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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영숙 시집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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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해설

2012. 11. 13.

연영숙 시인 시집 해설 원고

 

사랑, 꿈, 그리고 이상향

 

윤제철(시인, 시전문 계간지 <시세계> 편집주간)

 

1. 들어가는 글

 

 누구에게나 시인이 되고 싶은 생각을 가슴에 한두 번쯤 지니게 하는 아픈 세상이다.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의지를 발휘하면서 어제와 오늘을 견뎌내고 있다. 나약함을 달래주는 그 어떤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으로 어렵게 꼬여있는 상황을 풀어보려고 노력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시를 쓰는 일을 거듭할수록 안정된 정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범한 표현으로 자신의 마음속에 담겨있는 고통을 비울 수가 없어 남들과 다른 시어 찾기를 갈망하는 결과일 것이다.

 일기를 쓰는 심정으로 하루를 반성하고 써놓은 시에 대한 책임을 지는 생활 자세로 잘못된 방향을 찾지 않도록 바로잡아주는 밑거름이 되고 있었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이제야 숨을 둘러보는 나이가 되어 연영숙 시인은 써놓은 원고를 갖고만 있어서는 시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어 시집으로 묶어 생명을 달아 세상에 내놓고 싶은 것이다.

 

2. 사랑, 꿈, 그리고 이상향

 

서른세 번 째 결혼기념일

떠올리기 싫은 결혼식의 아픔도

곰삭을 대로 이미 삭아 버린 마음이기에

자식들이 챙겨주는 기념일에

가슴 아픈 추억 뒤로 한 채

손녀들의 재롱 속에

하루해를 보내며

웃음꽃을 피운다

 

굽이굽이 넘어온 산골짜기마다

이를 악물고 버텨온 눈물꽃 있어

추억이라 이름 할 수 있는

자랑스런 가족들 웃음

-「결혼기념일」전문

 

 결혼이란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은 것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인연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형편이 어려우면 자존심을 죽이면서 참고 견뎌야 했던 고충은 말로 다할 수 없다.

 화자는 아픈 기억을 결혼기념일에 묻어 잊으려한다. 굽이굽이 넘어온 산골짜기마다 이를 악물고 버텨온 눈물꽃을 추억으로 바꾸려한다. 기념일을 챙겨줄 수 있는 자식으로 성장시킨 보람이 모든 것을 대신하는 아름다운 날이다.

 벌써 여러 번의 기념일이 지나갔지만 서른 세 번 째 기념일은 남다른 감회에 졌을 수 있었던 것은 하루해를 보낸 손녀들의 재롱이다. 자식도 성장하면 어려워져 마음속에 말을 다하지 못하지만 계산 없이 주고받는 어린 손녀들과 친구하는 재미 또한 각별한 것이다.

 

한결같이 똑같은 모양으로

하늘 보며 입 벌린 명태들

벌어진 입으로 모진 바람 눈보라 휘몰아쳐도

오늘도 변함없이 잘도 견디네

 

황태로 거듭나기 위해

서로가 의지하며 소근대는 소리 들리네

다정하고 든든한 격려의 소리들

 

누에가 번데기 되듯이

명태도 멋진 꿈을 꾸는 듯

살며시 벌린 입에서 휘파람 소리 들려오네

-「황태덕장」전문

 

 황태란 얼부풀어 더덕처럼 마른 명태로 빛깔이 누르고 살이 연하며 맛이 좋다. 지금은 난류에 밀려 한류가 남으로 흘러 내려오지 못해 많이 잡히지 않는 명태를 덕장에서 말려 황태로 바꾼다. 덕장에 매달린 채 입 벌린 채 매달려진 명태를 사람처럼 비유한다.

 모진 바람 눈보라 휘몰아쳐도 변함없이 견뎌내는 모습이 대단하다. 그보다도 비교도 안 되는 작은 어려움에도 힘겨워하는 화자와 견주고 우수한 품질의 황태로 거듭나기 위한 참을성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명태끼리 주고받는 다정하고 든든한 격려의 소리조차 들을 줄 알고 멋진 꿈을 즐길 줄 아는 휘파람 소리까지 듣고 있다. 말을 하지 않고 있는 사물과 대화를 통하여 많은 얻을 수 있는 능력을 누리고 있다.

