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철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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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문학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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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2020. 5. 13.

5월의 문학을 이야기한다 

 

은유의 세계와 스토리 전개

 

1.들어가는 글

 

윤 제 철(시인, 문학평론가)

 

  사람이 사는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여서 조화로워야 한다. 개개인이 하는 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 그 역할이 있다. 벗어나지 말아야할 그 범주 안에서 살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잘 호응을 해준 덕분에 하나의 우주처럼 움직이고 있다. 따르지 못하면 그 대열에서 이탈하고 만다. 단체의 성공은 최대한 이탈자를 줄여 대열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교육의 가치관도 거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문학의 성취를 위한 글자들의 결합도 다르지 않다. 하나의 낱말이나 문장이 어떤 의미의 대열을 벗어나면 군더더기나 잘못 쓴 말로 실용성이 없어 결국 버려지고 만다. 존재의 이유는 어떤 일에서든지 점검해야하는 중요한 요소다. 다시 말하면 어떤 일에 어떻게 쓰여지는 것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창작은 세상을 놀래게 해야 한다. 아직까지 이야기하지 않은 것으로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구태의연한 소재를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만 가지고서는 관심은 물론 공감의 대상이 아니다. 문인의 시선은 새롭게 변화되어가는 시대의 흐름보다 앞서야 한다.

 

2.은유의 세계와 스토리 전개

 

네가 없는 내 마음속은

텅 빈 백자 달항아리

 

갑작스런 하늘 아래

광풍이 불어 가고

 

마음속

달항아리 속에는

낙엽 밟는 소리만 가득하다

 

떨리는 마음속에

그리움이 알을 까고

 

고개를 쳐들고 올라오는

모습을 내 마음의 발로

 

한없는

그리움의 뿌리를

짓누르고 서 있다

- 박영교의백자 달항아리전문

 

  달 항아리는 눈처럼 흰 바탕색과 둥근 형태가 보름달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항아리 그 안에 네가 없으면 하늘엔 광풍이 일고 그 안엔 낙엽 밟는 소리만 기득하다. 그리움이 알을 까고 고개 쳐들면 내 마음의 발로 그리움의 뿌리를 짓누른다.

  너는 사랑과 의지가 어우러진 대상이다. 함께 있다 없어지고 나니 어떤 것인들 막아낼 수 있었으랴, 쌀쌀한 바람이 떨군 낙엽만 밟는구나, 그리움이 자라나면 그를 억누르려 뿌리를 짓밟아버린다. 빈 항아리 안에 어디로 간지 모르는 너를 담아두고 싶다.

  너의 존재의 가치가 엄청난 크기로 마음속에 영향을 끼친다. 비어있으므로 인해 바람이 일고 떨어진 이파리가 소리를 낸다. 공간의 구성요소가 빠져달아난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한 방안은 어디에도 없다. 비유와 상징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공간을 의미로 채워준다.

 

날마다

일기를 쓰면서 생각한다

 

오늘 내가 한 일은 무얼까?

한 일을 적으며 생각한다

 

친구한테 손글씨 편지를 썼구나

그 친구가 그리워진다

그것만으로도

오늘 내가 한 일 참 잘했지

 

일기를 쓰면서 생각한다

일기 쓰길 참 잘했구나

- 엄기원의일기를 쓰면서전문


  생각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일기를 쓰면서 하고 한일을 적으며 한다. 글을 쓰는 대상을 친구로 보고 그에게 쓰는 내용을 편지라 한다. 하루의 일들을 잘한 일로 칭찬을 하고 있다. 일기를 쓰지 않는 것 보다 쓰는 것이 일기 속에서 편하게 친구를 만난다.

  일기를 쓰는 주체는 자신이지만 내가 아닌 친구로 본다. 자신이 한 일을 있는 그대로 쓰지 않고 일기 속에 나를 대상으로 반성과 각오로 일관하는 편지를 쓴다. 그야말로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를 만나는 것이다. 어쩌면 가장 편안한 시간을 만나는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 한 일을 영화필름을 돌리듯 되감아보는 시간을 보낸다. 내가 한 일이 아닌 듯 그 영화의 주인공인 친구를 만난다. 입장료를 내지도 않으면서 즐긴다. 어떤 일을 한 나를 제 3자로 등장시키는 일기쓰기는 정말 행복하게 만나는 시상과의 충분한 대화이다.

 

오던 길 흔적일랑

찾지 말고 묻지 말라

 

가는 길 궁금해도

의심 없이 걸어가라

 

삶의 결

푸름에 물들이며

사랑으로 사랑하라

- 이서연의숲이 내게 말합니다전문

 

  숲은 우리를 끊임없이 바라보고 말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길에 남은 흔적에 미련을 갖지 말라 한다. 잘되었거나 못되었거나 내버려두라 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을 하지 말라 한다. 살고 있는 길을 푸른 숲의 물결처럼 바람에 흔들리듯 좋아하는 대로 살라 한다.

  삶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타고 가는 한낱 뱃사공의 일을 하는 것이다. 마음먹은 대로 물결이 다가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걱정한다고 그렇게 해주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렇게 맞추어 살아야 한다. 잘 적응하고 자신만 위해 주지 않는 상대와 닮아 즐겨야 한다.

