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품취재>/>중국발품취재

최종명작가 2008. 3. 14. 17:20

7월 30일, 아침부터 비가 내릴 듯 찌푸린 날씨였다. 울산에서 온 한국인 가족이 운영하는 민박집에서 투어 일행을 만들었다. 윈난(云南) 쿤밍(昆明)에서 약 80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스린(石林)에 도착하니 비가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곳은 루난(路南) 현 내에 있어 루난스린이라 부른다.

 

아주 오랜 옛날, 지금의 지구 모습이 생기기 전 바다가 융기한 카르스트(科斯特) 지형이며 돌로 숲을 이룬 스린. 약 2억8천년 전 바다의 모습이라 한다. 생생하게 보려는데 비옷 입어야 하고 우산도 써야 하니 시야가 영 불편하다. 그렇지만, 거대한 돌들이 숲을 이룬 듯 아름다운 장관은 비 속에서도 아주 맛깔스럽다.

 

돌 숲을 거니는 것인지, 바다 속을 거니는 것인지 착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빗물의 조화 때문일 듯하다. 바위 속을 헤집고 다니면서 카메라와 캠코더를 꺼냈다 넣었다 두어 시간을 반복하면서 장엄한 광경을 세심하게 보았다.

 

스린(石林)은 바다 땅이 융기해서 만들어진 곳, 그래서 기이한 암석들이 숲을 이뤄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사람들은 연신 스린의 모습에 반해 돌들을 만져보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그런다.

 

따스린(大石林)과 �오스린(小石林)으로 나누어진 스린은 석회암의 용해(溶解)로 발생한 용식()과 침전(沉淀), 붕괴(崩塌), 함락(陷落)과 퇴적(堆)을 반복하며 석봉(石峰)과 석주(石拄), 석순(石), 석아(石芽)들이 화려하고도 울창하고 푸른 삼림의 모양을 띠고 있다.

 

바위에 ‘石林’ 이라 새겨진 곳은 따스린 초입이다. 돌로 이뤄진 병풍 같은 모습의 스핑펑(石屏风)이라는 곳이다. 각인된 두 글자는 1931년에 이족(彝族) 출신으로 반청운동을 하던 윈난 반군인 전군(滇军)에 참여해 나중에 윈난 성을 통일하고 그 주석이 된 윈룽(云)라는 사람이 쓴 발문(跋)에서 따 온 것인데 그 필체가 스린에 딱 어울린다 할 정도로 멋지다.

 

거대한 바위 가운데 작은 연못에 방울방울 빗물이 떨어져 맺히고 있는 곳은 �펑츠(峰池)이다. ‘’ 두 글자는 1935년에 이 지역 현장이던 왕씽윈(王行云)이 쓴 것으로 연못에 깊이 박힌 검의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세차게 비가 쏟아지니 잠시 돌 숲 사이에 몸을 피했다. 나뭇잎이 빗물을 머금고 있는 모습이 생명이 느껴지듯 푸르다. 물기를 머금고 있는 초록 잎사귀도 스린의 역사만큼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왔으리라. 잠시 비가 약해지면 다시 숲 사이를 뚫고 가는 길이 마치 그 옛날 바다 속을 거니는 듯 착각이 든다. 그러다가 하늘을 한번 바라보니 갑자기 코끼리 코 모양의 암석이 보인다. 이름하여 샹쥐스타이(象据石台)이다.

 

그리고 스린 한가운데 높이 솟아 있는 정자가 불쑥 나타난다. 바위 길을 따라 올라가 보니 정말 온 사방의 바위들을 모두 볼 수 있는 전망대라 할만하다. 이 왕펑팅(望峰亭)에서 바라본 모습이야말로 정말 바다를 뚫고 나온 바위들을 내려다보는 산봉우리라는 착각이 든다.

