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맨발나그네 2010. 8. 10. 10:01

<계곡(1)> 아침가리골(2009년 7월) (  http://blog.daum.net/yooyh54/143  )

<계곡(2)> 칠선계곡 (2009년 8월) (  http://blog.daum.net/yooyh54/144 )

 

산과 계곡이 어우러진 석룡산과 조무락골과의 운우지정

 

● 산 행 지 : 석룡산(1150 m, 경기 가평군 북면과 강원 화천군 사내면의 경계)과 조무락골

● 산행일시 : 2010년 8월 8일 (일)               

● 누 구 랑 : 산수산악회

● 산행코스 : 계획 :38교-갈림길-940봉-정상-방림(쉬밀)고개-쌍용폭포-중봉갈림길-용수동

                    실행 : 38교-갈림길-940봉-정상(역순)-용수동(약 10km, 약 5시간)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찜통더위, 이럴 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작년에 들렸던 아침가리골 생각이 간절하고, 우리나라 3대 계곡중의 하나라는 지리산 칠선계곡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그래서 산악회 카페 여기저기를 힐끔거려 본다.

그중에 조무락골을 품고 있는 석룡산이 계곡과 산행을 할 수 있어 좋아 보이는데 이미 만원사례이다.

그래도 산수산악회의 회장인 명동거리님에게 전화를 해본다.

운좋게 OK사인을 받고 따라 나선 길이다.

 

 

석룡산은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다.

가평은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화악산(1468m)과 명지산(1267m), 국망봉(1168m)등 경기도의 내노라하는 산들을 품은 고장으로 전체면적의 85%가 산인 산국(山國)이다.

휴가철이어서 약간 밀리는 길을 가다보니 어느새 가평땅으로 들어선다.

 

(35년전 가평의 목동 근처의 사격장에서의 휴식<좌측이 본인>과 가평 어느 산골에서의 분대전투 훈련중 모습<아래 우측 2번째>)

 

(35년전 하사관학교 생도 시절의 본인. 그때는 단풍하사라 불리었지요)

 

 버스안 옆자리에 있는 우정이님의 고향이 가평이라 하고 나 또한 적지 않은 인연을 가진 곳이라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을 피운다.

35년전 군 입대와 동시에 가평의 제3하사관학교라는 곳에서 6개월간의 교육을 받고 육군단기하사로 임관된 곳인데, 그때는 어찌나 훈련이 고된지 가평 쪽을 바라보고는 거시기도 보지 않겠노라고 전우들과 다짐하곤 하던 곳이다.

그 시절 가평천 상류쪽으로 난 비포장 도로를 따라 목동교를 돌아오는 10Km완전군장 구보훈련을 매주 해야 했으며, 그곳 용추계곡 근처에 위치한 유격훈련장에서 뺑뺑이를 돌아야 했다.

유격훈련이 끝난후 1주일간에 걸쳐 가평의 산하를 휘저으며 한 행군 훈련은 정말 힘들었던 기억 밖에 없다.

그밖에도 6개월간에 걸쳐 가평의 산하를 휘젓고 다니며 고된 훈련을 하였기에 전우들과 그런 농담을 주고 받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때는 그때이고, 지금이야 이런 저런 일로 가끔씩 들르기도 하고 이렇게 유쾌하게 옛날을 그리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고장이 가평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평읍내를 거쳐 목동을 거쳐 가평천을 따라 한참을 가니 들머리 38교에 도착이다.

38교는 차량과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들머리인 38교를 출발하여 계곡을 따라 오른다.

벌써 계곡은 휴가를 온 인파와 다른 산악회 회원들로 초만원이다.

많은 매체에서 호젓한 여행지로 권해 놓은 곳인데, 이곳도 그 호젓이라는 명칭에서 멀어지기 시작인가 보다.

오늘 이곳을 찾은 산수산악회도 마찬가지 이지만, 타 산악회들도 대부분 삼복더위를 피해 복달임을 왔는지 벌써들 자리를 펴고 있다.

 

 

어째거나 나야 새로운 연인 석룡산의 품에 안겨 운우지정(정상에 오름)을 나누며 땀을 흘리기 위해 왔으니 몇명의 지원자와 안내하는 산행대장을 따라 한참을 오르니 갈림길이다.

이곳부터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한참을 오르니 울창한 전나무숲 사이길도 만나고, 잣나무 사이길도 만난다.

