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어르신유치원-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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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야그

2020. 10. 31.

공로연수 과제 중의 하나인 1주일 자원봉사활동을 어제 마쳤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봉사활동 장소가 딱히 없어서 시간을 못 채울까 걱정하던 와중에 어르신유치원에서 2명을 지원 받는다는 공지가 떠서 신청을 했더니 다행히 선정이 됐더군요.

 

자원봉사에 대해 말로만 듣다가 과제할 생각에 지원을 하긴 했지만 그게 만만치 않더군요. 정말 봉사를 하겠다는 진정성이 없이는 봉사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겠더라고요. 첫날 10분 일찍 어르신유치원에 도착해 보니 진짜 그냥 유치원이더군요. 아이들 유치원이나 진배없더라고요.

 

어르신 유치원 입구

 

종일 음악 틀어놓고, 진짜 일주일 동안 트로트를 귀가 아프게 들었네요. 어르신들 티비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한쪽에는 주무시고, 한쪽에는 다투시고, 한쪽에는 똥 싸러 가야한다고 부르고...ㅎㅎ.

 

직원이 12명 되는 유치원에 원생이 한 50여명, 요양보호사나 복지사들이 잠시 앉아 있을 틈이 없더이다. 매일 다른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데 그림도 그리고 가위 작업하는 시간 춤추는 시간 박수 치는 시간 게임하는 시간 등등 간간이 간식도 나오고, 근데 간식이란 것이 너무 영양가하고는 거리가 먼 듯해서 마음이 아프더군요. 예전 우리 아이들 유치원 다닐 때 점심시간에는 절대 학부모 방문을 안 받는다는 그 이유를 대충 알기는 했지만.

 

색칠하는 시간

 

말로는 내 부모 모시는 마음으로 한다지만 결국에는 돈이고 사업이니까 그렇겠지요. 새로운 원생이 입학하는 날은 원장이 허리를 90도로 꺾어 보호자에게 인사를 올리더이다. 원비는 자비 15% 국가예산이 85% 지원된다고 합니다. 첫날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윽! 세상에 쉬운 게 없구나 싶더이다. 남자 직원이 화장실 청소는 자기가 한다고 그만 두시라고 해서 다행이지....ㅠㅠ.

 

춤추고 노래하는 시간 중에 실내를 쓸고 닦으라고 해서 쓸다가 보니 탁자 밑에 흘린 음식물들이 많이 말라붙어 있더군요. 쓸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쪼그려 앉아서 도구로 긁어내고 닦아냈더니 바닥이 반짝반짝하더이다. 수많은 봉사자들이 다녀갔지만 그렇게까지 청소를 하는 사람은 없었던지 그날 유치원 직원들한테 점수 좀 많이 땄던가 싶습니다. 바로 쉬었다 하시라 하더군요. 간식도 나르고 저녁 식사시간이 4시인데 밥도 나르고 물도 갖다 드리고 주방을 들락거리다 보니 하루가 금방 지나갔습니다.

 

간식 기다리는 시간

 

이틀째 출근하니 낯이 좀 익었다 싶은지 호구조사가 슬슬 들어오는데 눈치를 보니 뭔가 잘못한 게 있어서 사회봉사 판결을 받아 온 것으로 생각하더군요. 웃고 말았더니 뭐 자연적으로 알게 되더군요. 마칠 때 되니까 요양보호사들이 다 오라버니라고ㅋㅋㅋ.

 

어르신 중에 몇몇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꼭 붙어 있어서 아, 부부간에 입소를 하셨나 했더니 그게 아니라 서로 꽂힌 사이라고 하더군요. 인생을 마무리할 칠순을 넘긴 연세에도 서로 그렇게 열정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 또 놀라게 되더이다. 그 옆에서는 질투를 하는 할머니들의 위세도 만만치 않고...ㅎㅎㅎ.

 

손빨래도 하고, 물 아낀다고 수돗물이 쫄쫄 나오는데 참.....! 선풍기 닦아서 재조립하고 가구 배치도 새로 하고 하는데 지시하는 일을 하다가 퇴직말년에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지시를 받아 일을 해보니 그게 참 적응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봉사활동이라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화장실 청소

 

무슨 일이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스트레스도 덜 받고 즐겁게 할 수 있는데 퇴직조건의 일종으로 타의에 의해 봉사한다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 더군다나 자원봉사자를 월급 받는 직원처럼 부리려 드는 건 좀 아니다 싶더이다. 아마 거기 직원들은 여러 경험으로 자원봉사자 다루는 기술에 도가 텄을 것이니 그 덕분에 저도 전혀 새로운 인생경험을 하나 더 추가 했던 것이겠지요.