~~~~~~`
 
맨발나그네 10.07.29. 21:46
2008년 10월 4일 감악산을 다녀 온 적이 있네요...
 
미소한스푼 10.07.29. 21:48
전 울 동네라도 아직 못가보앗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