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모피를 찾아서 - 오세영 시인(실크로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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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2021. 9. 13.

오세영 시인이 배낭을 메고 실크로드로 떠났다. 그는 텍스트 바깥의 물과 공기와 바람과 흙의 공간을 오래 떠돈 후에 다시 텍스트로 돌아왔다. 『황금 모피를 찾아서』는 한국에서 시작하여 중국, 파키스탄, 키르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란,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를 거쳐 터키까지 실크로드를 날 몸으로 통과해온 한 시인의 발자취다.

독자가 이 시집을 읽고 처음 느끼게 될 것은 모종의 ‘장쾌함’일 것이다. 이 장쾌함은 오랜 시간대를 몸으로 거쳐온 사람에게서만 나는 냄새다. 이 호방함은 무수한 공간과 문화의 “경계를 넘고 간극을 메우는”(레슬리 피들러Leslie A. Fiedler) 자에게서만 나오는 소리다. 이 시집의 크로노토프(chronotope)로 빠져들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진부한 일상에서 갑자기 벗어나게 된다. 하다못해 실크로드의 먼 동쪽인 경주에라도 다시 다녀오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는 것이다. 여행의 길잡이는 지도가 아니라 다른 문화에 대한 ‘경이로움’이다. 경이로움이 없을 때 여행은 끝나며, 경이로움이 사라진 공간 이동은 여행이 아니다. ‘다른 것’에 대한 경이로움이 우리를 현재의 자리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예스24 제공]

오세영 시인

저자소개

오세영

저자 : 오세영

인간 존재의 실존적 고뇌를 서정적·철학적으로 노래하는 중견 시인이자 교육자다. 1942년 전라남도 영광(靈光)에서 태어났으며, 본관은 해주(海州)다. 1961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에 입학한 뒤 같은 대학의 대학원에 진학해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충남대학교 교수(1974-1981)를 시작으로 단국대학교 교수(1981-1985)를 거쳐 1985년부터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문학과에서 한국현대문학을 강의한 뒤 2006년 정년퇴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 캠퍼스에서 강의했다(1995-1996). 체코 까렐대학에서는 방문학자로, 미국 아이오아대학교에서는 국제 창작프로그램의 참여자로 초빙된 바 있다. 전 한국시인협회 회장,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1968년 박목월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초기에 아방가르드적 경향의 모더니즘 시 창작에 심취했다. 그러나 곧 그 한계성을 깨닫고 한동안 언어실험과 사상성의 접목을 고민하던 중 세 번째 시집 《무명연시(無明戀詩)》를 쓰기 시작하면서 불교를 만나 이를 계기로 불교 존재론이라는 토대 위에 미학과 철학을 결합시킨 그 나름의 독특한 시 세계를 구축하여 한국 현대시사에서 ‘철학적 서정시’라고 불릴 만한 새로운 시의 지평을 열었다.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가 추구한 시적 지향은 한마디로 현대 문명의 위기 극복에 동양의 예지가 어떤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는데, 이 같은 그의 지적(知的) 노력은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아 2016년, 영어로 번역된 그의 열아홉 번째 시 집 《밤하늘의 바둑판(NIGHT-SKY CHECKERBOARD)》이 미국의 〈시카고 서평(CHICAGO REVIEW OF BOOKS)〉에 의해 ‘2016년 전 미국 최고 시집(THE BEST POETRY BOOKS OF 2016)’ 열두 권 중의 하나로 선정되는 결실을 거두기도 했다.

시집 《반란하는 빛》 외 스물다섯 권, 학술서 《한국낭만주의 시 연구》 외 스물세 권, 산문집 《사랑에 지친 사람아 미움에 지친 사람아》 외 네 권을 펴냈으며,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만해 대상(문학 부문), 시인협회상, 김삿갓문학상, 공초문학상, 녹원문학 상, 편운문학상, 불교문학상, 고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목차