 

�오스린으로 가는 길에 롄화츠(花池)라는 호수가 있다. 마침 비가 내려서인지 호수에 들어가 투망으로 물고기 잡는 사람들이 있다. 팬티에 비옷만 걸치고 고기를 잡는 사람들이야말로 좋은 구경거리다. 팔뚝만한 크기의 고기를 잡자마자 바구니에 넣더니 들고 뛰어간다. 아마 음식점에서 이 요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 보다.

 

스린은 소수민족 이족(彝族)의 터전이며 자치현(自治)이기도 하다. 스린도 멋지지만 이런 사람들의 모양도 참 예쁘다. 아스마스(阿诗玛) 앞에는 연못이 하나 있는데 그 앞에서 소수민족 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한 일가족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이들이 참 예쁘다. 분명 한족인데 이렇게 이족 옷을 입으니 색다르다. 주로 흰색과 붉은색 옷에 문양도 원색적이지만 그 조화롭기가 꽤 상큼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머무는 것은 이족 소녀인 아스마(阿诗玛)의 전설 때문이다. 아주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마치 금이 빛나듯 예뻤다고 하고 사람들이 바라보면 마치 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듯했다고 한다. 노래도 잘 했고 꽃 수를 잘 놓기도 했으며 삼베도 잘 짜는 다재 다능했다. 전통명절인 훠빠제(火把)가 되자 그녀는 용감하고 지혜로운 아헤이(阿黑)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시집 가지 않겠다고 서로 약속한다.

 

사실 아헤이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주인을 위해 산에서 나물과 과일을 따는 노역을 하다가 길을 잃었는데 아스마의 도움으로 살아났고 그때부터 함께 자랐던 사이이기도 하다. 아헤이는 양치기 일을 하러 멀리 떠나게 되는데 아스마는 그가 돌아오기를 한없이 기다린다. 하지만, 아스마가 혼담이 오간다는 소식을 듣게 된 아헤이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어쩔 수 없이 시집을 간 후였다. 아헤이는 그녀를 구해 함께 도망을 치게 되고 어느덧 폭풍우 속에서 미로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때 한 마리의 꿀벌이 나타나 그들을 스린으로 인도했다. 그런데, 아스마가 갑자기 절벽 높은 곳으로 떨어져서는 도저히 내려오기 어려웠다고 한다. 아스마는 아헤이를 부르며 빨리 흰 돼지와 흰 수탉을 잡아서 용왕에게 제사를 지내라고 소리친다. 아헤이가 이 소리를 듣고 49개의 산을 다 돌아다녔는데 흰 수탉은 구했지만 흰 돼지를 구하지 못했고 겨우 검은 돼지를 찾았다. 그는 흰 색 점토로 칠을 하니 완전히 흰 돼지와 다름 없이 기뻐했는데, 오랫동안 돌아다니느라 피곤했던 지라 마지막 하나 남은 산을 넘다가 잠시 잠을 잤다.

 

다시 용왕이 큰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검은 돼지에 입혔던 흰색 점토가 다 씻겨버렸던 것이다. 결국 절벽에서의 제사를 올리지 못하게 됐고 아헤이는 대성통곡을 하며 후회막급이었지만 아스마는 영영 내려오지 못하는 지경에 빠졌다. 오랜 세월이 지나 침식이 반복되어 지금의 모습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아스마 석상 아래 있는 연못은 당시 흰색 돼지가 씻겨 검은 돼지로 바뀌게 된 빗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하니 정말 재미난 전설이 아닐 수 없다. 이 <아스마>는 영화로도 제작된 적이 있는 소수민족 이족의 장편서사시이기도 하다.

 

스린을 나와 우리 일행은 점심을 먹었다. 천안에서 온 교감선생님 부부, 서울에서 온 젊은 연인 틈에 끼었다. 메뚜기 요리가 일품이다. 바삭바삭하게 굽기도 했지만 매운 고추가 함께 있어서 반찬으로도 손색이 없다. 푸짐하게 먹고 다시 엄청나게 큰 종유동굴(溶洞)인 쥬샹(九)으로 갔다.

