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철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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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추억을 담은 시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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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강의(운문)

2013. 12. 19.

23.시는 어떻게 쓰나?

 

미친년 머리 풀어헤치고/ 달려드는 것 같은 너/ 오늘, 왜 이리 매서운지.

요놈의 심술쟁인,/ 허연 아가리 쩍 벌리며/ 잡아먹을 듯 달려들고,

폭풍의 바다 속,/ 너울도 울퉁불퉁한 근육을 불끈거리며/ 저 멀리서 벼르고 있다.//

빠드득 거리며 째리는 치오른 파도가/ 삶 죽음 공포를/ 소름에서 전율로 바꿀 즈음,

증오에 찬/ 시퍼런 파도의 후려 차기에/ 두 번이나 해변으로 나동그라지며,//

박수 받고,/ 우쭐거리며 다시 일어나/ 오리 춤추는 이주일이 되어……//

파도의 급소,/ 사타구니에 머리(를) 쑤셔 박고서야/ 간신히 첫 파도를 뚫을 수(또는 잡을 수) 있다.//

풍랑 속, 퉁퉁 불어 흐느적거리는 시체 조각처럼/ 밀면 밀리고, 당기면 끌려갈 때야

큰 너울도 길동무(가) 된다.

- 채수원의「짓이기는 파도에 찢기며」전문 17-22

 

매섭게 달려드는 파도는 저 멀리서 벼르고 있다. 치오르는 파도가 소름에서 전율로 바뀔 쯤 후려차기에 나동그라졌지만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사타구니에 머리를 박고야 첫 파도를 뚫었다. 밀면 밀리고 당기면 끌려갈 때야 비로소 너울도 길동무가 된다.

「달려드는 것 같은」이 아닌「달려드는」이 좋다.「심술쟁이」보다는「무서운 것」에 비중을 둔다.「폭풍의 바다 속, 너울」보다는「폭풍의 너울」,「째리는」과「치오른」이 동시에 이루어졌을 때 강한 걸로 놓는다. 급소와 사타구니는 겹치고, 첫 파도는 반복을 피한다.

제목은 가능하면 시 전체의 내용을 담으면서 표출이 잘되어야 한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재빨리 알을 낳고 날아가 버리는 뻐꾸기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 나무는 한쪽 눈을 지그시 감고

지나는 바람에 온몸을 맡긴다.//

붉은 머리 오목눈이 둥지 곁에서/ 갓 부화한 새끼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들려주는 어미 뻐꾸기/ 하루 종일 온산에 울려 퍼진다(퍼질 뿐).//

굳게 닫힌 출입문 앞에서/ 두 손을 꼭 잡고 창문 안을 기웃거리는 젊은 부부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에게/ 끊임없이 용기를 전해주고 있다./ 어미 뻐꾸기처럼.......

- 유병란의「탁란(托卵)」전문 18-21

 

몰래 남의 둥지 안에 알을 낳고 달아나는 뻐꾸기는 부화한 새끼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려 온 종일 안달이다. 자신의 새끼인 냥 용기를 전해주는 둥지 주인의 사랑이 더 없이 크게 느껴지는 그들만의 세계가 그려진다.

뻐꾸기의 범죄는 당사자와 나무만 안다. 붉은 머리 오목눈이는 그런 줄도 모르고 제 새끼인 냥 정성을 드린다. 온산에 울려 퍼질 뿐으로 고친 것은 헛수고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어미 뻐꾸기 처럼을 뺀 것도 위에서 고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붉은 머리 오목눈이 - 생활형 텃새. 몸길이 13cm정도. 곤충류 풀씨 나무열매 곡류 관목 숲 사이를 40 ~ 60마리가 무리지어 다닌다.

 

끝없이 펼쳐진 안개바다/ 외로운 섬 하나/ 천길 절벽위에 집 한 채 걸려 있네.

독수리가족/ 새끼 한 마리/ 반백년 세상 두려움에

사립문 나서지 못한 독수리 새끼/ 비상할 꿈만 꾸었지//

비바람 불어와 삶의 터전 흔드니/ 견디지 못하고 비상하네.

위기가 기회가 되는 것은/ 준비한자 만이 누릴 수 있는

신의 선물/ 독수리가 존재 할 곳은 집안이 아니라/ 높은 창공이라네.

- 함응식의「비상(飛上)」전문 28-22

 

독수리가 성장은 하였어도 외진 천길 절벽 위에 집 한 채 걸린 집에서 날지 못하고 꿈만 꾸었다. 나중에 삶의 터전이 흔들리니 견디지 못하고 비상을 하게 되었다. 늘 준비하고 있었던 독수리만이 누릴 수 있는 위기가 기회가 된 예를 들려준다.

주제인 독수리는 반드시 새일 수만은 없다. 사람이나 사건일 수도 있다. 오랜 시일을 공을 드려도 겁을 먹고 시행하지 못하는 것을 비유한다. 실제 이야기의 주체가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시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연마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비유에서는 성공하고 있다.

 

큰 소리로 말해야 들리나요/ 만나자 해도 오지  않는

항상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하는 당신//

사랑의 슬픔이 싫어/ 바라보는 사랑을 하는 건 가요

애절함도 해 오름엔 스르르 감기고/ 어두워지면 애틋함에밝아지는 당신(밝아져)//

비바람이 어깨 감싸고/ 펑펑 오는 눈이 내손 잡아도

항상 그 자리에 훤히 비추고 있을 당신 있음에

- 이옥희의「가로등」전문 30-12

 

큰 소리로 불러도 대답이 없이 한 곳에 서있는 당신, 슬픔을 맞기 싫어 바라만 보나요. 해오름에 애절함도 감기고 어두워지면 밝아지는 당신은 평평 오는 눈이 내손을 잡아도 항상 훤히 비치고 있을 당신을 생각한다.

못 들은 척 하는 당신이 원망스럽다. 사랑의 슬픔을 아예 만들고 싶지 않아서인가? 해오름과 발아지면으로 감기고 밝아지는 현상, 아무리 주위에서 나를 괴롭혀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당신이다. 1,2,3 행은 1연, 3,4,5 행은 2연으로 재구성 한다.

큰 소리로... 서 있기만 하는 당신, 애절함도... 비추고 있을 당신, 다음에 올 사랑의 슬픔이... 하는 건 가요의 위치를 바꾼 것이다. 결국 3행 뒤에 2연은 도치시켜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바다 건너 남의 땅/ 말을 할 중 몰라/ 우리노래 반주에 묻히는 낯 설음

어설프게나마 알고 싶은 걸/ 내 나라가 좋다고 물어오는/ 도우미 얼굴에

덮어두었던 보랏빛 고향 추억들이/ 환히 비추는 저녁달이 뜬다.

- 윤제철의「상해 노래방」전문

 

상해 단체여행 중 노래방에서 중국말을 할 줄 모르는 화자에게 내 나라가 좋아 우리말을 배웠다며 궁금한 걸 물어보는 그녀의 얼굴에 고향 추억이 비추는 달처럼 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