 

당당하고 딱 벌어진 어깨가

언제나 힘차고 멋져 보이던 남편

언제부턴가 축 늘어진 어깨가

예전 같지 않고 왜 그리 작아 보이는 걸까?

 

세월 앞에 막을 수 없는 황혼기 인가

아님 고생한 세월의 훈장인가

자식들은 이런 변화를 알기나 할까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는 이 현실이

너무도 허무하고 아픈 마음을 달랠 길 없다

 

오늘도 작아진 남편의 뒷모습에서

삶의 흔적을 발견하며

남은 세월을 생각한다

부끄럽지 않은 삶을

-「남편의 뒷모습」전문

 

 앞모습만 바라보며 서로를 내맡기고 산지 오래되었다. 늘 힘차고 멋있게만 보이던 남편의 뒷모습이 눈에 띄었다. 축 늘어진 어깨가 예전 같지 않고 작아 보인 것이다. 함께 살며 너무 어려움만 안겨준 것은 아닌가? 세월의 훈장인가? 그냥 넘길 수 없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오랜 산 부부는 서로 상대방의 모습에서 자신을 본다는 말처럼 그 모습이 화자 자신으로 받아들여져 너무 허무하고 아픈 마음을 달랠 수 없다. 지나간 세월을 아쉬워하며 삶의 흔적을 발견한 그 시간부터 남은 세월을 생각하게 한다.

 기계처럼 써먹은 몸이 한결같을 수는 없다. 언젠가 고장이 나고 수리를 해야 한다. 그런 변화를 자식들은 알까? 그저 말없이 바라다보며 가슴에 묻고 삭여야한다. 부끄럽지 않게 내 몸을 남의 부축을 받지 않고 움직이며 제구실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새벽부터 나를 알아보듯

노크하며 인사하네

찌지직 짹짹 찌지직 짹짹

너희들도 안녕 반가워

 

온몸이 지치고 무거워도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도

언젠가부터 꾸준히

나의 지킴이가 된 새벽 새소리

 

오늘도 맑은 마음으로 잘 지내보리라

새들과 약속해 보네

 

오늘도 힘차게

찌지직 짹짹

명랑한 아침을 알리는 소리

-「새벽에 우는 새소리」전문

 

 피곤한 몸으로 까부라져 밤을 보내고 잠자리를 나선 아침에 나를 알아보며 인사를 거는 대상이 있음은 기쁜 일이다. 노크를 하며 부르는 새가 더욱 반가운 것이다. 하루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정성이 갸륵하지 아니한가, 새벽 새소리는 아침을 열어주고 있다.

 새소리는 단순한 새소리만이 아니다. 매일 화자를 일으켜 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대상일 수 있다. 또한 마음속에 새겨둔 생활의 굳은 심지 역할을 하는 죄우명일 수도 있다. 아침을 반기는 일 이외에도 하루를 잘 보내겠다는 약속을 하기 때문이다.

 찌지직 짹짹 아침을 알리는 소리는 보내버린 날들을 잊고 새로 맞이하는 오늘을 선물로 보낸다. 때 묻지 않고 정갈하고 깨끗한 새날을 여는 소리이다. 어쩌면 눈을 뜨고 움직이는 하루 동안에 화자 자신을 모두 받치는 신앙인지도 모른다.

 

전라도말 경상도말

충청도말 서울말 말들

와글와글 시끌법석 시골 장터같다

 

허허대는 아저씨소리

깔깔대는 아줌마소리

간간이 애 우는 소리 박자를 못 맞춘다

 

무슨 사연 그리 많은지

제각기 윙윙대며 떠들어 대는데

다 먹기도 전에 소화되고 말겠네

 

새떼가 몰려오듯 시간맞춰 몰려와

오늘도 지지배배 지지배배

 

한바탕 그려지던 삶의 파노라마

파도에 쓸려가듯 빠져나가면

식당은 고요한 정적에 싸인다

-「우리식당 점심시간」전문

 

 점심시간은 제한된 시간 안에 직장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거의 비슷한 시간에 찾아와 식사를 하고 가야하기에 정신없이 바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국팔도 사람들이 다모인 양 사투리도 사연도 제각각이다.

 식당에서 말없이 식사만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만남의 장소라는데 듣기 싫다고 말할 수 없다. 더구나 찾아준 손님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상의 단면을 자주 보아야 하는 화자는 서로 얽혀 지내는 법을 안다. 들어야 할 것과 보지 말아야할 것을 안다. 그리고 그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지낼 수 있도록 음식에 맛을 내는 양념을 잘 칠 줄 아는 요리사가 되어있었다.

