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맨발나그네 2021. 5. 17. 21:39

● 언 제 : 2021년 5월 16일

● 어 디 를 : 독산성 세마대(5.33km)

● 누 구 랑 : 나홀로

 

 GPS 기록

 

 봄비를 맞으며 독산성을 걷고 있는 맨발나그네

 

찔레꽃.

동북 아시아 지역인 한국, 중국, 일본의 양지 바른 산기슭, 골짜기, 냇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미과에 속하는 관목이다.

그러니 사람들은 관상용으로 일부러 식재하지 않으니 도심에서는 보기 어려운 꽃이지만 모내기를 할 즈음인 요즈음 산이나 들 길을 걷다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꽃 중의 하나이다.

 

 

장미꽃이 립스틱을 짙게 바른 화려한 도시의 여성이라면 봄부터 이른 여름까지 작은 흰색 또는 연분홍색 꽃을 피우는 찔레꽃은 순수하고 소박한 시골처녀 같다.

하긴 꽃말로만 보아도 장미는 색깔에 따라 적색은 열렬한 사랑, 백색은 사랑의 한숨, 적황색은 불타는 사랑, 보라는 영원한 사랑 등으로 강렬한 사랑을 가르킨다.

 

 

하지만 찔레꽃의 꽃말은 고독, 신중한 사랑, 가족에 대한 그리움 이란다.

그러고 보면 찔레꽃의 꽃말은 찔레꽃에 얽힌 전설과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찔레꽃에 대한 전설은 몽골의 지배를 받던 고려시대에 ‘찔레’라는 처녀가 몽골로 끌려갔다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0여년이 지나 고향에 돌아왔다.

그러나 가족들은 온데간데 없어서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산골짜기를 헤매다가 죽었다.

그 뒤로 산골짜기에서는 찔레의 순박한 마음을 닮은 하얀 꽃이 피어서 사람들은 이를 찔레꽃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찔레꽃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이 많다.

1937년 여류소설가 김말봉은 그의 대표작 〈찔레꽃〉을 조선일보에 연재하였으며, 1939년 소설가 김동리는 『문장』지에 〈찔레꽃〉을 발표하였다.

수많은 시인들은 찔레꽃을 가지고 시를 지었다.

 

최영희 시인의 <찔레꽃 전설>이다.

 

         

 

찔레꽃 전설

            -최영희

 

봄이면 산과 들에

하얗게 피어나는 찔레꽃

 

고려시대 몽고족에

공녀로 끌려간

찔레라는 소녀가 있었다네

 

십 여년 만에 고향 찾은 찔레 소녀

흩어진 가족을 찾아

산이며 들이며 헤매다

죽고 말았다네

 

그 자리에 피어난 하얀 꽃

그리움은 가시가 되고

마음은 하얀 꽃잎, 눈물은 빨간 열매

그리고 애타던 음성은

향기가 되었네

 

내 고향 산천 곳곳에 피어나는

슬프도록 하얀 꽃

지금도 봄이면

가시덤불 속

우리의 언니 같은 찔레의 넋은

꽃으로 피네.

 

▲ 봄비 오는 날의 독산성

 

 

 

이해인님은 〈찔레꽃〉〈황홀한 고백〉〈오월의 아가〉〈5월〉〈맑은 종소리에〉〈모두 사랑하게 하소서〉등의 시 속에 찔레꽃을 이야기 한다.

 

그중 〈찔레꽃〉을 소개한다.

 

찔레꽃

       -이해인

 

아프다 아프다 하고 / 아무리 외쳐도

괜찮다 괜찮다 하며 / 마구 꺾으려는 손길 때문에

나의 상처는 / 가시가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남모르게 / 내가 쏟은 / 하얀 피 / 하얀 눈물 / 한데 모여 / 향기가 되었다고

사랑은 원래 / 아픈 것이라고 / 당신이 내게 말하는 순간

나의 삶은 /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축복으로 / 다시 태어났습니다

 

 

어디 소설과 시 뿐이겠는가?

사람들은 찔레꽃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냈다.