 

종일 비가 내렸으니 동굴 속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강물이 폭포보다도 더 세차고 아주 폭발적이다. 그 빛깔이 붉은 듯도 하고 누런 듯도 하다. 계곡 바위 색깔이 짙은 붉은 빛을 내고 있고 황토까지 긁어 흐르니 물 빛깔이 사뭇 야릇하다. 이곳에는 고대 바다 미생물인 녹조류 화석이 포함된 ‘스트로마톨라이트’라고 하는 첩층석(叠层)이 풍부하다.

 

엄청난 굉음을 내면서 뿌리는 물살을 따라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데 마치 고고학자가 신비한 동굴에 처음 발을 내미는 듯하다. 동굴 속은 조명에 비친 종유석들이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다. 동굴 속에 아주 넓은 광장도 나타난다. 아마도 아주 오래 전 그 옛날에 이곳에서 살았을 법한 원시인들 조각상이 인상적이다.

 

쥬샹(九)은 오색찬란한 조명으로 종유석들의 신비한 자태를 한껏 드러내고 있다. 동굴 속에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숨어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융기된 계곡 사이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동굴 속에 만들어진 자연 연못도 아름답다. 이름 모를 보라색 꽃이 한 움큼 피어있기도 하고 짙푸른 잎사귀 사이로 언뜻 깊은 동굴 속이 보일 듯 말 듯 하기도 한다.

 

이 계곡을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배를 타기도 한다는데 비가 많이 내려 물살이 가파르니 운행하지 않았다. 아쉽지만 동굴을 빠져 나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우리 일행은 쿤밍으로 되돌아오는 도중에 길거리에서 무를 샀다. 한 바구니에 10위엔 정도. 막 밭에서 끌어낸 무가 아주 싱싱해 보인다. 그리고,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쿤밍의 정겨운 농촌 풍경을 따라 2시간을 달려 시내로 되돌아왔다.

 

ⓒ 최종명 스린

 

ⓒ 최종명 스린

 

ⓒ 최종명 스린의 가이드

 

ⓒ 최종명 스린

 

ⓒ 최종명 스린의 나무 잎사귀

 

ⓒ 최종명 스린

 

ⓒ 최종명 스린

 

ⓒ 최종명 스린

 

ⓒ 최종명 스린

 

ⓒ 최종명 스린의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

 

ⓒ 최종명 스린의 호수에서 물고기 잡는 사람들

 

ⓒ 최종명 스린

 

ⓒ 최종명 스린

 

ⓒ 최종명 스린

 

ⓒ 최종명 스린 아스마스

 

ⓒ 최종명 스린에서 이족 복장

 

ⓒ 최종명 스린 이족 복장

 

ⓒ 최종명 스린 이족 복장

 

ⓒ 최종명 스린 가이드

 

ⓒ 최종명 스린 입구 과일 가게

 

 ⓒ 최종명 스린에서 먹은 메뚜기 요리

 

ⓒ 최종명 쥬샹 가는 길

 

ⓒ 최종명 쥬샹 가는 길

 

 ⓒ 최종명 쥬샹

 

ⓒ 최종명 쥬샹

 

ⓒ 최종명 쥬샹

 

ⓒ 최종명 쥬샹

 

ⓒ 최종명 쥬샹

 

ⓒ 최종명 쥬샹 동굴 속

 

ⓒ 최종명 쥬샹 동굴 속 모형

 

ⓒ 최종명 쥬샹

 

ⓒ 최종명 쥬샹

 

ⓒ 최종명 쥬샹

 

ⓒ 최종명 쥬샹

 

ⓒ 최종명 쥬샹

 

ⓒ 최종명 쥬샹

 

ⓒ 최종명 쥬샹

 

ⓒ 최종명 쥬샹

 

ⓒ 최종명 쥬샹

 

ⓒ 최종명 쥬샹 케이블카

 

ⓒ 최종명 쥬샹에서 쿤밍으로 돌아오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