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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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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2013. 3. 18.

문학이란 - 24

 

 일상을 살면서 우리 주변의 도구들이 자신이 해야할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다.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할 뿐 쉬지 않고 외쳐대고 있다. 자연인 공정식 시인의 움막 공아리랑 에서 종이컵에 딸아주는 소주를 마시면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술을 양것 마시라며 더 마시고 싶지 않으면 술이 있다>고 하라는 것이었다. 그때 잔에는 술이 없었다. 그래도 되는 것이 잔속에 술이 있는지 없는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술을 마시고 싶으면 조금 남아 있어도 없다고 하면서 잔을 내밀어 술을 받으라고 했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주량을 조절하라는 종이컵의 조언이 들렸다. 유리잔이면 속이 빤히 들여다 보이니 속일 수가 없다. 그렇지만 술을 마시는 동안 답답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색깔 없는 액체

종이컵에 따른 소주를 마시다가

앞에 있는 컵이

비었는지 남았는지 알 수가 없다

 

주거니 받거니 비롯되는 이야기

오가면서 들여다 볼 수도 없고

마시고 싶으면 술이 없다고 하고

마시고 싶지 않으면 술이 아직 있다고

거짓말하는 컵이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잔은

술 상대에게 솔직하게 알려주어

속일 수가 없어 야박스럽다 해도

속이 보이지 않는 종이컵은

오히려 숨을 쉴 틈을 열어주었지만

술 마시는 동안 내내

상대방 마음을 답답하게 하였다

  - <종이컵> 전문

 

 종이컵과 충분한 대화를 나눈 필자는 메모지에 메모하여 시로 표현하는데 그리 어러움을 느끼지 않았다. 흐름에 맞는 시어로 바꾸어 넣기 위한 고민을 하지도 않았다. 이미 마릿속에서 정제된 언어로 메모할 수 있었다.  종이컵으로 술을 마신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닐텐데 유독 이 자리에서 종이컵의 말을 들을 수가 있었는지 의문이 간다. 문제는 그곳이 아둠 침침하여 가까이 가서 들여다 보지 않으면 볼 수가 없었다는 것 외에는 이유가 없었다. 시상은 상황에 따라 생겨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시상의 생겨남을 다소 알 듯하였다. 그러나 저절로 굴러오는 것은 아니어서 항상 관찰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