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위에 칼럼>/>차이나^리포트

최종명작가 2006. 10. 29. 15:37

중국은 수도인 베이징을 중심으로 방사선 형태로 뻗어난 이즈터우(一字头) 국도가 101번부터 112번까지 있고,  남북을 가르는 난베이종씨엔(南北纵线)인 얼즈터우(二字头) 국도가 201번부터 227번까지, 그리고 동서를 가르는 똥씨종씨엔(东西纵线)인 싼즈터우(三字头) 국도가 301번부터 330번까지 있다.

 

계속 도로가 건설 중이니 더 늘어나겠지만, 하여튼 도로도 많고 길다. 물론 짧은 도로도 있지만 수천킬로미터에 이르는 도로도 많다. 5,476킬로미터에 이르는 318번 국도도 있다.

 

205번 국도 역시 북쪽 산하이관(山海关)에서 남쪽 광쩌우(广州)까지 이르는 3,160킬로미터나 된다. 그 중 저쟝(浙江) 성 서북쪽을 거쳐 안후이(安徽) 성 남쪽에 이르는 도로는 산길로 특히 유명하다. 산길 입구에 무장강도를 조심하라는 팻말이 언뜻 보였는데, 한밤 중이었다면 어마 포기하고 되돌아갔을 지도 모를 그런 험준한 산길이었다. 

 

 

좀 늦은 점심을 먹자마자 다시 국도를 들어서니, 바로 산길로 접어든다. 산을 넘어야 안후이의 명산 황산(黄山)이 있는 황산시가 나온다. 드디어 저쟝 성 취쩌우(衢州) 시 카이화(开化) 현을 벗어난 것이다. 평지라면 황산시까지 60킬로미터이니 1시간 거리일 터. 그러나, 산길이니 장담하기 어렵다.

 

 

산길을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차들이 모두 멈춰섰다. 교통사고가 난 것이다. 위에서 내려오던 파란 트럭과 올라가던 오토바이가 충돌한 것이다.

 

 

금새 차들이 긴 줄을 섰다. 갈길이 바쁜데 난감한 노릇이다. 오후 시간을 쪼개서 황산 입구라도 구경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205번 국도로 굳이 온 이유가 황산때문이었는데... 하여간 교통사고가 났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산길 커브 길에 거울 표시판도 없고, 빵빵 소리도 없이 돌연 등장하곤 하는 차들 때문에 거북이 속도로 올라오고 있었는데, 누군가 생각없이 바쁜 사람이 있었나보다.

 

 

중국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참 난감한데, 일단 환자를 후송하지 않고 먼저 경찰이 나타나야 하고 상황을 판단해 사고원인이 어느 정도 규명되고, 사고 조서에 싸인을 하고 나서야 환자를 돌본다. 사고가 나면 항상 책임이 따르고 그것은 곧 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참 이상하긴 하지만 여러 상황들을 봤을 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하여간 참 이해가 안되는 점이기도 하다.

 

저기 구석에 머리를 다친 오토바이 운전자가 피를 흘리며 누워 있다. 내가 카메라를 가지고 나가려고 하니 뒷 일행이 '조심하세요'라고 한다. 드러내놓고 찍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 중국경험자들이니 말 안해도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중국에서 한국 관광객들이 이런 사고 현장에서 카메라 들고 매우 조심할 일이다. 어떤 아는 유학생 하나가 윈난(云南) 관광 중에 사고 현장을 카메라로 담은 적이 있었다. 사고가 나면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었는데, 이 친구가 카메라로 찍은 걸 보여주니 당연히 귀찮아진다. 의협심에서 그럴 수 있지만 자칫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

 

 

경찰서에 같이 가서 증인도 되어야 했고, 피해자는 고맙다고 귀찮게 하고, 가해자야 당연히 '죽일 놈'이 되는 것이다. 다행히 큰일은 없었으나 여행일정이야 다 바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중국사람들은 옆에서 사고가 나던지, 뭔 일이 생기던지 남일에 별로 관여를 하지 않는 습성이 가끔 목격된다. 한국학생이 중국사람들에게 두들겨 맞고 있어도 누구 하나 편들지 않는 게 보통이니, 제발 중국에서 위험한 일에 연루되지 말기를 바란다.

 

경찰이 와서 바닥에 선을 긋고 조서에 도로 상황을 그리고 나서 운전사가 싸인을 하고 난 뒤 차와 오토바이를 구석으로 치웠다. 그러니 조금 틈이 생겨 차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또 앞쪽에 트럭 한대가 고장으로 꼼짝 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거의 1시간을 산길에서 양쪽 차선으로 차들이 주차장을 이뤘었다.

 

 

우리나라 강원도 대관령을 넘을 때와 비슷한 길이다. 한참을 오른 뒤 다시 내려가는 길인데, 귀가 멍멍한 느낌. 그런데, 이곳은 몇번을 오르고 내려야 하니 참 깊은 산이긴 하다. 이 험한 산에도 마을들이 있다. 저 멀리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니 ...

 

 

아무리 산길이지만 국도라고 하기엔 길이 너무 좁다. 도로상태도 썩 좋지 못하지만 산을 둘러싼 풍경은 참 보기 좋다. 먼 산을 바라보고, 가까이는 밭과 숲을 보면서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언제 이런 산중 오지 험준 도로를 또 와보겠는가.

 

 

산과 산 사이에 평지가 있어 마을이 형성돼 있으며 마을 주위로 농사를 짓고 사는 부락인가 보다. 끊임없이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삼륜트럭에 타고 돼지들도 여행이다. 죽음의 도로인 셈이다. 이렇게 말하니 좀 삭막하네.

