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철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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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가을을 노래한 시 - 회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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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강의(운문)

2013. 12. 3.

19. 시는 어떻게 쓰나?

 

낙엽을 밟으며/ 새잎이 고개를 내밀고

봄바람과 초록빛으로 가던 때가/ 얼마 전 같은데

수북이 쌓인 낙엽위에 누워 햇빛을 보니/ 내 그림자 따라

도시락 먹으며 웃던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데

어느새/ 화장을 하고 부채춤을 추는구나

환호와 플래시 소리에/ 나는 흰 구름을 탔다

가을비에 떨어져 밟히고 채이고/ 바람이 나를 가만두지 않으니

어찌하면 좋을까요

- 이옥희의「낙엽을 밟으며」전문

 

새잎이 돋던 봄이 얼마 전 같은데 가을 햇살을 보니 도시락 먹으며 웃던 소리가 귓전에 맴도는데 어느새 화장을 하고 부채춤 추는구나. 땅위에 떨어져 밟히고 채이고 가만두지 않으니 곤란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밑줄을 그은 부분은 봄인가 했는데 낙엽이 떨어져 가을을 느끼는 시인데 이미 낙엽이 떨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화자가 낙엽이므로 밟거나 그 위에 누울 수가 없다. 제목도 낙엽이 주체가 되는 것이 좋겠다.


2.금보다 더 귀한 겸손(으로)/ 1.알알이 영글어 3.고개 숙이고(숙인 들녘)

외식을 나온 참새 가족에게/ 허수아비 할아버지 할 일을 잊은 채

너그러운 마음으로 어깨 내어주는 모습을 보니/ 2.훠이 훠이~~

3.목청 돋워 참새 쫓던 1.어린 시절/ 4.추억의 언저리에 걸쳐 있다가

5.웃음꽃으로 피어오른다.

- 김현주의「황금빛 들녘」전문

 

가을의 황금빛 들녘의 곡식들이 고개 숙이고 있다. 참새 떼 지키라고 세운 허수아비는 함께 어우러지고 있으니 목청껏 쫓던 추억을 떠올리며 피어나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풍성한 들녘의 풍경을 그려낸 소품이다.

1,2행에서 어순을 바꾸어 곡식의 고개 숙임을 겸손으로 표현한다. 5행의 허수아비가 어깨를 내어주는 것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6-9행은 어순을 바꾸어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한 표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예불소리로 한껏 맑아진 새벽/ 산마루를 넘어온 여명이

대웅전 뜰을 지나 일주문을 살며시 건너간다.//

절 마당에 몸을 누이고/ 지난밤을 보냈던 어둠 한 자락

꾸물꾸물 절담을 넘어 참나무 숲으로 사라지는 시간//

대숲을 밟고 지나는 목탁소리에/ 뿔뿔이 흩어졌던 날짐승들

하나둘 모여들어 아침기도를 올린다.//

염원을 담은 기도(목)소리/ 첫 새벽을 휘감아 도는데

산신각 뒤뜰에서/ 가부좌 틀고 있는 노송 한그루

가지 끝에 걸려있는 새벽달을 깨운다.

- 유병란의「아침산사」전문

 

아침 산사의 모습을 붓으로 그려내듯 울림이 있다. 새벽을 여는 예불소리, 여명, 어둠, 목탁소리, 날짐승들의 아침기도, 가부좌 튼 노송 등이다. 정적을 깨트리지 않으면서도 아침을 여는 요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들려주고 있다.

아침을 여는 요소들은 모두가 의인화되었다. 건너간다. 사라진다. 아침기도 올린다. 새벽달을 깨운다. 9행의「아침기도를 올린다」와「담은 기도소리」는 반복되어 뒤 행의「휘감아도는데」를 살리려면「기도소리」를「목소리」로 한다.

 

백일장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설레었다//

글을 쓰는 동안은/ 꿈나라로 가보기도 하고

남의 입장도 되어 보면서/ 엔돌핀이 돌고

아름다운 매력이 넘치는 기분/ 알까 모를까//

소월은 짝사랑 하면서/ 누구에게도 말 못 하고

가슴앓이로/ 갈고 닦은 시어를 꺼내어

끙끙 앓다가/ 하고 싶은 이야기 모두 쏟아

우리에게 시로 한을 풀었다네

- 김옥자의「월을 생각하며」전문

 

백일장에 참석을 해본 사람만이 아는 기분을 표현하고 있다. 가슴이 뛰고 꿈나라에도 가보고, 남의 입장도 되 보면서 매력이 넘치는 기분을 남들에게 묻고 있다. 소월 백일장에서 소월의 사랑시를 생각해본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끙끙 앓다가 시로 한을 풀었다고 했다.

화자와 소월의 시에 대한 비유가 섞여 있다. 시를 통하여 얻어지는 기분을 체험해보는 입장과 시를 통해 고통을 잊으려는 몸부림이다. 백일장의 분위기(1행-8행)와 소월을 생각하는 내용(9행-15행)은 주제인 소월을 생각하며와 생경한 느낌을 준다.

 

이사를 하려고 한다/ 마음대로 못하는 책들

손길이 닿은 잡지나 인연의 끈이 쩜매진

시집, 수필, 평론집들이 손에 잡혀

버리는 줄에 서서 눈물을 흘린다

인정에 끌려 다시 주워 올리다

하루 종일 책을 마주하고 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하고 가지고간들

다시 버려질지도 모르는 너희들에게

멀쩡한 정신으로 생사를 결정하는

어려운 일은 여태 없었다

오래도록 내 집에서/ 살길 바라지만

이별의 아픔을 남기느니/ 차라리 나를 버린다

- 윤제철의「책을 버리며」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