머리말 · 4

1. 해뜨는 나라_한국

경주 · 18

낙화암 오르며 · 21

칠백의총 · 23

눈 내리는 온정리 · 25

반구대 · 28

고창 지석묘 · 30

2. 타클라마칸 건너며_중국 서역

진시황릉에 올라 · 34

우리 사는 곳 · 38

둔황석굴 · 40

투루판에서 · 42

누란 미녀 1 · 44

누란 미녀 2 · 46

쿠처에서 · 48

타클라마칸 건너며 · 50

민펑에서 · 54

허톈에서 · 56

예청에서 · 58

카스에서 · 60

카스 지나며 · 62

아아, 파미르 · 64

3. 카라코람 시편_파키스탄

쿤자랍 패스 · 68

투포단 · 70

훈자에서 · 72

가니쉬 마을 · 76

자글로트 · 78

베샴 지나며 · 80

잠자는 악공 · 82

라호르성 · 85

4. 고비를 넘어서_몽골

간단 사원에서 · 88

강링을 불어보리 · 90

오르콘 강가에서 · 94

5. 옴 마니 반메 훔_티베트

샹그릴라 · 98

호도협 · 102

옥룡설산 · 106

차마고도 ·108

포탈라궁에서 · 112

남초호에서 · 114

캄발라 패스에서 · 116

라싸 가는 길에 · 120

히말라야를 넘다가 · 122

6. 본 것이 본 것이 아니고_네팔

스와얌부나트 스투파 · 126

신(神) · 128

페와호에서 · 131

푼힐의 일출을 보며 · 134

7. 그 슬픈 사랑의 시 한 편_인도

디야를 띄우며 · 138

녹야원에서 · 140

타지마할 · 144

하와마할 · 146

8. 톈산에 올라_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톈산에 올라 · 150

타쉬라바트에서의 하룻밤 · 152

오뚝 마을 지나며 · 154

이식쿨 호수에서 · 156

성산(聖山) 술라이만 · 158

탈라스 강가에 앉아 · 162

카레이스키 김치 · 166

젠코브 러시아 정교회에서 · 170

9. 아프라시압 폐허에서_우즈베키스탄

아프라시압 언덕에 올라 · 174

샤히진다 대 영묘 · 178

비비하눔 모스크 · 182

샤흐리삽스 · 186

현인 훗자 나스레딘 · 189

히바에서 · 191

10. 아아, 페르세폴리스_이란

자그...(하략)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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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길 위의 시간, 시간 위의 길

그동안 스무 권이 넘는 시집을 낸 오세영 시인이 배낭을 메고 실크로드로 떠났다. 이 시집은 한국에서 시작하여 중국, 파키스탄, 키르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란,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를 거쳐 터키까지 실크로드를 날 몸으로 통과해온 한 시인의 발자취다. 그는 텍스트 바깥의 물과 공기와 바람과 흙의 공간을 오래 떠돈 후에 다시 텍스트로 돌아왔다. 독자가 이 시집을 읽고 처음 느끼게 될 것은 모종의 ‘장쾌함’일 것이다. 이 장쾌함은 오랜 시간대를 몸으로 거쳐온 사람에게서만 나는 냄새다. 이 호방함은 무수한 공간과 문화의 “경계를 넘고 간극을 메우는”(레슬리 피들러Leslie A. Fiedler) 자에게서만 나오는 소리다. 이 시집의 크로노토프(chronotope)로 빠져들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진부한 일상에서 갑자기 벗어나게 된다. 하다못해 실크로드의 먼 동쪽인 경주에라도 다시 다녀오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는 것이다. 여행의 길잡이는 지도가 아니라 다른 문화에 대한 ‘경이로움’이다. 경이로움이 없을 때 여행은 끝나며, 경이로움이 사라진 공간 이동은 여행이 아니다. ‘다른 것’에 대한 경이로움이 우리를 현재의 자리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오랜 관록의 시인인 오세영은 아마도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의 경이로움을 향하여(실크로드에) 발을 디디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이 긴 여행을 통해 차이 속의 동질성, 동질성 속의 차이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 ‘인류’의 공통적인 욕망과 고통, 소망을 읽어낸다.

지금 창밖엔 눈이 내리고, 휴전선 철책에도 눈이 내리고

마하연(摩訶衍), 만폭동(萬瀑洞), 장안사(長安寺) 빈 뜰에도 눈이 내리고

우리는 지금 아무 데도 갈 곳이 없구나. 만물상(萬物相)도

구룡연(九龍淵)도 보지 못하고 옛 장전포(長箭浦)

온정리 술집 한구석에 멍하니 앉아 아득히 눈시울만 붉히고 있다.