 

 

이곳 지명은 안후이(安徽) 씨여우닝(休宁) 현 황위엔(璜源)이란 춘(村)이다. 산과 더불어 오랫동안 살아온 고을인 듯하다.

 

 

국도가 마을 중심을 가로지르고 있다. 마을이라 해도 낡은 건물들이지만 ...

 

 

소를 몰고 가는 사람도 있고

 

 

뭔가를 지고 가는 사람도 있다. 마치 남의 집 앞마당을 지나는 느낌이다. 산 하나를 크게 넘고 산골 부락을 가로지르고 꼬불꼬불 산길을 몇차례 넘으니 서서히 황산 시가 가까와 지고 있다. 오르락 내리락 했더니 눈도 따라 오르내렸나 보다. 마을을 지나 잠시 조는 틈 ...

 

 

갑자기 황산 시로 접어들었다. 이제 도시 냄새가 좀 난다. 다리를 지나는데 젊은이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걷는 모습이 보기 좋다. 하늘도 여전히 파랗고 맑다.

 

 

황산시는 중국이 자랑하는 명산인 황산이 있다. 시 중심에서도 10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긴 해도 황산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게다가, 진시황이 전국을 통일한 이후 실시한 군현제(郡县制) 이래 이곳은 중심 도시였기 때문이다. 이후 남북조 시대에 신안군(新安郡)으로 불리다가 송나라에 이르러 후이쩌우(徽州)라 이름이 바뀌었는데, 안후이 성이 창쟝(长江) 이북의 안칭(安庆)과 이곳 후이쩌우의 앞글자를 딴 성이기도 하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황산시. 안후이 성의 도시들이 대체로 낙후된 면이 많은데, 이곳은 황산 덕분인지 도시 전체가 활기차고 깔끔해보였다.

 

 

그런데, 아무리 명산 황산이 가깝다고 해도 후이쩌우에서 도시 이름을 황산으로 바꾼 건 좀 그렇다. 명산 설악산이 있다고 강릉시를 설악시로 바꾼다면 어떨까. 그런 느낌이 든다. 명산이다보니 관광객들이 많은 건 당연하다. 횡단보도에 4명의 여학생들이 서 있다. 중국사람들이 한국사람임을 대번에 알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공통적으로 모자를 쓰고 다닌다고 누군가 그랬는데, 혹시 한국학생들일지도 모르겠다.

 

 

 

도로 중간에 셔씨엔(歙县)이라 쓰여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현 이름이 외자인 곳은 적어도 최소한 2천년 이상 이전에 형성된 고을이다. 중국 중원에는 이런 곳이 많은데, 대부분 쭝궈리스원화밍청(中国历史文化名城), 즉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화 도시.

 

황산시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 205번 국도 표지판을 놓친 것이다. 그래서, 원래는 셔씨엔으로 가는 게 아닌 데 말이다. 이쪽으로 가면 황산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다시 돌아서 길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사람들이 현재 황산으로 가는 길, 205번 국도가 공사 중이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한다. 헉~ 고민 끝에 황산을 포기하기로 하고 다시 이 길로 되돌아왔다. 내가 지도를 보면서 동시에 표지판을 확인해 왔는데, 황산시에서 길을 놓쳤던 것이다. 하여간 이곳에서 시간을 또 낭비했다.

 

 

그래서, 셩더(胜德) 시를 거쳐 가는 우회 지방도로를 따라 가고 있는데, 길에서 갑자기 오리들이 떼지어 나타났다. 이들도 이제 저물어가니 집으로 돌아가는 중. 물론 앞에 사람이 오리들을 몰고 있다.

 

 

지방도로는 더 험했는데, 길 옆에 검은 개 두마리와 라오춘짱(老村长)을 판다고 한다. 이 바이지여우(白酒)는 동북의 하얼빈(哈尔滨)의 술인데 이곳 안후이에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술도 참 많아 몇천가지나 된다고 하니, 언제 한번 중국 바이지여주 공부 해야겠다.

 

 

서서히 어스름이 내리고 있다. 다시 산을 넘어가야 하는 가 보다. 길 옆으로 집들이 휙 지나가고 있다. 한적한 마을 한 가운데를 계속 지나고 지나, 다시 산을 넘고 넘어야 한다.

 

 

구부러진 길에 웨이씨엔(危险, 위험)이라고 쓰여진 표지판이 위험스럽게 서 있다. 점점 어두워지고 있음이다.

 

쟝씨(江西) 핑탄(鹰潭)을 떠나 205번 국도로 저쟝(浙江) 서북지방을 거쳐, 안후이(安徽) 남단인 험한 산길을 넘어 황산시를 가로질러 왔다. 다시 우회 지방도로를 거쳐 셩더(胜德)를 지나 다시 205번 국도와 연결됐으며 한밤중이라 아쉽게 보진 못했지만 세계적인 한지 생산지인 찡씨엔(泾县)을 지나, 우후시 난링(南岭) 현을 지나 밤 8시에 우후(芜湖)에 도착했으니, 거의 10시간이 걸린 셈이다.

 

(황산시의 멋진 하늘과 구름, 그리고 노을은 다음 글의 화보로 엮었다)

황산을 참 가보고 싶었는데 아직도 못가고 있습니다.. 꼭 가 보고 싶은 곳....잘 감상하고 갑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황산시만 달랑 갔다가 그냥 왔지요. 섭섭해서리 죽는 줄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