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맨발나그네 2012. 8. 14. 21:32

 

빗속 신선이 되어 거닌 두악산

 

 

● 산 행 지 : 두악산 (720m, 충북 단양)

● 산행일시 : 2012년 8월 12일 (日)

● 누 구 랑 : 산수산악회

● 산행코스 : 단성지서-정상-소선암휴게소

● 사진은 ? : 산수산악회여러분

 

 

충북 단양은 산과 강이 어우러진 고장이다.

한반도의 중심뼈대를 이룬 백두대간이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남으로 달려가다 단양 땅에서 소백산과 월악산을 낳는다.

그리고 주변에 황정산, 말목산, 제비봉, 도락산, 계명산, 금수산, 덕절산등을 만든다.

그 산들 사이로 남한강 물길이 유유히 흐른다.

주변에는 단양8경인 도담삼봉, 석문, 구담봉, 사인암, 옥순봉이 있고, 선암계곡에는 단양8경에 속해있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 있다.

높은 산과 단양8경의 명성에 밀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산이 있으니 오늘 찾는 두악산이다.

 

 

 

 

오늘 두악산 들머리는 옛 단성파출소 옆 골목이다.

소로를 따라 사과밭도 지나고 낙엽송 고개마루도 지나며 10여분 올라가면 단봉사와 갈라지는 삼거리이다.

오늘 일행중에는 가끔 함께 맨발이 되곤 하던 느티(쌈닭)님이 등산화를 벗어 배낭에 걸고 맨발로 걸으니 모두들 관심을 갖는다.

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 외길이다.

그러나 된비얄도 이런 된비얄이 없다.

모두들 입에 단내를 풍기며 헉헉거리며 오른다.

전망 또한 꽉 막혀 산행이 지루하다.

마침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걷던 산수산악회의 총무님과 맨발걷기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으니 그나마 지루함이 덜해진다.

거기다 소나무가 많아 솔향까지 코끝을 간질이니 그럭저럭 걸을 만하다.

산의 7부능선쯤 다다를 때부터 가는 비줄기가 시작되어 땀을 식혀주고 있다.

 

 

(소금무지봉 정상에서 산수산악회의 쪼맨이님의 따님과 두 손자들)

 

(쪼맨이님은 두 손자가 미래에 엘리트 산악인이 될 거라고 하셨는데 꼭 소원성취하시길...)

 

 

마지막 급경사의 통나무 계단을 오르면 그곳이 소금무지봉 정상이다.

두악산 정상은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727m봉이란다.

선답자들의 글에 의하면 소금무지봉에서의 조망이 일품이라 한다.

단양대교를 중심으로 소백산, 덕절산, 말목산, 금수산, 도락산등이 한눈에 들어오고, 충주호가 바로 발아래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그러나 정상에 도착했을 때 빗줄기는 제법 굵어져 있었고, 주변은 짙은 연무에 아무것도 안보인다.

그저 실루엣으로 짐작하며 쉼을 갖는다.

정상은 아담한 정원처럼 잘 꾸며진 데크목 전망대가 있고 그 중앙에 참나무 한그루가 자리잡고 있으며 그 앞으로 세 개의 항아리가 나란히 묻혀있다.

그 항아리 세 개에는 전설이 깃들어 있으니 사람들은 이 항아리기 묻혀있는 봉우리를 ‘소금무지봉’이라 부른다.

그리고 두악산을 이 지역사람들은 소금무지산이라 부른다.

전설을 더듬어 가보자면, 단양은 예로부터 불이 자주 일어나 재산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어느날 또 불이나 마을사람들이 불을 끄느라 허둥대는 것을 본 어느 도인이, 단양(丹陽) 고을의 지명은 모두 양(陽)으로 화기이고, 단양의 진산인 두악산이 불꽃모양이라 강바람이 몰아쳐 단(丹)의 붉은 기운을 몰아세우고 양(陽)자의 뜨거운 빛을 밀어서 두악산을 굴뚝형상을 만든다고 하드란다.

따라서 불꽃형상인 두악산에 항아리 세 개를 묻어 가운데 항아리에는 소금을, 양편 항아리에는 단양천 물을 부어 놓으면 더 이상 불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러주었단다.

마을사람들은 도인의 말대로 하였더니 그 다음부터는 더 이상 불이 나지 않았다고 전해온다.

그때부터 두악산은 소금무지산으로 불리웠고 자식이 없는 여인이 단양천이나 남한강에 목욕을 하고 물 항아리와 소금항아리를 채우고 소원을 빌면 자식을 낳았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다고 한다.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져 인증샷 한방 없이 하산을 서두른다.

올라올 때와 달리 소선암공원으로 내려오는 길은 조망이 좋다고 하는데 정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짙은 연무로 인해 조망에 실패하였으니 지루한 하산길이다.

더군다나 우중산행이니 길은 미끄러워 이 맨발나그네를 더욱 조심하게 만든다.

하지만 우중산행이어서 주변의 숲들은 빗물을 머금어 더욱 싱그럽고, 그 뜨거웠던 지난 여름날을 잊을 정도로 시원함이 내 몸을 감싼다.

비록 빗물은 차가웠으나 마음을 따듯하게 적셔주는 비다.

그 비속을 걷는다.

마음을 비워내며 나 자신을 돌아보며 걷는다.

앞으로 걸어갈 남은 인생길에 대해 관조하며 걷는다.

숲이 주는 2% 높은 신선한 산소와 피톤치드와 테라펜이 가득한 숲길을 걷는다.

오랫동안 태양과 뺨 비비던 나무들이 오늘은 비와 입 맞추며 즐거워한다.

그러기에 빗물 머금은 솔향과 흙내음의 향취가 더 진하게 내 콧등을 간지럽힌다.

비록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없는 두악산 산행이지만 비를 맞으며 걸었던 두악산의 정취가 오랫동안 생각 날 것이다.

 

그렇게 비속을 고독에 젖어 걷다보니 어느덧 선암계곡에 위치한 소선암자연휴양림이다.

울창한 숲과 심산계곡이 함께하니 이곳 또한 무릉도원이요, 그곳에 발길을 머문 나는 신선이 따로 없다.

하지만 비로 인하여 날씨도 선선하여 계곡 물놀이는 생략한채 반야탕(般若湯: 범어에서 반야는 Prajna로 지혜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반야탕, 즉 술은 '지혜의 물'인 셈이다)의 세계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