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밭 아침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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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다/나의 이야기

2016. 11. 30.



 갈대 /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 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11월의 마지막 끝자락이다.

아침 6시면 캄캄한 밤중 같다.

활기찬 하루를 위해 사내는 주섬주섬 옷을 걸친다.

습관이 된 아침 산책을 위해... 하루도 거스르는 법이 없다.

드 넓은 갈대밭 여기저기로 찬 바람이 불어온다.

도시는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간간이 신작로를 오가는 차들만이 새벽을 깨운다  



갈대밭 사이로 비행기 활주로 같은 길이 나있다.

길을 잃지 않도록 유도등도 촘촘이 박혀있다.

호수에 쉬던 철새들이 발자욱 소리에 놀라 푸드덕 하늘로 날아간다.

철새들이 박차고 나간 빈자리로 차가운 바람이 밀고 들어온다.  






사내가 갈대밭을 빠른 걸음으로 한바퀴 돌고나면 여명이 온다.

호수가로 세트장 같은 고급주택들이 새롭게 건축중이다. 

부지런한 기술자들은 채 날이 밝기도 전에 주택 곳곳에서 망치질하며 일을 시작한다.

망치소리에 도시도 호수도 갈대밭도 잠에서 깨어난다.





동쪽 야트막한 산 아래서 태양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자신의 위세를 한껏 뽐내듯이 주변을 제압해 가며 거만하게 뜸을 들인다.

갈대밭은 순식간에 태양에 점령되어 그의 포로가 된다.

갈대밭, 호수, 풍차는 항복의 표시로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때까우는 엉덩이 처들고 머리는 물속에 박아 아침 먹이 찾기를 시작했다. 

사내는 무의식 적으로 발길을 숙소로 돌린다. 아침산책을 마쳐야 할 시간임을 안다. 

내일, 모레도 이 갈대밭을 찾을 것이다. 서걱 서걱 속삭이는 갈대들의 애기를 듣기 위해...

- 산책 : 2016. 11. 30 -




건설중인 호수마을 주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