 

 

 

 

어제 온 비로 산길로도 물이 흘러 등산객들을 난감하게 하지만, 맨발나그네인 나는 발목까지 빠지는 물길이 그저 시원하고 좋을 뿐이다.

길은 넓은길과 좁지만 그럭저럭 걸을만한 샛길로 나뉘어 만났다 헤어지길 몇차례하는데 샛길이 소로이지만 지름길이니 많이들 샛길로 오른다.

무척 더위 땀깨나 흘릴 것이라는 홍대장의 사전 설명에 사실 겁을 먹었었는데, 걱정했던 것보다는 견딜만 하다.

그렇게 주변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다 보니 삼각점이 박혀있는 1145봉과 만난다.

정상이 아닌가 했는데 200~300m를 더 가야 정상이란다.

 

 

정상석이 있는 석룡산 정상은 사방이 답답한 숲에 싸여 있어 조망도 없고, 또한 많은 사람로 북적여 간신히 인증샷 한장으로 만족하고 자리를 뜬다.

이름이 석룡산(石龍山)일진대 어디를 둘러보아도 그럴싸한 바위조차 없고, 여러 자료를 보아도 이름에 대한 유래가 없어 궁금하다.

그뿐아니라 산높이 조차도 정상석이 두개 있는데 흑석에는 1147.2m, 백석에는 1153m, 두산백과사전에는 1150m, 그 밖의 또다른 자료에는 1155m 등 제각각이다.

이는 석룡산 뿐아니라, 대부분의 산들이 이러하다.

그래도 두산백과사전이 공신력이 있어 보이니 이 글 초입에 석룡산 높이는 거기에 적힌 1150m를 선택하련다.

어째거나 정상에서 계속 직진하여 원래 목표였던 방림(쉬밀)고개를 거쳐 조무락골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걷고 싶건만, 올라오기전 집행부가 정상을 밟은후 역코스로 내려오기를 권하니  따를 수 밖에 없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니 일행중 양국장님과 몇몇이 간식상을 펴고 있고, 그곳에서 오가피주 몇잔을 얻어 걸치니 부러울게 없어진다.

 

(1145봉에서 바라본 경기제일봉 화악산)

 

 

내려오는 길 1145봉에 들려 경기도의 최고봉 화악산을 조망하고, 그 화악산을 중심으로 드넓게 펼쳐진 가평의 산하를 둘러보고 다시 하산길을 재촉한다.

참새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친다고 했던가.

한무리의 산객님들이 복분자를 들고 있다가, 맨발로 걷고 있는 나에게 관심을 표하며 한잔 권하니 그곳에 잠시 눌러 앉아 복분자를 얻어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자리를 뜬다.

그러다 보니 혼자가 된다.

많은 등산교범에는 산에서의 음주는 절대 안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배낭 속에는 오늘도 많은 량의 주류들이 찾이하고 있다.

음주상태로 맨발로 걷는 다는 것이 자칫 정신이 산만해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금씩만 마셔야겠다고 항상 마음먹지만, 마음먹은대로 머리가 따라주지 않으니 맨발인 내발이 자주 고생을 한다.

오늘도 정상근처에서의 오가피주와 이름모를 산객님이 권한 복분자주에 알딸딸해진 나는 혼자가 되어 전나무 숲 사이 길을 걸으며 높은 하늘을 바라보고, 시원한 공기도 마시며 석룡산의 품에 안겨 푸른 자연을 맘껏 즐긴다.

舞樂鳥는 안보이지만, 어디선가 이름 모를 새 한마리 지저귀고, 간간히 매미 울음소리 울리는 숲길을 산의 정령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다.

정도전이 삼봉집에 "세상에서 유람의 즐거움을 다하는 자는 반드시 그윽하고 깊은 산수를 찾거나 아니면 광막한 원야를 걷는다. 그래서 정신을 피로하게 하고, 근육을 수고롭게 한 뒤에야 즐거움을 얻는다"라고 하였다.

무더운 날씨속에 미끄러운 산길을 맨발이 되어 걷다보니 근육은 적당히 수고로웠고, 정신은 적당히 피곤하였으며, 적당히 반야탕까지 음미하였으며, 여기가 깊은 산수이니 그 어찌 즐겁지 아니 할 손가?

그러고 보면 즐거움을 얻는 방법은 500여년전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올라 오던길 역순으로 부지런히 내려와 조무락골 계곡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 다시 복호동폭포까지 다녀 오려고 시간을 확인하니 15시이다.

