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철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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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물러남을 표현한 시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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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강의(운문)

2013. 12. 3.

21.시는 어떻게 쓰나?

 

시란 축약(함축)과 생략(상징)이고/ 화자(주제)를 드러내고(감추고) 이미지화 하란다.

단어(시어) 하나도 깊은 뜻을 음미하게 해야 하고,

문장(행) 하나도 아름답고 다양한 생각을 끌어(담아)내야 하지만,

단어(시어)도, 한 문장(행)도, 그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바유가 없이)

내뱉는 대로 쓰는 건/ 나 홀로 즐기기 위한 나열일 뿐,/ 이런 건 시가 될 수는 없지

- 채수원의「시란 나에게 2」전문 31-3

 

시에 대한 공부를 관심을 갖고 쓰고 싶은 의욕이 넘친다. 시가 무엇인가를 표현하려고 애를 쓴 흔적이 보인다. 아무리 애를 써도 겪어야 하는 시 나름의 과정이 있다. 산문과는 다른 이미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란 무엇인가를 정리하는 내용이지만 다소 거리가 있다. 함축, 상징, 주제, 감추고, 시어, 행 들을 바로 잡았다.「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보다는「비유가 없이 내뱉는 대로 쓰는 건」이 나을 것이다. 마지막 연에「이런 건 시가 될 수는 없지」는 설명이 되기 때문에 즐기기 위한 나열일 뿐으로 놓아두는 것이 좋다.

 

훌쭉한 등가죽을 웅크리고/ 그가 걷고 있다.

불안한 눈빛으로 꼬리를 감춘 채/ 힐끔거리며 걷고 있다.//

희미한 지하차도 한쪽에/ 꾸깃거리는 신문지 한 장 깔고

쪼그린 채 앉아 있는/ 검은 그림자 곁을/ 슬금슬금 외돌아 가고 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바람처럼/ 길을 잃고 헤매는

초라한 눈동자 하나/ 온 밤을 홀로 헤매고 또 헤매고//

모두 돌아가 버린 거리에서/ 밤새 젖은 바닥을 뒹굴고 있는/ 한 무리의 낙엽들

- 유병란의「이방인」전문 9-20

 

가을을 보내며 떨어져 굴러다니는 낙엽에 관한 시다. 다양한 모습들로 비쳐지는 낙엽이 움직이고 있다. 이제껏 살아온 마당을 떠나 세상 외곽을 떠도는 이방인처럼 보인다. 낙엽이라는 사물을 통한 비유가 많은 이야기를 싣고 있다.

한 무리의 낙엽들을 사람으로 비유하여 표현되고 있다. 홀쭉한 등가죽, 힐금거리며 걷고, 쪼그린 채 앉아 있는, 슬금슬금 외돌아 가고, 길을 잃고 헤매는, 초라한 눈동자, 모두 돌아가 버린 거리 등이다. 가지를 떨어져 나간 낙엽의 슬픈 뒷모습이 사회와 동떨어진 삶을 사는 이방인으로 비쳐진 것이다.

 

구름 속을 가르듯/ 멀리 반짝이는 수평선을 따라

갈매기 벗 삼아 끝없는 항해에/ (잡)힐 듯 말 듯 무엇인가 나를 유혹 한다//

휘파람 소리인가/ 기러기 환호 소리인가//

섬 바위틈 새로 날아드는 조류들은 나래를 펴고

노 젓는 사공의 벼 적삼은(이) 흠뻑 젖는데/ 갑자기 물보라소리에

솟구쳐 오르는 물고기 들은 덩실대며 춤춘다//

눈앞에 안개구름 걷히고 무수히 벽산이 펼치면서

화려한 궁전의 모습이 내 시야를 감싼다//

천상의 안식처 이런가/ 황홀한 무희들에 휩싸인 채 삼매경에 이르렀을 때(눈 뜨고 나니))

어느새 꿈속의 자귀나무 꽃은/ 전광석화처럼 살아져 갔구나

- 이석남의「환희」전문 12-12

 

수평선을 따라 끝없는 항해에 무엇인가 나를 유혹한다. 조류들은 나래를 펴고 물고기들은 덩실대며 춤을 춘다. 안개구름 걷히고 화려한 궁전 모습이 시야를 감싸고, 무희들에게 휩싸여 삼매경에 이르니 꿈속의 자귀나무 꽃은 어느새 살아지고 말았다.

바다의 풍경이 눈앞에 여러 가지 상황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황홀경에 빠진다. 오래도록 누리고 싶은 바람을 가지기도 전에 환희의 순간에서 멀어지는 자신이 야속하다. 주가 되는 움직임이나 모습을 가리는 부분은 빼는 것이 좋다. 주격조어인 는, 은, 이, 가를 잘 붙여보면 의미가 변화하고 맛깔스럽다.

 

뜨거운 태양 빛을 삼켜(가려) 가며/ 푸른 물결 이루어/ 대지를 식혀 주던 억새//

은빛 햇살(추억)을 머리에 이고/ 바람이 연주하는 대로 감미롭게/ 때로는 강렬하게 리듬을 타니//

황홀감에 도취된(사로잡힌) 잠자리 소녀/ 그 위에서 하늘하늘/ 떠날 줄을 모르네.

- 김현주의「억새꽃」전문 13-14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꽃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뜨거운 햇살에서도 대지를 식혀주던 그날들의 추억을 되새기며 감미롭게 때로는 강렬하게 리듬을 탄다. 잠자리 소녀 하늘하늘 떠나지 못하고 억새에 붙어 있다.

비유는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 너무 비약되면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한다. 은빛 햇살에서 햇살은 의미가 약하다. 도취보다는 한글로 풀어 사로잡히는 좋다. 억새꽃과 잠자리 소녀가 이미지를 결합시켜 가을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시도 하나의 스토리가 담겨 있어야 한다.

 

하던 일을 고만두고/ 누가 자리를 빼앗은 듯 원망스러운 것은

늘 더 잘 해야지 걱정하고 염려했지만

할 때마다 박수와 환호 그리고 격려가/ 몸에 배었기 때문일까,

그런 불편함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걸 다 하며 지내는/ 편안함이 반기는구나

다시는 그 일을/ 흉내조차 내지 않겠다 선언하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짐을 내려놓는 냉정한 결단에서/ 피어난 꽃이 아니냐

- 윤제철의 은퇴(隱退) 전문

 

어느 누구든 자신이 평생 해오던 일을 고만 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자신이 결정한 일을 누가 빼앗아 못한 것인 냥 섭섭하기만 하다. 늘 걱정하고 연습에 몰두하느라 고통스러워도 하고나면 박수와 격려에 보람과 즐거움이 생겨 좋았지만 이제는 흉내도 내지 않겠다며 다짐하고 욕심을 버린 자신으로 돌아온 것을 냉정한 결단에서 피워놓은 꽃으로 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