- 〈눈 내리는 온정리〉 중에서

오세영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윤리나 도덕, 문화나 이념의 혼종성(hybridity)이다. 그 어떤 윤리, 도덕, 이념도 가치와 사유의 무균상태, 진공상태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또한 그 어떤 문화도 주체의 철저한 고립과 분리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모든 문화는 혼종, 뒤섞임, 스며듦에 노출되어 있으며, 광대한 실크로드라는 공간에 흩뿌려진 의미소들은 문화가 강력한 대타자(the Other)의 규범에 의해 일괄적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것들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마구 허물면서 장구한 세월과 끝없는 거리를 뛰어넘어 서로가 서로를 섞는다. 이 섞임과 침투와 스밈, 즉 혼종성의 증거가 실크로드라는 공간 전역에 흩뿌려져 있다.

머리카락 간질이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면

카라쿰사막을 건너, 톈산산맥을 넘어 신라 땅 경주까지

황금, 융단을 싣고 오가던 대상들의 낙타 방울 소리가 들린다

아,

노을이 비끼는 이스파한,

시오 세 폴 다리 아치에 포근히 안겨 자얀데 푸른 수면을 나르는 물새들을 바라다보면

옛 신라 여인들의

가녀린 귓불에서 반짝거리던 유리구슬, 그 속에 비치는 하늘이 보인다. 그 청자 빛 하늘이……,

-〈이스파한〉 중에서

지리적, 군사적, 경제적, 외교적 국경들은 지구가 하나라는 사실을 위반하는 폭력의 범주들이다. 유목민처럼 실크로드의 모든 경계를 넘어 이동하는 시인에게 이와 같은 경계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것은 “무애자재”의 삶을 사는 시인에게 하찮은 장애물들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이 시집이 하는 일은, 크게 말해 경계를 부수고 문화의 혼종성을 읽어내며 세상이 하나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다.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

바람의 마을.

잔잔해진 카스피해의 파도를 바라보며 막 지나간 사막의 모래 폭풍을 생각한다. 역사상

알렉산더가, 징키스칸이, 아미르 티무르가 아니 오스만이

실은

사막에 몰아닥친 폭풍이 아니었더냐. 날씨가 개니 모두 한바탕 장난이었다, 바람이 친 한바탕 역사의

우스개 장난이었다.

- 〈카스피해에서〉 중에서

원한 것은 뒤섞이고 스며든 거대한 ‘인류’, 그리고 그들 간의 사소하지만 아름다운 만남들밖에 없다. 오세영 시인은 단독자로서 실크로드의 시간과 공간을 횡단하면서 장소들 안에 얼룩진 무수 한 ‘지문(地文)’들을 한장 한장 넘긴다. 그것의 기록이 이 시집이다. 인류여, 우리는 서로 같으니 서로 환대하라. 그것이 오세영 시인의 전언(傳言)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고생을 일부러 사서 하느냐. 그러나 내게 있어 여행은 고생이 아니다. 오히려 기쁨이며, 놀라움이며, 충족이며, 새로움 의 발견이다. 인간이란 원래 지적 호기심을 가진 동물, 무엇인가 ‘안다’는 것은 ‘본다’는 것, ‘본다’는 것은 곧 ‘깨우친다’는 것이다.

그렇다.

한 생은 나그네의 길, 그래서 문예학에서도 문학의 본질은 나그네의 원형상징(voyage archetype)에 있다고 말하지 않던가. 길이 있으므로 나는 그저 가보는 것이다. 하물며 그 길이 수만 년 전 우리 한민족을 해 돋는 동쪽으로 동쪽으로 이동시켜, 오늘의 한반도에 정착케 한 바로 그 성스러운 실크로드임에랴.

‘머리말’ 중에서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교수님!

시집 【황금 모피를 찾아서 】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시집에 한국문학사에 길이 빛나기를 기원합니다.

저에게도 책을 보내주셔서 깊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