같이 온 일행들을 생각하니 도저히 시간을 맞출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그 삼거리 근처에서 으슥한 계곡물에 몸을 담근다.

석룡산과의 운우지정에 땀범벅이 되었던 몸이 금새 오그라든다.

금방 뼈속까지 얼어 붙는 듯 차다.

이를 악물고 견뎌보지만 10여초를 못 견디고 뛰쳐나오고 말 정도이다.

그 조무락골은 여러 해석이 따른다.

어느분은 조무락골(새鳥, 춤출舞, 즐거울樂, 빠질汨)이라 하여 '산새들이 계곡의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춤추고 즐기다가 무아지경에 빠져 죽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계곡'이라 하기도 하고, 또 어떤이는 숲이 울창해서 산새들이 조무락(사투리로 조잘거린다라는 의미라 함)거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아무려면 어떤가?

이 조무락이건 저 조무락이건 또다른 조무락이건 어째거나 산세가 아름답고, 계곡의 비경에 새들까지도 춤추며 즐겁게 노니는 곳이라니 그저 보고 즐기면 되는 일이다.

그녀 석룡산과 조무락계곡과 한몸이 되어 뒹글면 되는 일이다.

삼거리 길부터 하산길이 주변의 상점과 많은 인파로 번잡하긴 하지만, 사이 사이로 계곡으로 내려서는 소로길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하며 계곡과 함께 해본다.

숲도 울창하고 바위도 많은데다 물안개가 피워 오를 정도로 시원한 계곡을 따라 걷는다.

울창하게 우거진 숲사이로 한줄기 햇살이 내리 쬐니 그 또한 아름다운 그림 한폭이다.

물살이 빠른 곳은 들어 설 엄두조차 낼 수 없지만, 평온한 흐름을 가진 곳에서는 발을 담가 보기도 한다.

 

 

사람들은 보통 석룡산 조무락골이라 하지만, 사실은 경기 제일봉 화악산과 석룡산 사이의 계곡이다.

가평천의 최상류로 대략 6km에 이르는 폭포와 담(潭)과 소(沼)가 어우러져 비경을 이루는 조무락골 계곡을 인무락(人舞樂)하며 천천히 음미하려 했건만, 시간 관계로 그 일부만 맛 볼 수 있음이 못내 아쉽다.

조무락골의 백미라하는 복호동폭포의 물줄기를 보지 못함도 못내 아쉽다.

그렇게 그녀(석룡산)의 품에, 그녀의 가슴선을 따라 5시간여의 운우지정을 나누니, 오늘도 맨발로 10여km를 걸어 전체 맨발 걷기 마일리지가 700km에  이르는 날이다.

 

산악회에서 준비한 삼계탕에 반야탕까지 마신후 돌아오는 길, 길은 그대로 주차장이니, 그곳에서 수원까지 대략 5시간이 걸린 대 여정이었다.

이런 날이면 다시는 먼 산행은 안하겠다고 다짐하곤 하지만, 주말이 가까와 오면 또다시 산악회 카페들을 이리저리 크릭하는 나를 보게되니, 입밖으로 내 다짐하는 일은 삼간다.

 

맨발 나그네님 대단하십니다. ㅎㅎ 전 맨발로 백미터도 못갈것 같아요~~~늘 건강하시길요^^ 10.08.10. 14:48
ㅎㅎㅎㅎ
제멋에 겨워 그냥 맨발로 걷지요...
항상 관심 보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10.08.10. 19:27
 
맨발 나그네 님 덕분에 오늘도 저는 컴 앞에서
눈으로 푸르름의 행복한 선물을 마음껏 받았습니다.ㅎ
젊은시절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같으시네요.
사진에서 누구라고 말씀을 하지 않으셨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을정도로요ㅎ
계곡에 흐르는 물이 참 깨끗해 보이네요.
즐겁고 행복해 보이셔서 보는이도 행복해집니다.
감사합니다.
10.08.11. 02:48
ㅎㅎㅎ
오래간만에 가평 땅을 밟다보니 감상에 젖어 아주 오래된 추억의 창고에 있던 흑백사진을 꺼내 보았답니다...
그 시절 훈련이 고되 몸무게가 한 56~7kg이나 나갔을라나...
그 사진을 보고 누구는 꼭 인민군 같다고도 하드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