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맨발나그네 2011. 8. 15. 17:27

맨발나그네 만수봉에서 신선놀음에 빠지다

 

● 산  행  지 : 만수봉 (983m, 충북 제천시)

● 산행일시 : 2011년 8월 14일 (日)               

● 누 구 랑 : 산그린산악회

● 산행코스 : 만수휴게소->갈림길->안부->만수봉-> 만수골->만수휴게소

 

 

 

 

 

폭염과 장마로 이어진 올 여름도 그 끝자락이 아닌가 싶다.

올 여름도 휴가다운 휴가를 못 보냈으니 그 여름의 끝자락에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가 볼 요량으로 따라 나선 길이다.

오늘의 산행지인 만수봉은 월악산국립공원내에 있다.

만수봉은 월악산 남쪽으로 이어진 산줄기에 우뚝솟은 봉우리로 백두대간 줄기인 포함산과 이어져 있다.

그 주변 산중의 일인자인 월악산에 가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만수계곡을 품은 만수봉도 나름대로 운치있는 산임에 틀림없다.

월악산국립공원 만수휴게소를 들머리로 하여 출발한다.

요즘 연이은 교통사고 후유증인지 몸의 컨디션이 좋지않아 지난주 산행도 쉬어야했고, 이번주 만수봉에서도 자연학습탐방로나 어슬렁거리다 물놀이나 조금하다 와야겠다고 마음먹고 따라나선 길인데 마음과 달리 몸은 만수산 정상을 향해 일행을 따라 좌측 사면을 오르기 시작한다.

산과의 운우지정을 나누지 않으면 안되는 병에 걸린게 틀림없다.

 

 

 

 

 

만수봉 정상을 향하는 왼쪽 길은 된비얄이어서 모두 숨을 가쁘게 몰아 쉴 뿐 아니라 땀으로 목욕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힘든 길이다.

그뿐아니라 올라가는 길 많은 소나무들이 밑둥에 깊은 상처를 안고 서있는 모습은 안타까운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 보게하는 힘든 길이다.

내일이 8.15 광복절이어서 그 역사의 현장은 더 내마음을 아리게 만든다.

일제 침략자들은 미국의 석유공급이 중단되자 송진을 얻어 그것으로 부터 송유를 뽑아내 석유나 휘발유에 섞어 전쟁을 치루기 위해 수탈을 한 흔적이라 한다.

하긴 이제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많은 분들이 떠나도 이 소나무들은 계속 이자리를 지키며 일제의 잔혹한 수탈사인 슬픈 역사를 말해 줄 것이다.

 

 

 

 

 

 

그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걷노라니 이 산악회의 산행대장인 청산님이 발이 답답했던지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던지고 맨발 산행에 동참하신다.

뉘신지는 모르나 맨처음부터 맨발이 되었던 분과 함께 또 중간에 잠깐 맨발이 되었던 여성분과 함께 오늘은 꽤 여러분이 맨발이 되어 항상 외롭게 맨발이 되어야 했던 이 맨발나그네를 즐겁게 해 주신다.

가끔 쉼터에서 만나는 시원함 바람을 친구삼아 안부에 오를 수 있었고 그곳부터 만수봉 정상까지는 조릿대와 나무들이 울창한 능선길로 이어진다.

 

 

 

 

가끔은 숲을 헤치고 기암 절벽이 자리잡고 있고 그곳에는 어김없이 절벽과 어우러진 소나무가 한폭의 동양화가 되어 보여주고 있으니 그럴적마다 나그네 발길을 멈추고 동양화 감상에 흠뻑 빠진곤 한다.

 

 

 

 

 

 

 

 

 

만수봉 정상은 나무들로 인하여 탁트인 전망이 아니고 날씨도 흐려있어 조망이 시원치 않다.

그러나 멀리 월악산의 빼어난 자태가 꼭 사극 속 큰 목간통 속의 여인의 목욕 모습처럼 안개사이로 나의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하긴 월악산의 멋은 월악산 속에서는 덜 느껴질 것이다.

이렇게 먼 발치에서 월악산을 감상할 수 있음은 또다른 행운이다.

또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면 첩첩산중인 모습이 눈앞에 아스라이 닥아온다.

그것이 하설산과 문수봉을 거쳐 백두대간 대미산, 황장산으로 이어지는 산인지, 아니면 포함산 너머 주흘산인지, 아님 탄향산 너머 부봉으로 이어져 마역봉에서 조령산으로 이어지는 산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파노라마로 펼치지니 뭐 어떤 산이면 어떤가.

 정상에서 가져온 과일등을 나누어 먹고는 다시 길을 나선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니 만수계곡이 시작된다.

만수계곡은 사시사철 수량이 풍부하다고 하는데 이번 여름은 특히나 많은 비로 인하여 계곡이 환상적이다.