1942년 김영일이 작사하고 김교성이 작곡한 <찔레꽃>을 백난아가 노래 불렀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라고 첫소절을 시작하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이 노래는 오늘날까지 오랫동안 불리워졌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많이 불리워져 김정일의 애창곡이었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 봄비 오는 날의 독산성

 

<새색시 시집가네>로 데뷔한 이연실은 1972년 <고향의 봄>을 작사한 이원수님이 1930년 『신소년』잡지에 발표한 <찔레꽃>이란 동시를 바탕으로 하여 가사를 쓰고 박태선이 곡을 붙여 <찔레꽃>이란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하략)’ 라고 이어지는 노래는 옛날 힘겹게 보릿 고개를 넘겨야 했던 시절의 서글픔을 절절히 표현한다.

지금은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으니 상상이 안가겠지만, 속담에 ‘찔레꽃이 필 무렵이면 딸내 집도 안 간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찔레꽃 필 무렵은 춘궁기에 해당하던 때도 우리에게 있었다.

내 어릴적 찔레꽃으로 허기를 채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찔레순을 잎을 떼고 껍질을 벗겨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노래 <찔레꽃>은 1995년 소리꾼 장사익이 불렀다.

'하얀 꽃 찔레꽃 / 순박한 꽃 찔레꽃 / 별처럼 슬픈 찔레꽃 /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아!/ 노래하며 울었지/ 아 찔레꽃처럼 울었지/ 찔레꽃처럼 춤췄지/ 찔레꽃처럼 노래했지/ 당신을 찔레꽃 찔레꽃처럼 울었지/ 당신은 찔레꽃' 이라는 애절한 노래를 장사익의 목소리에 담으니 더욱 슬프고 가슴 절절하게 닥아온다.

음치인 이 맨발나그네도 이 계절 찔레꽃 터널을 지날나치면 가끔은 웅얼거리며 읊조리는 가사이기도 하다.

 

 

어째거나 시가 되었건 노래가 되었건 찔레꽃을 소재로 하면 처연하고 슬퍼진다.

아마도 찔레꽃 전설이 슬퍼서 그 연장선상에서 모두들 슬픔을 연상하나보다.

하지만 흰색 꽃잎 다섯장에 노란꽃밥(수술)이 수줍게 펼쳐보이는 소박함은 수줍은 시골 아낙네와 같다.

모든 야생화가 그렇듯 찔레꽃은 고향이고 어머니이다.

그리움이다.

추억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찔레꽃잎과 매콤하고 향긋한 찔레꽃 향기는 도시생활에 찌든 나에게 노스텔지어이고 힐링이다.

 

▲ 봄비 오는 날 독산성 산림욕장을 걷고 있는 맨발나그네

 

오늘도 봄비를 맞으며 독산성 삼림욕장을 걸으며 찔레꽃 향기에 취해 10여년전 썻던 찔레꽃 이야기를 다시 한번 정리하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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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 글 )

 

지역

21.05.17 22:24

독산성 몇번은 가봤는데
비 오는날의 찔레꽃이 예쁘네요
찔레꽃의 사연은 슬퍼도
고운 향기가 여기까지 전해오는 느낌이고
장사익의 한서린 찔레꽃 노래 소리가
귓전에 들릴듯한 글과 사진 잘 봤어요

 

나니

21.05.17 23:00

슬픈이야기 잘듣고 갑니다
ㅎ ㅎ 비가와서 신발은 벗으셧나 보네요~
아~~ 착각 이네요 닉네임이 ~~

 

안개비.

21.05.18 13:14

나홀로 산행좋죠
저도 가끔 나홀로 산행합니다
멀리는 아니구요 집 근처로
산아래 살아서 나서면 산입니다
늘 즐산 하시고 건강하십시요,

 

산토끼

 21.05.18 13:19

멋진 맨발 나그네님 완전 시인

글이 너무좋아요

 

 산수령

21.05.18 14:18

요즘은 풀숲에 독사같은 뱀들이 많이
잇네요. 특히나 뱀들을 못잡게하여 땅꾼들이
없어 졌어 뱀이 무좌게 많터라고요.
맨발 항상 조심하시고 안전하고 좋은추억
많이 쌓아 가셔요.

 

물바람

2021.05.21 16:39 

문학적 감수성이 대단히 높으십니다
찔레꽃에 대해 많이 알게 됬습니다.

 

브레드

21.05.24 10:56 

항상 멋지십니다.^^

 

김광회

21.05.24 16:26 

아름다운
삶,
찔레꽃 처럼 향긋한 5월의계절 속에 어린시절 찔레를 꺾어 먹던 그리움 속으로 ~
눈물반 웃음반
잠시나마 즐감했습니다.

비를맞으며 걸으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