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철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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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기억을 위한 시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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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강의(운문)

2014. 1. 9.

25.시는 어떻게 쓰나?

 

책보 허리에 매고/ 교우와 집을 나선다/ 오늘도 징검다리를 건너야 한다// 

그 앞에 다가서면/ 장난 끼가 발동하여 밀고 당기며/ 먼저 건너기를 청한다//

술에 취한 듯 건들거리며/ 이끼로 얼굴 가린 돌을 보는 순간

물에 빠질세라 온몸이 움츠려 든다.//

흐르는 냇물은 명경(明鏡)을 보는 듯/ 뛰노는 송사리 떼 뛰어오르며 방긋 웃고//

잠자리 떼 머리 위를 스치며/ 잘 건너라 손짓하며 날아간다//

징검다리/ 2.나의 길잡이 되니 1.삼인방 벗 되었네(되어)

언제나 기다리고 있을 돌다리 친구!!

- 이석남의「징검다리」전문

 

책보를 허리에 메고 친구와 징검다리를 건넌다. 그 앞에 서면 몸에 균형이 잘 잡히지 않아 이끼긴 돌만 보면 온몸이 움츠려든다. 냇물은 거울처럼 맑고 송사리 떼가 방긋 웃자 잠자리 떼 잘 건너라 손짓한다. 길잡이처럼 여겨진 징검다리하고 친구로서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집을 나서는 것 보다 징검다리 건너는 것이 우선이다. 징검다리 제목을 사용하지 않고 풀어나가는 것이 좋다. 1,2를 바꾸면서 더욱 제목이 필요 없게 되었다. 편하지 않은 징검다리를 건너는 두 소년의 위태로운 모습과 송사리 떼와 잠자리는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휘이익 휘파람 불며/ 찬바람 내 앞에 멈추어 서/ 슬쩍 위아래 한번 훔쳐보고

염치없이 옷 속으로 파고들며/ 쉬었다 가자하네./ 얼마나 먼 길 달려 왔으면

손발이 얼음장 같이 차네.

어느새 내 몸이 꽁꽁./ 밀쳐내면 밀쳐낼수록, 안간힘 쓰며 비집고 들어와.

내 몸의 온기 빼앗아 달아나네./ 심술궂은 차가운 손님.//

어제는 길가에 흐르는 물/ 꽉 붙들어/ 바닥에 부쳐 놓고/ 사람 지나가기 기다리네.

한 눈 팔며 지나가는 나그네/ 발목을 잡아/ 순식간에 내동댕이치며/ 저 혼자 재미있어.

휘파람 불며 도망가네./ 고약한 차가운 손님.

-함응식의「차가운 손님」전문

 

차가운 손님은 추위를 몰고 오는 겨울이다. 손발이 얼음장 겉은 몸으로 쉬었다 가자하며 옷 속으로 파고든다. 밀치면 밀쳐낼수록 비집고 들어와 온기를 빼앗아간다. 길가 흐르는 물을 얼려놓고 지나치는 행인의 발목을 노려 순식간에 넘어트리려는 고약한 손님이다.

겨울을 차가운 손님으로 비유한 시다. 휘이익 휘파람-얼음장같이 차네/ 1연, 어느새 내 몸이에서-심술궂은 차가운 손님/ 2연, 어제는 길가에서-고약한 차가운 손님/ 3연이라면 1연, 3연, 2연 순으로 바꾸면 심술궂은 차가운 손님이 강조될 수 있다.

 

남진 팝송 부르던 시절/ 히피를 동경하던 시절/

교복, 교모, 명찰과, 강요된 짧은 머리가/ 죄수복, 죄수모, 죄수번호로 목을 조였고,

그럴듯한 이름의 형무소에서 숨통을 트여주는 유일한 건 음악이었다.//

쓸데없는 짓으로, 구박받으며 듣던 ‘뮤직 다이얼’,

이종환의 그럴듯한 노랫말들이 감동과 부러움을 이끌어 냈고//

엽서 사연이 나오거나 전화 연결이 되었을 때/ 모든 걸 얻은 듯 기뻤고,

혹시 사연 속 소녀가 들어주지나 않을까 초조했었다.

46년이 지나갔고, 어제 그는 세상을 등졌다./ 빛바랜 사연 또 하나가./ 아듀 이종환.

- 채수원의「아듀 이종환」전문

 

팝송을 부르며 히피를 동경하던 시절, 용모 단정한 복장을 강조하며 엄격히 단속하던 그 당시에 유일한 숨통을 열어주는「뮤직다이얼」이었다. 이종환이 맡았던 이 프로는 엽서 사연이 나오길 고대했고 혹시 사연속의 소녀가 들어주지나 않을까 초조했다. 이제는 세상을 떠난 그에게 이별을 고한다.

남진 팝송-동경하던 시절/ 1연, 교복, 교모-유일 한 건 음악이었다/ 2연, 쓸데없는 짓으로-부러움을 이끌어 냈고/ 3연, 엽서 사연-초조했었다/ 4연, 46년이 지나고-아듀 이종환/ 5연이면 1연, 3연, 2연, 4연, 5연으로 순서를 바꾸었으면 좋겠다.

 

기어서만 갈 수 있는/ 낮은 몸부림/ 쉬어간 자리마다/ 굵은 매듭으로 아문 상처//

초겨울 된바람에/ 굵은 핏줄만/ 그물처럼 얽혀 있는 벽//

미로처럼 달라붙은 넝쿨사이를/ 선물 같은(따뜻한) 햇살이/ 머물다 간다//

위로만 향하던 욕심은/ 電線(전선)처럼(방향을 잃고) 늘어져 흔들리는데/ 차가운 달그림자에

어른거리는 내 모습

- 유병란의「담쟁이」전문

 

낮은 몸부림으로만 가는 담쟁이의 아픈 상처가 굵은 매듭으로 남았다. 굵은 핏줄만 그물처럼 얽힌 벽이다. 넝쿨 사이로 햇살이 선물처럼 머물고 위로만 오르던 욕심은 늘어져 흔들릴 때 달그림자에 어른거리는 내 모습을 본다.

초겨울 뒤늦게 까지 벽을 타고 기어오르는 담쟁이에게 주는 따뜻한 햇살은 선물이 아닐까? 위로만 향하던 욕심은 늘어진 전선처럼 흔들리는 것은 방향을 못 잡는 모습이 아닐까? 어른거리는 내 모습은 담쟁이가 위로만 향하느라 방향을 잃은 화자의 모습으로 비유되었다.

 

오래 전에 뿌리내린 왕성하던 때 것들은/ 소소한 것 까지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는 오늘 아침 것조차 분명하지 않다

애를 쓰면서도 또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않는다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갈 만큼 매가리가 없다

더 낡아버리면 메모를 보아도 기억하지 못할까봐/ 걱정을 하다가 그 또한 잊어버리고 산다

뿌리는 퇴화되고 빠져버리는 머리카락마냥/ 망가져서 날아가 돌연변이가 되는 걸 막으려면

허허 벌판에 거름을 주어/ 꽉 잡아주는 힘을 키워야 한다지만

성능을 업데이트 할 수는 없을까,/ 아니면 포맷을 시킬 수는 없을까.

- 윤제철의「기억의 뿌리」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