 

딸 . 아들 . 며느리!

모두가 내가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나의 분신들

살면서 더 잘해주지 못해

언제나 안타까워 미련이 남는 사이

 

사는 게 무엇일까?

더 베풀고 보듬고 해결해 주고 싶은데

너희들 마음에 늘 부족한 엄마라서 미안해

여지 컷 바쁘게만 살다보니

너희들 어려운 것 불편한 것 모르고 살았던 것 같구나

 

아이들아

각자 알아서 열심히 사는 모습

늘 고맙고 자랑스럽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먼 훗날을 위해서

서로 위로하며 살자꾸나

이 엄마는 못나게 살았지만

너희들은 멋지고 값지게 살기를

항상 기도한다

시랑한다

-「자식들에게」전문

 

 자식들에게 솔직하지 못한 부모의 모습을 보며 살아왔고 또 그런 부모로 자식을 키워왔다. 그러나 솔직한 것을 원해왔다. 물론 나쁜 의미에서의 솔직하지 못함은 아니다. 현실의 어려움과 원하는 걸 다해주지 못하는 이유를 감추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화자는 글을 빌려 솔직 하려 한다. 늘 부족한 엄마라서 너희 들 어려운 것, 불편한 것을 모른 채 살았다고 고백한다. 일일이 돌보지 못했지만 열심히 살아온 모습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한다. 혼자 우물쭈물하지 말고 서로 위로하며 살자고 한다.

 더 잘 해주지 못하고 베풀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인데 그런 상황에도 잘 살아준 것과 같이 앞으로도 멋지고 값지게 살아주기를 바란다. 그러면 자신도 항상 기도하고 사랑하겠다는 타협이 담겨있는 것이다.

 

어깨는 욱신욱신

무릎은 콕 콕 콕

팔다리는 찌릿찌릿

 

기계도 오래 쓰면 고장 나 보링을 하던데.

내 몸의 반란은 수술을 해도 멈추지 않네.

 

살살 달래고 얼러 봐도

레드카드 꺼내들고 겁을 주니

너의 반란에 질 수밖에 없네.

모든 아픔이여 제발 사라져 다오.

 

아직은 할 일이 많아

물러서기 싫은데

나 좀 봐주면 안 될까?

멈추어다오 육신의 반란이여

-「육신의 반란」전문

 

 오랫동안 무던히 주인의 의도를 따라 말없이 견디더니 한계를 느껴 발란을 일으킨 육신을 누가 나무랄 수 있을까? 어깨, 무릎, 팔다리가 시원치 않다. 미리 경고를 보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무리하게 몸을 부렸기에 들이닥친 반란을 감당하기조차 어렵다.

 때가 지나면 수술을 하던지 무었을 하더라도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다지만 아직은 자동차처럼 부품을 교환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아무리 사정을 한들 누가 들어준단 말인가? 누군들 반란의 시기를 늦출 수는 있어도 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반드시 육신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이 되는 지름길을 택하지 못하고 옆길로 잘 못 들어서서 엉뚱한 곳에서 헤매다보면 시간만 낭비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과의 위기를 당해낼 수 없는 것이다.

 

3. 나오는 글

 

 연영숙 시인의 시는 소시민적인 안목에서 오는 일상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그 안에 사랑과 꿈이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을 얻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 중에 하나가 기쁜 일은 오래도록 보존하기 위하여 시를 쓰고, 슬픈 일은 빨리 잊기 위하여 시를 쓴다는 말을 하듯 생각을 글로 씀으로서 마음속에 불필요한 요소를 깨끗이 비워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한 노력인지도 모른다.

 예사롭게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는 일까지도 시의 소재로 승화할 수 있는 것은 평소에 일상에 벌어지는 일들을 예민한 감각으로 관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감각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더욱더 보이지 않던 시상까지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신비스러운 것이다. 시어를 따로 만들지 않아도 일상에 평범한 말로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보고 어디든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 최선을 다해 봉사하는 즐거움은 행복을 찾아 나서기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와 함께 하고 있음을 발견하며 살고 있다. 꾸준히 시 세계을 탐구하여 꿈꾸는 이샹향을 실현하는 그 날이 빨리 다가오길 바라며 정진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