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철 블로그

아름다운 생활 공간, 활기찬 활동 공간

시와 사진 - 발칸반도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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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2011. 10. 1.

「걸어놓는 접시」 외 3편



윤제철



지나가는 비에 우산을 쓰고

성모승천교회와 옛 성터가 남아있는

불가리아 차르베츠 언덕을 올라갔다 내려와

정통공예 거리를 둘러보다

걸어 놓는 접시를 샀다

비가 오는 날에 구겨진 마음을 폈지만

남은 여행기간을 깨뜨리지 않고

어떻게 잘 보관하느냐 걱정이 되었다

자식 하나 얻은 만큼

소중하게 옷을 입혀서

발칸반도 이곳저곳을 보고

마음속에 점점 느낌이 쌓이면서

넣어둘 곳이 좁아진 자리를 꾹꾹 눌러

빈틈을 만들어 넣어두기로 했다


 

「음악(音樂)」




괄목할만한 공간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마음을 바꿔주는 것은

한 곡조의 음악이다

밋밋하게 보내던 자리에

활력을 일으켜주고

상상의 출구를 열어주었다

노란머리, 파란 눈동자, 기다란 키로 지나치는

호텔 직원이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는 냥 대화가 오간다

베오그라드의 한 호텔 로비를 지키는 늦은 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찾아와

나를 만나는 섹스폰 음율은

어느새 피곤한 몸을 잊고 춤을 추게 하였다

 

 

 

「드브르브니크城」




코토르 만을 달려 언덕에서 내려다 본

드브르브니크城은 지붕색으로 곱게 핀

한 송이 꽃이었다.

안으로 들어가 돌아다니면

진한 향기가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종교의 마당을 지나

생활의 터전이 들여다보이는 성벽을 날다가

수구경기를 응원하는 함성에 놀라

벌과 나비가 되었다

꽃가루를 옮겨

더 크게 크로아티아의 꽃으로 피워

아름답게 기억되기 바란다


 

 

「메주고리예 발현산에서」




산으로 오르는 길은

우리를 원치 않았다

누워있던 돌들은

몸을 세워 말리고 있었다

힘겹게 오르면서 우리 앞에 왜

성모 마리아가 나타났는지

잘못을 저지르고도 잘못한 줄을 모르는

사람들을 더 이상 바라다보고

있을 수 없었던 안타까움을 알아냈다

내가 알고 있는 잘못의 기준이

다 옳았었는지 부끄러워

몇 번이고 산을 뒤돌아보며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