그래서 일행에서 뒤쳐져 계곡물 흐르는 소리와 매미 울음소리의 앙상블을 벗삼아 오늘도 반나절 신선이 되어 본다.

때묻지 않은 삶의 노래인 계곡물 흐르는 소리와 암컷의 관심을 끌기 위한 애절한 '세레나데'인 수컷매미 울음소리가 하모니를 이룬 오케스트라 연주를 배경으로 걷고 있으니 바로 맨발나그네 신선이 된양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일행으로 부터 뒤쳐져 신선놀음에 푹 빠진다.

브리태니커 사전에 의하면 신선이란 '중국 도교에서 도교의 의식과 가르침에 따라 심신을 수양하여 신성(神性)을 얻은 불멸의 존재'라고 정의하고 여러 부연 설명을 곁들여 놓았다.

하긴 신선이 되기 위해서는 영생불사의 선약을 먹어야 한다거나, 호흡법, 식이요법등에서 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뿐인가?

신선이 되는 길을 다룬 책에 의하면, 신선이 되는 길은 두 단계를 밟아야 한다.

첫째 단계는 몸 안에 기를 축적하여, 십이경락(十二經絡)과 기경팔맥(奇經八脈)을 뚫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절대로 병이 생기지 않는다.

둘째 단계는 공덕을 쌓는 일이다.

아무리 기경팔맥을 뚫었어도 인간세계에 공덕을 쌓아 놓은 것이 없으면 신선이 될 수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공덕을 쌓아야 하는가?

도교에서는 그 공덕의 종류와 차원을 자세하게 규정하여 놓았다.

공덕별로 각기 점수까지 매겨 놓은 것이다.

이를 도교에서는 '공과격'(功過格:공덕과 죄과를 기록하는 표)이라 한다.

신선이 되려면 3000점의 공덕(三千功德)을 쌓아야 한다고 한다.

하여튼 기를 축적하고 착하고 바르게 살다보면 신선이 된단다.

 

 

 

 

이렇게 신선에 대한 많은 부분들이 도교와 연관되어 설명되어 지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민족의 고대사는 신선의 역사라 볼 수 있다.

불교사찰에 불교와 관계가 없는 산신각이 자리잡고 산신인 신선을 모신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신선은 그저 사전속의 단어로만 우리에게 닥아온다.

신선이 사라진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누구는 요즘 세상에 신선이 없어진 이유가 신선이 타고다닐 호랑이가 멸종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지만 이렇게 어려운걸 지키고 실행해야 한다니 신선이 없어진 이유를 알만하다.

하지만 오늘의 나처럼 비경을 감상하며 자연을 느낄 수 있다면 준신선이라도 되는 것 아니겠는가.

 

 

 

 

만수봉 만수계곡의 비경 속에서 생각을 놓아버리고, 욕심을 놓아버리고 그저 무념무상의 상태로 걸으며 반나절짜리 신선이 되어 본다.

비록 타고다닐 호랑이도 없고, 긴 흰수염도 없으며, 멋드러진 지팡이도 없지만, 선계(仙界)를 벗어나서 속세로 돌아간다 해도 누구에게나 웃어주고 누구에게나 칭찬하고 누구에게나 이간질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신선의 삶이 아니겠는가.

여유롭고 평화로운 풍류객인 맨발나그네가 되어 가끔씩 이렇게 산길을 혼자 걸으며 신선인 듯 착각할 수 있다면 더 없이 행복한 삶이 되리라.

 

 

아니 나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이 되보게 하는 것이다.

요즈음 아주대 평생교육원에서 사회적기업가아카데미를 수강하고 있는데 몇주뒤부터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기 위한 사업계획서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래서 수강생 모두가 고심하고 있는데 오늘 만수계곡을 걸으며  신선학교를 세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대한민국은 지천이 산인 나라다.

그 산 어딘가에 신선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베트남 틱낫한 스님이 이끄는 프랑스의 '플럼빌리지'나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박사가 운영하는 홍천 '힐리언스 선(仙)마을'  만큼은 안되겠지만 신선학교를 만들어 현대생활에 지친 몸과 상처받은 마음을 자가치료, 자연치료 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생각으로 머리 속을 꽉 채운다.

각자가 꿈꾸는 신선이 되는 학교, 그냥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학교, 그저 머물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학교를 꿈꾼다.

 이렇게 도끼자루 썩는줄 모르고 신선놀음에 빠져 내려오다 보니 산악회 후미 산행대장과 만나 다시 신선놀음에서 깨어나 바삐 속세의 인간세상과 합류한다.

그리곤 인간세상의 일상생활에 젖어든다.

하지만 가끔의 신선이 되기에 부끄럽지 않게  입에서는 말이 적고, 마음에는 일이 적고, 뱃속에는 밥이 적은 생활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며 오늘 만수봉과의 즐거운 운우지정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