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철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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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진 - 발칸반도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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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2011. 10. 1.

루마니아 브론성 외 4편


루마니아 브론성에는 드라큐라가 없었다

목에 때를 묻히고 십자가를 가지고 간 보람이 없었다

브레드 백작이 살다간 흔적이 남아 우리를 맞아줄 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성안에는 많은 비밀 통로가 있어

잘못 들어가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

미로가 많아 안내를 놓치면

평생을 찾아도 출구를 못 찾는다고 했다

백작은 아버지를 잃은 원한을 갚기 위해

전쟁터에서 많은 공을 세웠지만

패한 장수들을 너무 잔인하게 보복했기 때문에

소설의 주인공으로 비유하여 알려져 있었다

요즘과 별다름 없이 편리한

벽난로와 실내가구들이 앞 다투어

입을 열어 옹호하고 있었다

자신이 잘못 알려진 걸 모르는 백작이 보고 싶었다 

보복할지라도 다른 보복을 각오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 당사자와 똑같이 되지 않기를

억울하게 당하는 적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마케토니아의 스베티나움 수도원


가진 자는 욕심 많은 없는 자의 표적이다

수도원을 지키려고 만든 성벽은

섣불리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안에는 상점들이 미로를 만들어 놓고 손님을 기다려

이곳 저곳 물건에 팔려 방향을 잃었다

얼마 남지 않은 약속시간이 다가오는데

들어선 길이 올 때 길이 아니었다

갈팡질팡 마음이 급해지는 사이

오흐리드 호수의 시원한 바람이 끌어당기는 대로 끌려

개미가 꿀을 찾아 굴곡이 심한 구슬터널을 빠져나가듯

출구를 찾은 스베티나움 수도원

옛 해적들이 들어왔다 갇히면

높은 위에서 쏟아 부운 뜨거운 물세례에 쓸어져

나가지 못했다는 소문을 아끼지 않고 들려주었다


 

사라예보 라틴다리

  - 1차 세계대전의 발발지에서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작은 다리 하나가 이야기되고 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행들의 심정은

관광의 흔적으로 남기기 위한 수단일까

희생된 황태자에 대한 추모일까


개인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어도

상대의 역할이 피해를 준다고 여겨지면

서로의 이해타산은 상반된 입장에서 시작한다

언제나 서로를 제거하거나 이겨야만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뜻을 같이 하는 힘과 힘으로 맞서는

큰 전쟁의 안전핀이 뽑히던 자리로 돌변했다

벌어진 일이 기억되길 바라는

인간이 갖는 취미일까,

일행의 뒤에서 힘든 발길로 떠나야 했다 


 

 

플리트 비체 호수공원


맑은 호수 속에 물고기는

어디 하나 숨을 곳이 없다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크로아티아 플리트 비체 호수공원

몸에 끼어있던 허물을 벗겨주는 풀과 나무

물보라를 펼치며 내 마음을 적셔주던 폭포수는

길게 자란 이끼로 입을 가린다

부패를 막아주는 호수 물은

물속에 넘어진 나무를 천년을 살게 한다

호수를 다 돌고 나무 계단을 내려오면서

이름 모를 물고기나 수초와 함께

온 세상이 호수가 된 냥 헤엄치고 있었다

 

 

 

 

슬로베니아 포스트니아 동굴


더운 날 옷을 끼어 입고

열차로 달려온 동굴

거대한 공간들이 시선을 압도하는

종유석과 석순의 도시 안에는

수많은 군상들이 모여 무엇을 하는지

함께 끼어주지 않는다

아주 오래 동안 자라난 그들을 지나치면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가 들릴 뿐

어떤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여러 모양을 하고 서있거나 매달려 있는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놀라고 있다

동굴 밖 세상과 쌓은 벽으로 굴레를 벗지 못한 채

아직도 추위와 어둠 속에서 오금을 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