  숲은 많은 나무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 한 구성원인 한 나무가 나 자신이다. 이 세상을 살면서 나무인 자신만 바라보지 말고 숲도 보고 나무도 보면서 부분에서 전체를 보는 삶을,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서로를 일깨우며 하나의 이미지로 살라한다.

 

사람들은 팔자타령을 많이 한다. 어떤 이는 에구, 이놈의 내 팔자야하며 팔자타령에 불행한 운명을 탓하기에 여념이 없다. 어떤 이들은 복권에 당첨됐다고 좋아서 팔자 고쳤다고 큰소리친다. 그러나 두고 보니 고치긴 무슨 팔자를 고쳤나, 돈의 유혹과 그 수렁에 빠져 패가망신한 자들만이 많거늘…….

나는 노자의도덕경에서 말하는 화혜복소의 복혜화소복(禍兮福所依 福兮禍所伏)’이란 말을 참 좋아한다. 불행 속에 복이 깃들어 있고, 복 속에 불행이 숨어 있다는 말이다.

나의 인생을 돌이켜 보면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참으로 실감이 난다. 얼마나 힘겹고 파란 많은 세월이었던가? 특히 유아기 때 생모를 잃은 슬픔, 새어머니와 눈칫밥과 전쟁과 가난과 농사일을 체험한 나에게는 참으로 힘겹고 어둡고 그늘진 나날들이었다 초등학교 통신표에는 늘 우울하다는 평가였다. 그러한 최악조건의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를 계속하는 일은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하였다. 그러나 나는 늘 하늘 보기를 좋아하였다. 그러면 어느 날은 하늘에서 밝은 햇볕을 쏟아부어 주며 날 위로하였고, 난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서곤 하였다.

- 이광녕의팔자타령일부

 

팔자란 사람의 타고난 운수나 분수를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자신의 운수를 한탄하며 늘어놓는다. 불행은 언제든 주변을 맴돌다가 달라붙기 마련인데 그 것 마저 팔자소관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게으른 탓이 아닐까, 하늘을 보며 주먹 쥐고 다시 일어나야한다는 화자의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아무리 팔자가 좋은들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에게 떡을 먹여주지는 않는다. 노력을 하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 다만 똑같이 열심히 노력한다면 가산점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어떤 대상을 매개체로 딛고 일어날 수 있도록 대화를 통하여 얻은 힘이었다. 결국 용기를 내서 일어설 수 있느냐 여부가 돌파구를 여는 열쇠가 되었다. 경험을 통한 화자의 주장에서 용기는 무엇보다 위에 있는 힘이라 말한다.

 

누가 새로 전학 온 옥자랑 짝꿍을 할래요?”

담임이 된 최 선생님이 교실 안을 눈여겨보며 아이들에게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심지어 옥자 가까이 앉아 있던 아이들은 코까지 막고 킁킁거렸다.

무슨 냄새지?”

이것은 오물 냄새 아니야?”

아이들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주변 아이들에게 또렷이 들렸다.

최 선생님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그런데 선생님의 목소리는 아주 침착하였다. 담담한 표정으로 교실 안을 둘러보며 말하였다.

! 모두 조용해요. 첫 시간부터 시끄러워서 어디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어요?”

그때였다.

제가 같이 앉을게요.”

3분단 가운데 앉아 있던 수희가 번쩍 손을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임옥순의팔복이 누나일부

 

수희는 팔남매 중에 넷째 딸이다. 막내 남동생 팔복이 누나로 바쁜 부모 대신 동생을 업어 키운다. 공부도 잘하고 학급 부반장이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를 아무도 모른다. 냄새 나는 옥자가 전학을 왔을 때도 남들이 싫어하는 짝꿍이 되어주고 모든 걸 이해한다.

학급토론시간에 수희의 비밀을 털어놓고 발표를 하자 옥자도 비밀을 털어놓아 상황이해를 돕고 가까운 사이가 된다. 부끄러운 이야기를 용기를 내어 털어놓는다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 어려운 여건에서 잘 적응하여 생활해가는 수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사건을 인과관계에 따라 유기적으로 질서 있게 배치하는 계획이 돋보이는 가운데 등장인물들의 성격 탐구와 인간성 창조는 옥자와 수희를 등장시켜 최옥수 담임 선생님의 배려와 학급 아이들의 갈등을 구성요소로 삼아 흥미를 유발하고 수희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3.나오는 글

 

  문학의 장르 중에는 주제를 감추는데 초점을 맞추는가 하면 주제를 드러내려는데 몰두하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운문에 해당하는 시와 산문에 해당하는 수필이나 소설의 경우다. 운문의 경우 감추어진 주제는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는 은유의 세계가 펼쳐지고 산문은 하나로 모아지는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이다.

  운문으로는 박영교의백자 달항아리비유와 상징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공간을 의미로 채워주고, 엄기원의일기를 쓰면서는 행복하게 만나는 시상과의 충분한 대화를 나누며, 이서연의숲이 내게 말합니다서로를 일깨우며 하나의 이미지로 살라한다.

  산문으로는 이광녕의팔자타령에서 용기는 무엇보다 위에 있는 힘이라 하고, 임옥순의팔복이 누나는 구성요소로 흥미를 유발하고 주인공 수희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오늘의 세계는 주어진 공간을 제외하고는 자유로운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적에게 전염의 틈새를 주지 않기 위해 감춘다. 그러나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경로를 차단하기 위한 끊임없는 추적의 끈을 놓지 않고 경우의 수를 모두 들추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