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과 평안함

태어남과 죽음, 신과 인간을 화두로 삼는...

단풍이 노을에게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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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깨달음

2022. 3. 30.



단풍이 노을에게 쓰는 편지 / 신타


파도의 출렁임을 받아들이는 바다가 되자
영화의 모든 장면을 받아들이는 스크린이 되자
내 앞을 지나가는 일상의 현실이
나를 위해서 일어나는 사랑의 현현 顯現이다

무위 無爲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내가 바로 무위임을 자각하고 체득함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떠오를 때
느낌대로 행하고 결과에 기뻐하는 것이다

소망하는 바를 내 손으로 이루는 게 아니라
소망까지도 내가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두려움 때문에 무언가를 애써 생각하지 말자
애쓰지 않아도 일어날 일은 늘 일어난다

초심 初心이란 굳은 땅을 뚫기 위한 촉일 뿐
자라면서 꽃이 되고 향기가 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초심이라는 새싹일 수는 없나니
씨앗을 잉태하는 향기를 내뿜어야 한다

꽃이 져야 열매를 맺고 씨앗으로 익어가며
땅에 묻힌 씨앗에서 또다시 싹이 트고 꽃이 핀다
뾰족한 새싹과 봉오리에 머물 게 아니라
흐드러졌다가 땅에 떨어지는 동백꽃이 될 일이다

믿음 또는 깨달음에 머물지 말자
믿음이 바로 고정관념이고 깨달음이 곧 늪이다
봄은 초록으로 피어나는 청춘이며
가을이 되어야 단풍으로 물드는 노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